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국정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 31일 "(불법 사찰) 문제를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에게 전하고 바로잡아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건의했던 사실은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지만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정 의원은 이어 "이상득 의원에게 말한 이유는 국정원과 청와대에 의해 사찰이 이뤄진 것을 이 의원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이 실명을 거론함에 따라, 친이계 소장파로부터 "영포(영일·포항) 라인 국정농단의 배후"로 지목된 이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이 국정원 사찰을 어떤 경위로 미리 알수 있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득 의원은 이와 관련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총리실 불법 사찰 피해자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연찬회에서 이상득 의원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는 것을 본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며 "열 받는다. 자유토론 시간에 영감(이상득 의원)이 앉아 있으니 (말을 조심하라고 의원들에게) 압력을 주는 것도 아니고…"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정두언, 정태근 의원은 친이계 핵심 소장파로 지난 2008년 이상득 의원과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목해 "권력을 사유화 한다"고 비판한 뒤 불법사찰에 시달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8.8 개각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 3명을 낙마시킨 수도권 출신 친이계 소장파들이 이번에는 이상득 의원과 '영포라인' 등 '구 영남세력' 몰아내기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조짐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당내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수도권 친이계와 영남 친이계의 분열도 속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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