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만하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입는 타격이 너무 크다.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고 정국구상이 헝클어진다. 나아가 레임덕을 부른다. 그래서 어떻게든 김태호 후보자만은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 다른 여러 이유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절대 안 된다.
지난해 7월이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의혹 등에 휘말리자 청와대가 내정을 철회하면서 밝혔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라면서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곳도 아닌 검찰이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스폰을 받은 행위보다 스폰을 받은 행위를 부인하는 천성관 후보자의 언동을 더 크게 문제 삼은 것이다.
이것 때문이다. 김태호 후보자를 살려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그를 살리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죽는다. 그러면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깎인다.
▲ 김태호 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김태호 후보자도 거짓말을 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거짓말을 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골프를 친 시점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숙박비 93만 원의 진실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천성관 당시 후보자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다른 건 있다. 천성관은 검찰총장 후보자였고 김태호는 총리 후보자라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검찰총장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곳"이니까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총리는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검찰총장보다 더 큰 진실성을 보여야 하는 자리가 총리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당연히 성립된다.
거짓말을 한 장소가 청문회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곧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되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 '총리 김태호'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청와대 참모진에게 당부했다. "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괜한 주문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수많은 청문회에서 이미 인사검증의 기준은 충분히 정립됐기에 괜한 주문이다. 그냥 차용하면 된다. 나아가 대통령이 먼저 지키면 자동으로 정립되는 기준이기에 괜한 주문이다. 천성관 후보자에게 적용한 인사원칙을 그냥 지키면 된다.
청와대는 '빅딜'을 모색할 게 아니라 '빅마우스'를 경계해야 한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청와대, 일언을 풍선껌으로 여기는 청와대로 비쳐지는 것부터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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