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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좌클릭'이 盧 대통령 유지 받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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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좌클릭'이 盧 대통령 유지 받드는 길"

[진보의 재구성, 길을 묻다] ① 조국 서울대 교수

20년 만에 돌아온 정치의 해, 2012년 야권에서 최고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연대'다. 선거연합이냐 통합이냐,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은 어디까지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야권의 단일화가 대선 승리의 기본 조건이라는 공감대는 날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의견들이 하나로 모아져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정치대통합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희 최고위원이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주자들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 '진보의 재구성, 길을 묻다'를 <프레시안>과 함께 진행한다. 이 릴레이 인터뷰는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 논의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시도다.

정 최고위원은 조국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세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련) 상임대표 겸 서울대 교수, 이학영 한국YNCA전국연맹 사무총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다. <편집자>


"MB의 인권위 무력화, 그저 안타까울 뿐"

정성희 :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시끄럽습니다. 각계의 사퇴 요구가 있는데도 현병철 국가인권위워회 위원장은 요지부동인데요. 조국 교수도 얼마 전 인권위 비상임 위원을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조국
: 국가인권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져, 그간 여러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라크 파병이나 경찰의 농민시위 진압을 비판해 대통령 사과까지 받아냈습니다. 인권위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원래 인권위는 저러라고 만든 것"이라던 노 대통령의 말 대로 그 정도의 관용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의 문제제기나 비판도 받기 싫다는 것입니다. 없앨 수는 없으니 무력화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성희 : 이명박 정권이 민생, 민주, 남북관계 전반을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조국 :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정치적 민주주의가 명백히 후퇴했습니다. 노동에 대한 적대, 복지의 축소 등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남북관계는 냉전을 넘어 열전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87년 이후 이루어온 성과가 전체적으로 후퇴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을 전두환 정권과 같은 파쇼정권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어요. 왜냐면 선거가 작동하고 야당이 존재하고 있는 등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구호로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기는 쉬어요. 하지만 이러한 규정만으로는 진보진영이 향후 계획을 세우는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후퇴가 있지만,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 비해 정치적 공간이 훨씬 넓은 상태입니다.

"DJ-노무현 정부의 '우경화', 선거연합 때문이었다"

정성희 : 그럼에도 정권교체의 열망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뿐만 아니라 2012년의 올바른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의 공과를 정확히 짚을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두 정부에서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혁신해야 하니까요.

조국 : 물론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해 '다 잘했다'라는 분들도 있고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옹호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양쪽 다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정치적 민주주의가 확장됐습니다. 물론 국가보안법 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그 전 보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대폭 확장되었지요.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은 평화통일문제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또한 정치권이 덜 주목하지만, 그 이전 정부에 비해 복지예산이 획기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근래 논의되는 '보편적 복지'는 아니지만 복지 분야의 예산이 늘고 복지시스템이 좋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결정적 실수는 일차적으로 노동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동 없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그것 때문에 감옥까지 갔다 왔는데요. 큰 기조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됐다는 자부심 때문에 오히려 노동의 요구를 무시했던 것 같습니다. 노동에 대해 예의를 표하지 못했지요.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졌으나 노동세력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실패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했고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직 문제를 쉽게 생각했습니다. 김대중은 김종필과 연합하고 노무현은 정몽준과 연합을 시도하며 아슬아슬하게 이겼는데, 그러한 선거연합이 우경화 노선의 배경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비전과 정책도 취약했습니다. 서민대중들은 보육, 교육, 등록금. 취업, 일자리, 주택, 건강, 노후 등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민주정부를 세우면 이 문제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 민주투사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의 비전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 비전으로 채택되는 일이 발생했고, 그 결과 사회양극화를 심화하는 정책이 추구되었습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거부가 대표적인 실책이지요. 이에 낙담한 대중은 뭔가 경제적으로 '유능'할 것 같이 보이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입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머물고 있다"

정성희 :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꼽으라면, 대표적으로 비정규직 양산과 사회양극화 심화, 불평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이라크 파병에다가 새만금, 대연정, 대북송금 특검 등이 지적됩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대미 퍼주기에 다름 아닌 한미FTA 추가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노무현 정권 때 시작한 것인데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프레시안(최형락)
조국
: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도 퇴임 이후 한미 FTA 재협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새로 협상해야 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임기 중에는 노 대통령도 통상관료들에게 포획되어 한미 FTA를 밀어붙였던 것이죠. 저는 FTA 자체를 악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지금과 같은 내용의 한미FTA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역진 방지' 조항 등 여러 독소조항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 협정이라면 안 해야 합니다.

