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3박 5일 방미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방미와 이어진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51일 만에 성사된 것으로 역사상 취임 이후 가장 빨리 이루어진 것이라 전해진다. 한미 간의 산적한 난제와 그 긴박함 때문인지 장진호 전투비 헌화 및 연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 한미 정상회담 등 그 모든 방문 일정이 한국 언론 매체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지 시각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7시간 뒤에 공동 성명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으며,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공약을 확고히 하였다. 특별히 한국은 한반도와 북핵문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정부 주도권 지지를 확인하고,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에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입장을 명확히 전달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순방과 정상 회담에 크게 주목받았던 경제·무역 분야는 양국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 발전, 여타 경제 분야에 있어서의 양자 협력 증진,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공조 등에 합의했다. 한국 언론에 의하면 한국은 일찍이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양국의 무역 현황과 각종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실정에 근거한 설득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미국 측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에 특히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그에 걸었던 기대와 반응
한편으로 문재인 대통령 방미와 그 결과를 지켜본 중국의 언론은 대체로 조용하다. 그 중 몇몇을 자세히 보자면 그들은 한미 간의 최대 이슈는 북한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일 것이라 예상했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기 바라며 한국에 방향을 제시하는 모양새였다.
중국의 한 학자는 칼럼을 통해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NO'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이는 문재인 정부의 '노란불 전략'은 결국 미중 양국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이 원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었던 이번 한국 대통령 방미를 저평가하고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한국 측이 미국을 방문해 '尚方宝剑(상방보검, 황제가 신하에 하사한 검으로 특별한 권한의 부여를 의미함)'을 얻었지만, 사드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주도적 역할의 확보로 국내 보수파 우려를 잠재울 수는 있지만, 이는 원칙적 표현에다 차후 바뀔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환구시보>의 한 칼럼에는 문재인 정부가 마음에 불안을 품고서 두둑한 선물을 가지고 미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상황인데, 이는 흔히 말하는 강호의 규칙에 따라 그 우두머리를 방문한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한국이 국내 과반의 반대,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 사드로 인해 약해진 한국의 지정학적 강점 등을 잘 피력하여 향후에 사드 문제가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는 것이 좋다고 제언한다.
한국의 현실과 어긋나는 중국의 바람들
지난 7월 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성공을 발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G20 회의 준비에, 미국의 경우는 독립기념일 휴가가 한창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과 남북대화 재개의 의지를 피력했던 한국이 한미연합 무력시위를 미국 측에 제안했고,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이튿날 오전 한국 동해안에서 공동으로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현지 시간 6일,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신(新) 베를린 선언'이라 불릴만한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동시에 이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핵 동결을 다시금 강조하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경고하여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 언론의 평가이다.
그러나 최소한, 밖으로 드러난 중국의 입장과 대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한 러시아와 공조도 여전하다. 각국에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며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우려나 반응과 사뭇 다르다. 한국이 한반도 내지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정책을 여러 차례 피력하며 이해를 요구해도, 위와 같이 다른 이야기로 국내외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는 태도도 달라진 바는 없다고 본다.
향후 한중관계
며칠 전 중국 랴오닝성 션양 지역에서 한국 관광을 위한 개별 비자까지 발급이 어려워졌다는 국내 보도가 나왔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 취임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 수차례, 특히 이번 방미 기간 미국의 주요 의회 인사에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의 확고한 의지를 재차 밝힌 이후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다시 강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관련 기업과 업계 고통은 여전하다.
한편 6일 오전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최근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론적 이야기에는 동의했으나, 한반도 문제 해법과 그에 관련한 중국의 역할, 사드에 관해서는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며 상당한 의견의 차이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각자의 국익과 국내의 여론이 관련된 문제라 어느 누구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한중간의 긴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의미이다.
한국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 국내의 혼란을 수습하고 반 년 가량의 외교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이제 갓 시작된 것이다. 사실 조급할 필요도 없고, 때로 기다릴 필요도 있다.
미중 관계나 북한 도발과 관련한 한국의 과제는 복합적이라 한 순간에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외 선동과 이득 없는 양자택일 압박에 동요하고 끌려가기 보다는 이미 밝혔던 대로 원칙을 가지고 목표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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