19일 (사)한반도평화포럼이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한반도 위기와 해법 : 북미중의 전략과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가 동맹이든 아니든, 미국이 만족할 때까지 (상대의 자원을) 빼앗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기에 대화파의, 진보적인 대통령을 의심하는 미국의 오해를 빨리 풀어줘야 한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서둘러 개최했는데 이게 비극"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그렇게 오해를 풀어주면 미국이 우리를 존중하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상대는 트럼프다.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라며 "미국이 문 대통령을 좀 불편하게 여겼던 기류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거래를 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사드를 가지고 문 대통령의 사상 검증을 하려고 했을 때, 사드 때문에 무너질 동맹이라면 우리의 동맹과 안보를 중국에게 맡길 수 있다는 정도의 자세를 가졌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놓은 상황에서 "동맹 비용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핵에 대해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꾸준히 설득해서 대화의 창구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인 언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그림을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사업적으로 협상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반응에 익숙하다"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관련한 외교적 사안의 해결보다는 본인이 대선에서 당선된 1년을 기념하는 행태들을 더 많이 보일 것"이라며 "계획돼있는 국회 연설도 평화 메시지를 던지는 것보다 돌발적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 대회 이후의 중국은?
중국은 지난 18일부터 시진핑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당 대회를 마무리한 뒤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이번 당 대회가 북중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지만, 상황을 변화시키는 변곡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북한이 나름의 정해진 로드맵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들에게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시진핑 주석이 당 대회 연설에서 '새로운 시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이야기했는데 북한이 중국에 보낸 당 대회 축전에 이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중국이 사전에 연설 내용을 북한에 통보한 셈"이라며 북중 관계가 악화일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 동북지역의 경제가 매우 좋지 않다. 그래서 이 지역의 지방정부는 북한과 교류를 하려는 요인이 상당히 크게 작동하고 있다"며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이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데, 중국 정부가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중국은 사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하고 있다. 또 일단 토론을 통해 정책을 만들면 웬만해서는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사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북한, 최룡해의 등장으로 달라질까?
현재 한반도 긴장의 당사국인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이렇다 할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부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통일 전문기자는 "최룡해는 중국과 러시아에 특사로 다녀왔고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대외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그나마 아는 인물"이라며 "최룡해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달라지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북한 주민들보다는 간부급, 즉 북한의 이익 그룹들이 훨씬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부적인 균열이 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최룡해가 등장한 것이라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패턴의 북한의 행동이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한편 내년 2월로 예정된 평창올림픽이 동북아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 방문했을 때 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부터 폐막 일주일 후까지 전 세계가 분쟁을 중단하자는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를 장애인 올림픽까지 연장하면, 이 기간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키리졸브와 겹친다"며 "중국이 이야기하는 쌍중단과 이른바 '올림픽 휴전'이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이를 활용할 방안을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역시 "평창올림픽까지 당분간 (대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예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모멘텀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저절로 군사적 긴장이 누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북한은 핵을 보유한 채 회담의 주도권을 가지고 미국이 어느 정도 엎드리면서 회담장에 나오기를 기다릴 것이나, 미국은 그렇게 나갈 생각이 없다"며 "그러면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선수를 보내지 않고 말로 위협하면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방해하는 식으로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이 긴장을 완화시키는 기회라고 하는데, 그건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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