2012년에 진보∙개혁 진영의 공동정부가 수립된다면 재협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일 이명박 정부가 체결해 버리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협정이라 협정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부속협정을 새로 맺는 방식으로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성희 : 지난 10년의 공과를 평가할 때, 보통 '정치적 민주화는 됐는데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안됐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는데,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조국 : 큰 틀에서 87년 체제가 유지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시켜야 합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은 투표의 등가성이고 시민들의 의사가 의석에 온전히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편파적이지요. 표의 등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의제 민주주의도 온전하지 않죠. 이와 별도로 후보출마도 돈이 많이 듭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됐지만 주로 돈 있는 사람이 그 기회를 활용하니까 유산자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죠. 정치적 자유와 권리가 돈 있는 사람이나 누릴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된 것이죠.

그러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파시즘은 아닙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노동을 강조하는 것은 87년 체제의 민주주의, 87년 체제가 보장하는 자유를 유산자만이 아니라 무산자도 누릴 수 있는 민주주의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진보정당의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정성희 :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켰지만 대미 관계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습니까?

조국 : 그것은 파병문제로 간단히 드러납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은 위헌이라고 봅니다. 87년 헌법은 명시적으로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어요. 이라크 전쟁은 전 세계가 확인하듯 미국 부시정부에 의한 침략전쟁입니다.

대미 종속도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비해 많이 약화됐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작전통수권 반환문제가 김영삼 정권 때 한 번 정리되고 노무현 정권 때 한 번 정리되지요.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시기가 늦추어지기는 했지만요. 대미자주의 문제가 과거보다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최소한 미-일, 미-독 수준으로는 가야합니다. 대미자주의 면에서 노무현 정권의 모습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일본, 독일의 중간 수준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 없는 복지국가론은 위험하다"

정성희 : 우리 사회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냉전과 반북의 53년 체제가 뿌리 깊게 잔존하고 형식적 민주주의의 87년 체제, 신자유주의 확산의 97년 체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에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발전된 체제를 세웠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역사의 반동을 겪고 있습니다. 민생복지를 실현하고 민주주의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2012년 체제 수립을 위한 진보세력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조국 :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어 보수정권이 들어섰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에게 87년 체제가 이미 안정화된 상태인 만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후퇴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도 그런 견해에 반대했습니다만, 이명박 집권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 후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숨이 막힌다고 합니다.

진보정당이건 민주당이건 우선 이명박 정부의 난폭 우회전을 막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체제가 5년 더 간다면 매우 답답한 상황이 올 것입니다. 동시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공과를 넘고 '반MB'를 넘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명박을 반대하는 것이 단지 김대중-노무현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귀착되면 안 됩니다.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세력을 국민들 눈앞에 보여줘야 합니다.

정성희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복지국가론은 선진화 담론과 결합한 잔여적, 시혜적 복지에 가깝습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담대한 진보를 이야기하며 증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향후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망할 때 증세가 국민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저는 일자리복지, 평화복지, 공공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여야 보수정치와 구별되는 진보정치의 가치와 비전은 무엇일까요?

조국 : 2012년 진보정치는 민생민주를 중심에 두고 그 밖의 과제들을 결합해야 합니다. 평화와 통일의 문제도 일자리와 복지로 연결시켜 이야기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론에 동의하지만, 증세만으로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모든 유권자는 세금을 조금 내고 복지 혜택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 없는 복지국가론을 조심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국가가 실현된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필수전제가 노동의 강화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노조 조직률은 10% 남짓이고, 진보정당은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이지요. 이 문제를 외면한 채 복지를 강조하면 어떻게 세금을 많이 걷을 것인가의 문제만 남게 됩니다.

