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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이상득 로비설'…기획사정 '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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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이상득 로비설'…기획사정 '뻘타'?

사정 불씨가 여권 권력 암투로 번지나

공정사회 확립이 목적인지,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이 목적인지, 집권 후반기 레임덕 방지가 목적인지, 아니면 좀 더 고차원적 정치적 포석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사실은 지금이 '사정정국'이라는 것이다.

태광그룹, C&그룹, 한화,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에 이어 청원경찰들 모임인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까지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다.

법적으로 분명히 '피의사실 공표'를 금하고 있지만, 비리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 결과는 각종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독립성'이 보장된 검찰의 현 전방위 수사가 전적으로 '독립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희한하게 최근에 내부고발 등 공개적인 제보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고 우연이라 주장했지만, 수사 사안들이 모두 김대중, 노무현 때 벌어진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 우연의 연속이라고 보기엔 힘들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비리 의혹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를 보면 이번 사정정국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조율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54. 구속)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천 회장의 연루설이 처음 나왔다. 하지만 사건 초기 검찰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었다. 오히려 천 회장이 해외로 출국하는 것을 내버려뒀다.

그러다 사정정국이 무르익으면서 야권에서 "야권 탄압용 수사"라고 역공에 나서자 갑자기 천 회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검찰이 세중나모여행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함과 동시에 천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각종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 천 회장에 대한 수사에 대해 "균형 맞추기"라는 해석을 내놓는 것은 이런 검찰의 수상한 '시간 조절' 때문이다.

'청목회' 수사도 마찬가지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다수가 포함된 33인의 정치인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청목회 로비 의혹은 검찰 수사가 다분히 정치권을 겨누고 있다. 이런 정황은 작금의 사정정국이 '정치기획'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터져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실패한 로비 연루 의혹은 심상치 않다.

2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C&,그룹 임병선 회장은 C&우방 등이 자금난에 허덕이던 2008년 추석 직전 서울 여의도 R호텔로 이상득 의원을 찾아가 '굴비 상자'를 건네려 했다는 것. 평소 임 회장은 친분이 있던 장모 씨와 함께 이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에게 로비를 하려 했으나 이 의원이 '무슨 짓이냐'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 측은 이 굴비 상자의 내용물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SBS <8시 뉴스>는 1일 상자 안에 든 것에 대해 "5억 원"이라고 보도했으나, 2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고급 굴비"라고 보도했다.

굴비 상자 안에 든 내용물이 무엇이었는지를 떠나 기사대로라면 C&그룹 임병선 회장의 로비는 실패했다. 이상득 의원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내용상으로는 이상득 의원의 '대쪽 같은' 심기를 보여주는 미담 기사다. 하지만 사정정국과 맞물려 이 기사는 복합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치인 입장에서 '실명'이 거론되는 것은 무조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거론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상처가 날 수 밖에 없는 게 여론의 생리다.

이런 점에서 이상득 의원에 대한 실패한 로비에 대한 '미담 기사'는 역설적으로 이 의원을 겨눈 '칼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검찰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부작용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와 관련해 여권의 권력투쟁은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문제다. 여권의 갈등상황은 선거와 개각 등 다른 정치 이슈에 밀렸을 뿐이지 전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언제든 재발될 수 있는 문제다. 이상득 의원에 대한 미담기사가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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