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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보다 못한 김태호…청문회서 '훅'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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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보다 못한 김태호…청문회서 '훅' 갔다

[분석] '젊은 늙은이', '더듬이 총리', '거짓말'까지…

장관 후보자들을 전부 다 안고 가느냐, 한 두명은 날리느냐를 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고민에 빠졌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던 간에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버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외려 김 후보자를 살리기 위해 '버리는 카드'의 무게가 높아질 수도 있어 보인다. 야심차게 빼든 젊은 총리 카드가 망가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4, 25 양일간 진행된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는 이명박 정부에게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김태호 총리 후보자까지, 주단을 깔아주며 차기 후보군으로 '키우는' 인물들이 모두 예상 밖으로 함량미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차리리 '소극(笑劇)'이었던 '정운찬 청문회'

▲ 정운찬 전 총리의 청문회 당시 모습ⓒ프레시안(최형락)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여러모로 지난 해 9월의 정운찬 전 총리 청문회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야권 대선후보군으로까지 거론됐던 당시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총리로 발탁 됐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한 방 먹은 표정이었고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틀 간의 청문회 이후 "우리가 후보로 모셨으면 큰일 날 뻔 했다."(민주당 핵심 관계자), "어차피 크게 긴장 안 했지만 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 같다."(친박계 의원), "우리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선후보로는) 아웃이라고 봐야 된다."(수도권 친이계 의원) 식의 반응들이 나왔다.

당시 정 후보자는 여러 의혹이 쏟아질 때마다 "어렸을 때부터 바르게 살려고 늘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아들에게 여러 실익이 있으니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정 전 총리의 청문회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한 의원은 "저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고 한탄했었다.

김태호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치자금 10억 대출 건'에 대해 "돈 없으면 정치하지 말란 말이냐"고 큰 소리를 치면서 몇 차례나 말을 바꿨다. 청문회 시작 전 '책임질 일 이 있을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에게 큰 소리를 쳤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교분에 대해 수 차례 말을 바꾸며 '기억을 더듬는 모습'에선 기존의 '견습 인턴 총리'대신 '더듬이 총리'란 별명을 얻었다.

"정운찬보다 김태호가 훨씬 더 못하다"

▲ 김태호 총리 후보자ⓒ프레시안(최형락)


그래도 정운찬 전 총리 때는 총리 인준 자체가 쟁점으로 떠오르진 않았다. 자기 관리, 의혹에 대한 반론의 설득력 수준, 대중의 눈높이에 대한 인식 등 이른바 '정무적 능력'에 대해선 낙제점을 받았지만 도덕성 자체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청문회에 나와 거짓말만 하고 있더라"는 식으로 평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더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청문회 결산 결과 김태호가 정운찬보다 훨씬 못하다"고 잘라 말했다. 여권의 '쓴소리 꾼'이지만 박인주 사회통합수석 추천장을 청와대로 보냈던 인명진 목사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정말 내가 사람을 조금 검증을 잘못했다. 친서민 총리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이런 사람을 총리로 만약 세운다면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누가 믿겠냐"고 말했다.

말을 아끼고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김태호 후보자를 엄호조차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 직후인 지난 달 30일 "공직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늙은 젊은이다. 사고가 낡은 공직자도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만 48세의 나이에 '기억을 더듬는' 것이 특기인 김 후보자를 겨냥한 말이 아닌가 할 정도다. 총리 인준 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이제는 '혹'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태호 후보자 청문회는 청와대 입장에선 두 가지 지점에서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먼저 '젊은 서민형 총리'로 이 대통령 임기 후반부, 국정운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둘째 이른바 '친이 6룡'으로까지 언급되는 차기 후보군을 통한 정권 재창출 구상도 헝클어지게 됐다. 정운찬 전 총리도, 김태호 총리 후보자도 청와대에서 끌어올려 주단을 깔아줬지만 흙 묻은 발로 구겨버렸다.

지난해 총리 청문회 이후 '차기 정운찬'에 대한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9개월 간의 총리 재임 후에도 별 다르지 않다. 중앙정치 무대 데뷔전을 망친 것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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