2012년에 당장 비정규직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불법파견 금지로 부분적으로 정규직화하고, 정규직 전환이 안 된 사람에 대해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해 임금수준을 개선해야 합니다. 정규직 확장, 비정규직 지위 개선, 자영업자 상당수의 임노동자로의 전환 등 노동의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과 복지 실현이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군축 등 평화실현과 교류협력 강화 등을 통하여 확보되는 예산을 복지에 투여해야 하고요.

진보정당이라면 박근혜의 생산적 복지, 정동영의 보편적 복지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 그것을 이룰 세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요컨대, '노동과 결합된 복지'를 실현할 '진보정치대통합'이 필요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성희 :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력이 계속 추락해 군사력과의 불일치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도 미국 보다 중국이 훨씬 높습니다. 북-중 혈맹관계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국제관계, 남북관계의 기조는 무엇입니까?

조국 : 미국의 단일 패권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최강의 군사대국입니다. 미국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군사력을 통한 세계 지배는 여전하다는 것을 정확히 봐야 해요.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고, 대중 수출이 대미 수출을 역전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일변도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당시 실현 가능성은 없었으나 좋은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버리자는 주장은 모험주의입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2012년 진보개혁연합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개정하여 한미 관계를 독-미, 일-미 관계 수준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한미 FTA 독소조항 재협상도 추진하고요. 또 6자회담,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 단계별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2012년 시점에서는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남북정상회담, 6자회담 틀을 유지하면서 전쟁이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언이 있으면 수구냉전세력의 이데올로기가 설 땅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후 주한미군의 지위는 단계별로 변경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경협은 남쪽 중소기업의 활로인 동시에, 평화를 완전히 안착시키는 길이며 북한을 좀 더 유연한 모습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개성공단 같은 것을 몇 개 더 만들어야 합니다.

"2012년 정권교체, 진보개혁세력의 연합정부가 해야 한다"

정성희 : 그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구도를 어떻게 편성해야 할까요? 최근 출판된 <진보집권플랜>에서도 간략히 언급하셨던데요.

조국 : 저는 2012년 진보개혁세력의 연합정부로 정권 교체를 이루는 방법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악수(惡手)를 두면 민주당 단독정권이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연합정부가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는 진보정치대통합과 그에 기초한 움직임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현재 야권통합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합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기득권이 강한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묶이는 흐름입니다. 가치와 정책으로 보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을 하는 것이 맞지요. 하지만 현실정치의 논리로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 번째 방안이 성사되려면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국민참여당을 신자유주의정당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 반대집회에 불참하는 등의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참여당과 진보정당들의 연대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유시민 원장과 참여당이 노무현 정권의 공과 모두를 인정하고 '좌클릭'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각종 인터뷰에서 사회연대정책 강화해라, 노동문제 실패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맞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참여당이 '친노(親盧)정당'이라면,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집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참여당이 '좌클릭'한다면 진보정당이 이 당과의 연합을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고요.

더 중요하게는 두 진보정당의 인식전환과 실천입니다. 진보정당들이 지금처럼 움직이다가는 민주당, 국민참여당을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인당할 것입니다. 특정 정치일정에서 지형을 바꾸고 세력을 키우고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이유입니다. 현 시점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추진하는 진보대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정성희 : 이른바 '빅텐트론', 즉 범야권단일정당 건설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국 : 지금 당장 빅텐트 안으로 다 들어오라고 한다면 진보정당은 민주당의 강고한 조직력에 묻히게 됩니다. 한국사회가 과잉 우경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이뤄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진보정치대통합을 전제로 범야권연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진보대통합이 이루어지면 민주당 내 진보파도 입지가 넓어질 것입니다. 범야권단일정당이 실제적 과제로 논의되는 시점은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 정도의 사람이 당대표가 되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이와 별도로 진보진영도 문성근 씨 주도의 '민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가들이 모여서 토론회하면서 통합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밑에서부터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상층 명망가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진보대통합운동, 각 단위별로 재미있고 희망을 주는 진보대통합 운동이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 ⓒ민주노동당

"진보개혁진영, 가치와 정책 표현하는 인물들로 '드림팀' 짜자"

정성희 : 진보정치대통합의 참여주체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진보정당들과 노동사회, 시민사회, 전문가 집단이 적극 결합하고 여기에 성찰하는 친노 세력이 '좌클릭'해 반신자유주의 진보대통합에 합류한다면 강력한 진보야당이 등장할텐데요.

