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어렵지 않겠냐"며 "여권 고위 관계자도 같은 얘기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금은 '산 자여 따르라'고 할 때가 아니"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24-25일 이틀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는 다수의 실정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골프 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기존에 제기됐던 의혹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됐다. 27일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일찌감치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파,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박 대표가 여권 고위관계자의 전언을 밝힌 것은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 굳히기' 차원일수도 있고, 실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달라진 기류를 반영한 얘기일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이어 "야당 청문위원 6명이 잘 대처할 것인 만큼 지금 (민주당의 본회의 대응 지침을)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켜보고 마지막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당 청문위원 4명에게도 '영광은 강기갑(민노당), 조순형(자유선진당) 의원에게 드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 이틀 고집 피우다가 나머지 2년 반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8.8 내각'을 지키려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박 대표는 "오늘부터는 내려가는 2년 반인데 하산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내려가다가 넘어지면 나라가 넘어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부도덕-부적격 후보 사퇴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박지원 대표는 김태호 후보자를 겨냥해 "총리는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우리 야권은 청문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구해서 김태호 후보자가 8개의 실정법을 위반한 것을 고발하겠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행명령에 동의해줬는데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김태호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보니까 인사의 대상이 아니라 수사의 대상"이라면서 "입법부에서 다룰 사람이 아니라 사법부로 넘겨야할 사람"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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