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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한민국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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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른바 '대한민국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

[이충렬의 정권+교체] 김구·김대중·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1. 이른바 '대한민국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역사 인식을 밝혔다.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기원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물론 극우세력과 뉴라이트 계열은 정반대 역사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다음날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이라는 류석춘 이화여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8년에 이루어졌다"라고 주장했다.

며칠 뒤 <중앙SUNDAY>는 사설을 통해 좀 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1919년도 아니고, 1948년도 아니고 대한제국(1897년)을 대한민국의 기원으로 삼아야 된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한 국가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중구난방일 수가 있는가?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원인은 단순히 과거 역사에 대한 회고적 평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투쟁을 둘러싼 주도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은 우리 현대사의 숙원을 해결할 희망을 던져주었다. 동학혁명의 좌절, 일제강점, 분단과 내전, 그리고 군부독재에 시달렸던 우리 민족이 시민혁명의 에너지로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 세울 추진력을 갖게 되었다.

2. 건국정신의 아버지들: 김구·김대중·노무현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기원에 대해 명료하게 선언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3·1독립운동과 이에 힘입어 탄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내세운 건국정신은 무엇일까?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자주·독립한 민주공화국'의 건설로 요약할 수 있다. (☞관련기사 : 건국 정신? 최초로 '공화국' 내건 '1919 임시정부')
지난 100년을 개괄해 보면 대한민국의 양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김구·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로 대표되는 흐름이다. 흔히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이라고 지칭된다. 오늘날 두 세력을 뛰어넘은 국민통합을 추구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진정한 국민통합은 올바른 것은 이어받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구·김대중·노무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을 이 땅에 실현한 지도자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바로 이들이야말로 건국정신의 수호자이자 민주주의의 아버지들인 것이다.

이들은 민중혁명의 동력을 자신의 존재 근거로 삼았다. 김구는 동학혁명과 3·1독립운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도했고, 김대중은 6월항쟁에 힘입어 정권교체를 일구었고, 노무현은 시민이 일으킨 정치혁명인 '노풍'으로 집권하였다. 이승만으로 시작되는 흐름이 외세와 군부독재에 의존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

3. 촛불혁명: 동방의 등불에서 민주주의의 횃불로

2016년 세계는 대단히 혼란하였다. 남유럽의 혼란,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등장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대한민국에서 세계의 흐름을 바꾸는 촛불혁명이 발생했다.

일찍이 타고르는 조선을 일컬어 '동방의 등불'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제는 세계를 밝히는 '민주주의의 횃불'이라고 부르고 싶다.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혀보면 촛불혁명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다. 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의 인식 수준에서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수주의적 극우세력이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폭압적인 왕조체제를 고집하고 있고, 중국 역시 공산당 1당독재를 실시하고 있다. 개괄하면 동아시아는 아직도 20세기적 전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군부독재를 뿌리로 하는 폭압체제를 평화적인 시민혁명으로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전진시키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이상을 전면적으로 실현할 계기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세력이 출현했음을 알리고 있다. 촛불혁명을 통하여 대한민국은 건국정신을 활짝 꽃피울 결정적 계기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촛불시민과 문재인 정부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달리 표현하면 촛불혁명은 일찍이 김대중이 말한 '행동하는 양심'과 노무현이 말한 '깨어난 시민들의 조직화된 힘'이 마침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정부는 시민의 지지를 먹고산다. 대중의 지지가 떠나가면 보수반동은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노무현 정부 이후 지난 9년간의 체험을 통해 우리는 극우반동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다. 나라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던가?

4. 촛불시민과 문재인정부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역사상 최초로 맞이한 시민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역사적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에 힌트가 있다. 정치가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시민혁명의 시대에 이 경구는 특별히 더 유효하다.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도 일의 선후와 완급을 조절하면서 당면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사회 각 부문마다 적폐와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정과 외치에 이르기 까지 난제가 수두룩하다.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치울 수는 없다. 개혁의 완성까지 10년이 걸릴 지 20년이 걸릴 지 지금은 모른다. 조급함과 미숙함으로 보수반동이 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촛불시민의 집단지성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실시간 소통으로 민주적 참여가 가능해진 조건에서 시민의 집단지성은 큰 방향을 결정할 위력적인 수단이다.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난 시민들의 조직화된 힘'이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입각하여 집단적 지혜를 발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두 가지를 특히 힘주어 강조하고 싶다. 민주정부의 주적은 '불통과 부패'다. 촛불시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촛불민의를 등대 삼을 때 험난한 개혁의 여정은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다. 비판과 의견에 대해서 항상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잘못을 깨달았을 때 빨리 빨리 인정하고 고쳐서 촛불민의와 함께 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부패와의 전쟁이다. 역사상 어떤 나라도 안으로 썩으면 망하기 마련이다. 한때 전 세계 진보세력의 우상이었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그의 후계자 호세티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유죄혐의를 받거나 탄핵당했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과의 부패 스캔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썩어도 너무 썩었다. 방산비리, 인허가·인증비리 등 사회 각 부문에서 기득권 부패 카르텔이 굳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민주정부는 끝까지 부패와 타협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러자면 스스로부터 청렴해야 할 것이다. 소통과 청렴이라는 큰 원칙을 견지해 나간다면 성공하리라 기대한다.

미국의 러시모어 산에 가보면 미국 대통령 4명의 석조상이 있다. 미국의 건국정신을 꽃피운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있다. 우리에게도 김구·김대중·노무현이라는 지도자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민혁명의 과제를 잘 수행한다면 우리는 4번째 지도자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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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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