조국 : 진보정치대통합은 진보정당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기회에 시민사회, 노동사회가 다 묶여야 합니다. 지식인 사회에서도 지금의 정치지형을 변화시키자는 공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해온 많은 중견 활동가들이 이제 조직을 신세대, 후배 활동가들에게 물려주고 정치권에 합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의 성향은 민주당 좌파와 진보정당의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이 민주당 좌파를 선택하거나 진보대통합당을 선택해 정당정치로 들어올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성희 : 국민들의 눈에는 인물을 통해 진보정치대통합을 이해합니다. 진보정치의 지도급 인물들을 두텁게 확보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맡길 텐데요.

조국 : 가치와 정책은 인물로 표현됩니다. 대중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을 자기와 동일시합니다. 추상적인 가치와 정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정책을 대표하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죠. 왜 농민들이 강기갑 의원을 좋아할까요. 강기갑 의원의 말투와 행동 속에서 자신을 느끼는 것이죠.

진보개혁 진영의 드림팀을 짜야 합니다. 현재의 당적 질서를 넘어 드림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저 정도면 정권 맡길만 하네'라는 느낌이 들도록 팀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진보정당과 바깥의 진보세력을 묶는 형태로 인물을 키우고 배치하고 역할을 나누는 드림팀 작업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희 : 진보정치대통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까요? 난항도 예상되는데.

조국 : 내부사정을 잘 몰라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 진보대통합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비관적인 이야기도 들립니다. 2011년이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과감한 선언을 해야 합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단일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감정이 안 좋더라도 같이 만나고 일하다 보면 풀어지는 것인데요. 여러 방식으로 공동 작업을 하고 이를 4월 재보궐 선거공조로 귀결시키고, 이러한 성과를 기초로 '2당+a'로 진보대통합을 해서 2012년 총선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타 정당과 연대를 하든지, 협상을 하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로 민주노동당' 만들자는 얘기냐", "통합당 안에서 소수파로 고착되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등의 우려를 제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명, 강령, 투표 방식 등을 개정하면서 문호를 열어야 합니다. 당 외부 사람들이 저기 들어가서 경쟁할 만하다, 내 이야기를 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 전체를 과감히 포용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대중의 의식은 대중민주주의인데 진보정치는 여전히 서클주의에 머물러 있다"

정성희 : 진보정치대통합에는 대북 관점, 당 운영 방식 등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조국 : 진보정치의 대북 입장은 '연북'(連北)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6.15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면 '연북'일 수밖에 없습니다. 촛불시민도 6.15 남북공동선언을 중심으로 북한이 잘하는 것은 잘 한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타도하자거나 '민주화'하자고 하는 것은 '연북'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는 것 역시 촛불시민의 의식수준보다 떨어지는 것이죠.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친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요. 그 취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친북'은 '종북'과 똑같이 부정적 어감을 주므로 이러한 단어를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당의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겠지만, 저는 활동가들이 대중 민주주의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하였거나 거부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대중의 의식은 대중 민주주의 수준으로 바뀌었는데, 진보정치 활동가들의 감성과 습성은 서클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진보정당 사람들의 사고와 활동 방식이 현대화되어야 하고 이는 곧 대중정치로의 적응입니다.

현재 두 진보정당만 합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세력이 결합해 보다 큰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규모가 달라져야 합니다. 구성원의 수와 의사결정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정파명부비례대표제 보다는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1인1표제, 정책당원총투표제 등을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성희 : 2012년의 비전과 진보대통합에 대한 소중한 얘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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