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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추석연휴, 열흘 꼬박 당직실에서만..."

[언론 네트워크] "1인근무 시스템, 휴일이 길어질수록 노동강도는 높아진다"

"올해 추석연휴가 가장 길다고 떠드는데 남의 이야기입니다. 명절이라고 아들내외가 집에 오지만 매번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마음대로 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직고용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답답합니다."

달서구 A초등학교에서 5년째 야간 경비(당직기사) 일을 하는 권모(66)씨는 18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말·대체휴일 포함 최대 10일까지 쉴 수 있는 최장기 추석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막막할 따름이다. 열흘동안 학교 당직실을 꼼짝없이 홀로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은 연휴기간 중 이틀을 쉴 수 있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마음대로 쉴 수 없다. 최저임금에 맞춘 낮은 일당인데다 황금연휴인 탓에 대체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권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당직기사들은 휴일에 근무할 사람을 직접 구하고 있다. 연휴 때까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권씨는 올해도 아들, 손자들을 학교 앞에서나마 잠깐 볼 수밖에 없다.

▲ 권모(66)씨가 추석연휴 열흘동안 당직 근무를 서야하는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2017.9.18.대구교육청 앞) ⓒ평화뉴스(김지연)

권씨는 월~목요일 오후 4시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밤새 16시간을 일한다. 주말에는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2박3일간 꼬박 지새운다. 그러나 계약서에는 1시간 근무하면 2시간 휴식하도록 돼있어서 실제 인정받는 근무시간은 평일 하루 7시간, 주말동안 11시간 뿐이다. 휴식시간에도 경보음이 울리거나 긴급한 상황이면 대기해야 한다. 한 달에 2번 쉬고 받는 월급은 150만원이다.

권씨를 비롯한 당직기사는 모두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들로 대구에만 400여명에 달한다. 지난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구교육청과 노조는 이들 직종에 대해 내년 3월을 목표로 정규직 전환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간 경비노동자들은 직고용될 경우, 고령의 나이 때문에 해고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교당직기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을 통해 2교대 근무원칙과 근로시간 인정 등을 권고했지만 3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200억원을 지원해 올해 초부터 800여개 학교에서 시중노임단가 적용, 2교대 근무 등을 적용하고 있다.

▲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기자회견(2017.9.18.대구교육청 앞) ⓒ평화뉴스(김지연)

이와 관련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대근무가 아닌 1인근무 시스템에서는 휴일이 길어질수록 노동강도는 높아진다"며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연휴기간 불합리한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 추석연휴기간 동안 ▷최소 3일의 특별휴가 실시와 ▷특별휴가에 따른 예산 증액편성 ▷대체인력 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 직고용 방안으로는 ▷현직 근무자 전원 고용승계 ▷건강검진 결과에 따른 고용 유지 ▷2교대 근무체계 ▷대기시간 근무시간으로 인정 등을 촉구한다.

정경희 학비노조대구지부장은 "그 나이에 일 할수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까지 열정 페이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본부장도 "국민권익위 권고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며 "교육청이 이들의 처우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성식 대구시교육청 총무인사팀장은 "연차는 보장하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없어 문제"라며 "각 업체에 대체인력 공급을 촉구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업체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영세업체의 경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세부적으로 파악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정희 행정회계과 교육공무직팀장은 "직고용 전환 후 대체 인력제 폐지나 무인 경비 시스템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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