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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위해 공론을 하늘같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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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위해 공론을 하늘같이 알아야 한다

[최창렬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지지를 유지하려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의 높은 지지율은 유례없는 국정농단 정권의 기저효과와 집권세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리고 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의 동의가 지지율 70%대를 유지하는 근거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를 유지하려면 국민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공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굳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등 역대 정부의 예를 들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은 정부가 오만하다고 인식되는 순간 시작된다.

적폐 청산과 개혁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국정개혁과제를 정책으로 구체화하려면 460여개의 입법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70%를 상회하고, 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50%라고 해도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 초대기업과 연소득 3억 이상 고액 소득자에 대한 증세,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권력의 분산과 국가정보원 개혁 등을 추진할 추동력의 확보가 만만치 않다. 개혁입법을 다룰 상임위원회의 수장의 과반 이상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정원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므로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군 복무기관 18개월 단축은 국방위 소관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공수처 설치는 법사위, 증세는 기획재정위의 관문이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다 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은 그동안 형식적 민주주의의 담지자임과 동시에 정치적 국외자의 이중적 측면을 지니고 있던 국민이 실질적으로 주권을 행사하여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린 역사적 혁명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다. 통치의 대상자이던 국민이 정치의 주체로서 통치를 거부했던 위대한 자각의 결과다. 지금의 여소야대 국회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한 세력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기 전의 국민의 선택이었다. 총선 당시 유권자들은 박근혜 집권세력의 국정농단과 헌법 유린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의 정당체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당의 의석분포가 민심에 비례적이지 않더라도 선거에 의하여 구성된 정당체제를 재정열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는 집권세력이 지향하는 각종 정책과 개혁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면 정부에 대한 시민의 정치적 신뢰를 동력으로 제1야당을 제외한 정당과 연대 및 공조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시민적 에너지를 여하히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 투입시켜 정당체제의 의석 분포와의 괴리를 극복하느냐에 적폐청산과 개혁의 성패가 달렸다. 시민의 정치적 활성화가 의회권력을 움직이게 할 동력으로 작동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추동하는 세력은 역시 청와대와 여당, 정부 등 집권세력일 수밖에 없다. 비록 집권당이 소수라 하더라도 여권이 시민적 지지를 조직화할 수 있다면 야당의 조직적이고 의도적 반대는 한계에 봉착한다. 집권세력과 야당과의 함수관계에서 독립변수는 여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치의 복원은 절실하다. 논쟁적이고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야말로 정치의 기능이자 역할이다. 문제 해결을 대통령과 국회 등 선출 권력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절차적 형식성과 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적 규범의 긴장 사이에 접점을 찾는 작업 또한 정치의 몫이다.
우선 여권 내의 주요 정치행위자간의 협치가 긴요하다. 청와대 참모 그룹과 정부 관료, 정당사이의 권력관계를 조정하고 인식의 간극을 메워 나가는 시스템의 구축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정 그룹의 독주를 배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상시적으로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조율의 근거는 역시 여론이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전문가주의, 기술 관료주의를 부정하면서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아무리 복합적이고 그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해도 전문가에 의한 통치체제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들 엘리트에 의한 통치가 인민 다수의 결정보다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에 근거한 공론을 조직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 일반의 공론을 엄중하게 받들고 중하게 여겨야 한다. 민중적 에너지가 대의 민주주의 체제 속에 투입되게 하는 정치적 역량은 역시 민의를 소중히 여기는 데서 나온다.

11년 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사의 임명에 반대하는 과학계와 시민사회의 의사는 공론으로 보아야 한다. 공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촛불시민의 에너지를 정치과정에 접목시켜 나갈 수 없다. 보편성과 객관성을 띤 시민의 공론이 무시당한다면 이미 시민은 정치의 주체가 아니다. 시민은 또 다시 통치의 객체로 전락할 수 있다. 그리고 여소야대 국회를 무슨 힘으로 돌파해 나갈 것인가. 지지율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 출근하는 박기영 본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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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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