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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논쟁 보면 2012년 대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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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논쟁 보면 2012년 대선이 보인다

[전망] 대선주자 검증 시험지…당신의 경제관은 무엇인가?

'부자감세 철회'냐 '부자감세 철회의 철회'냐. 이를 둘러싸고 이틀간 전개된 여권 내 논쟁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나아가 2012년 대선의 화두로 등장할 수도 있는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뿌리는 깊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깃발을 든 무상급식 의제, 6.2 지방선거를 관통한 '보편적 복지(진보진영과 야당) 대 선별적 복지(보수진영과 한나라당)' 공방과도 맞닿는다.

2008년 총선이 '뉴타운과 특목고' 바람에 좌우됐다면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주거·보육' 등 복지 이슈가 주도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확인한 야당이 먼저 전반적 '좌클릭' 바람을 선도했고 청와대도 '공정사회·대중소기업' 담론을 공세적으로 펼쳐나갔다.

한나라당도 "당의 강령을 중도 개혁의 가치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 70% 복지 시대를 여는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26일 안상수 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며 막차를 탔다.

감세 철회 논쟁은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같은 중장기적 조류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 지난 1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초청된 청와대 만찬 모습ⓒ청와대

한나라당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논쟁

한나라당 내에서 이 문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한 정두언 의원의 주장은 상당히 흥미롭다.

정 의원은 '감세철회의 필요성'이라는 글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감세를 하면 소비와 투지를 촉진시켜 경제가 성장하므로 궁극적으로 세수가 확대된다고 하나, 지금까지 통계상으로 검증된 이론이 아닐 뿐 아니라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껏 감세로 인해 소비나 투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감세론자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개인의 소신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알고 고집하는 소신인지, 모르고 하는 건지"라며 "감세정책은 IMF가 권고할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실증된 사안"이라고 받아쳤지만, 정 의원 기준에 따르면 강 특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일 뿐이다.

28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더이상의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있으나 이미 민주당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를, 민주노동당은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해 놓았기 때문에 논쟁의 2라운드 개막은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박근혜-오세훈vs김문수 로 입장 갈릴까?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권이 모두 감세철회 쪽에 서 있는 반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견해는 아직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그간의 발언들과 상황을 살펴보면 추측이 어렵진 않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풀'며 법질서를 바로 '세'우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보수적 경제관을 과시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최근엔 '복지'에 푹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국정감사에서 박 전 대표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수 기반 확충하고 지출을 아끼며, 재정에 관한 투명한 공개하고 '암묵적인 국가채무' 관리까지 포함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년 만에 상당한 변화를 보인 것이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해 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상 '증세'방안인 셈이다.

경제분야에서 박 전 대표에게 적지않은 조언을 하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2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세로 가고, 소득세는 감세를 철회할 필요가 있다.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그 구간에서 세금을 좀 더 내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비타협적 보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경기도에서 취득세· 등록세 인하에 앞장섰던 만큼 이번 논쟁이 자신의 '보수적 정체성'을 다시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 임기와 관련한 단정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하라"는 지침을 측근들에게 내려 차기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오세훈 시장의 견해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일찌감치 감세유보론을 주장했던 김성식 의원 등 오 시장은 개혁성향 소장파와 가까운 편이다.

야당, 선점효과 상실할 우려 있어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감세 정책의 철회로 나아갈지를 짐작킨 어렵다. 청와대의 의중도 점치기 어렵다. 공정사회 드라이브,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감세철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세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 없었던 점,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강력한 발언, <조선일보>등 보수세력의 반발 등은 감세 유지 쪽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귀결점이 어디냐와 별개로 이 논쟁 자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대선 주자를 검증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한 장 더 쥐게 된 셈이다. 궁극적으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건설적 쟁점이 부각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야당과 진보진영 입장에서는 일찌감치 주장해 온 의제의 주도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세종시 문제가 친이 대 친박의 힘겨루기로 치환됐던 전사(前史)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더 공세적으로 이 문제를 의제화시키며 주도권을 되찾아 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감세철회 논쟁에 불을 붙인 정두언 의원의 최근 발언, "4대강 문제는 양보도 타협도 없다"를 감안하면, 여권은 이 논쟁이 격화되면서 다른 의제를 집어삼키는 부대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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