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1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도 "어제 (연찬회장에서) 대응 안한다고 했잖아"라며 "(대답을) 유도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대응 안하면 (이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돼도 괜찮다. 고발하려면 고발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이 의원의 실명을 언급한 게 이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감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한 것이다.
이 의원이 질문을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 의원 등에게 "고발하려면 하라"고 말한 것은 본인도 관련 의혹을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의원은 "(더이상) 묻지 말아 달라"며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것 아니냐. 정치인의 말은 그냥 듣고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대꾸했다.
▲ 지난 8월 31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이상득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
이상득 의원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 의원의 측근이면서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정태근 의원께서 민간사찰의 배후로 한나라당 원로 이상득 의원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후배가 선배를 공격할 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필할 때, 제자가 선생님에게 항의할 때도 예의와 장소를 갖추고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한다"고 비난했다.
장 의원은 "정확한 근거와 증거 없이, 개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관계인데도 공개석상에서 새까만 후배가 20여년간 한나라당을 지켜온 선배를 정면 공격하는 잔인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우리 일반적 인생살이에서도 이런 것들을 패륜적이라고 얘기한다"고 공격했다.
2008년 권력 파동 재연?…정두언-이재오 손잡나
이같은 이상득 진영과 정두언 진영의 싸움에 이재오 진영이 끼어든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정두언-이재오계와 이상득계의 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의 측근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상득 의원 배후설'에 대해 "그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분명하게 정부의 공식 조직이 어떤 일(불법 사찰)을 벌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어떻게 21세기 민주주의를 한다는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의원을 사찰한 '배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두언 진영과 손을 잡고 지난 2008년 '권력 사유화' 파동을 일으켜 '만사형통'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를 이끌어냈었다. 이런 전사(前史) 때문에 이 장관이 7.28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이재오가 들어오면 수도권 소장파와 손을 잡고 이상득 진영 등 선진국민연대-구영남세력을 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파다했었다.
친박계는 일단 관망 분위기다. 친박계 원로인 홍사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불법사찰 등의 문제를 두고 "정치권력이 분열되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고 친이계의 분열을 우려하며 "서로 자제하자"고 말했을 뿐이다. 현재 친박진영은 이상득 의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 나타난 친이계 내부 권력 투쟁 과정에서 친박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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