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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ㆍ안희정, 새 시대 장남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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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ㆍ안희정, 새 시대 장남이 되라

[의제27 '시선'] 386 혁신 자치단체장들의 과제

1. 6.2 지방선거가 낳은 풀뿌리 단체장 세대, 시민의 생활에서 의제를 발굴하라

한국사회에는 말만 많고 쓸모가 적은 두 개의 전문가 집단이 존재한다. 하나는 경제학 교수들이다. 1998년 IMF가 엄습하였을 때 이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경고음을 보낸 경제학자들은 거의 없었다. 최근 모든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고상한 경제학자들은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10분의 1만큼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다른 하나는 선거와 정당을 다루는 정치학자들이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역할은 민심 동향에 대한 면밀한 추적에 따른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언론보도에 기댄 사후적 평론이었다.

두 전문가 집단이 헛발질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서민 대중 또는 민심과의 유리였다. 그들의 일차적 관심은 일그러진 바닥의 현실이나 분노한 대중의 목소리, 실현가능한 대안이 아니라 서구의 선진 모델(대중정당이냐 선거전문가정당이냐)이거나 현학적인 거대담론(운동이냐 정당이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도 이명박정부의 비극도 여기에 있다. 여러 가지에 있어 중요한 차이가 있겠지만 정부 실패를 가져온 결정적 공통점은 두 대통령 모두 국민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최우선의 국정과제로 추진하였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대연정, 개헌이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이 그러하다.

향후 한국정치의 10년은 안희정과 이광재로 상징되는 혁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이전 386세대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과거 386세대의 정치 엘리트들은 전대협 의장과 명문대 총학생회장을 걸쳐 곧 바로 국회라는 중앙정치에 진입하였다. 열정과 순수함은 남달랐지만 국가와 사회를 운용하고 조율할 체계적 훈련이나 지식을 갈고 닦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6.2 지방선거는 지방에서 중앙으로, 풀뿌리에서 여의도와 청와대로 향하는, 아래로부터의 정치 충원 루트를 개척하여 주었다. 이광재와 안희정으로 상징되는 혁신 자치단체장의 첫째 과제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민과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계몽군주나 철인 왕이 아니라 지혜로운 민중의 대표이자 대리인일 뿐이다.

▲ 안희정 충남지사(왼쪽)과 이광재 강원지사 ⓒ연합

2. 김상곤 교육감을 연구하면 길이 보인다

말 많고 탈 많은 동네가 진보 정치권이다. 나는 아직 김상곤 교육감만큼 지지자들을 결속하면서 보수 정당과의 싸움을 결연하게 치룬 이를 본 적이 없다. 아울러 그는 친환경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공립형 혁신학교 등 학부모들의 이해와 요구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생산하고 공론화하는 데 있어 남다른 대안 제시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두 가지 속설을 멋지게 극복하였다. 하나는 진보의 무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진보의 분열 테제이다. 그의 상징이 된 무상급식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을 결집시켰고 30-40대 주부 수십만 표를 몰아다 주었다.

말하자면 이광재와 안희정의 두 번째 과제는 능력과 연대이다. 나는 두 사람이 상징하는 가치가 부정부패 때문에 퇴색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그저 고만 고만한 무난함과 안주이다. 토건국가 방식으로 성장과 발전을 꾀하거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행정의 효율성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보수의 성공이자 진보의 패배이다.

민원인에 대한 친절을 최고선으로 간주하는 뒤떨어진 행정체계를 주민참여시스템으로 개조하는 것, 일자리·복지·교육 중심으로 조직과 예산을 전면 개편하는 것, 보도블록 교체로 상징되는 낭비적 요소를 일소하는 것, 생태와 환경의 가치를 행정에 반영하는 것,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제 정당과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한 남 다른 성과의 구축이야말로 중대한 과제이다.

3. 생각 바꾸기, 색깔 있는 정책이 정치를 결정한다

중앙정치와 달리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서 정당과 정치의 중심성은 약화된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정당과 정치를 잊고 행정에만 집중하라는 것은 아니다. 본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개입과 활동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혁신 자치단체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하고 합리적인 정치적 행위는 색깔 있는 정책의 입안과 실효성 있는 집행이다.

정책의 중심은 사회정책이다. 더 이상 복지는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박근혜 의원도 복지를 힘주어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새로운 진보의 복지는 산업정책과 재정안정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생색내기가 아니라 생협이나 사회적 기업 중심의 로컬푸드 시스템이나 지역유통체계의 구축과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 스웨덴 사민주의와 보편적 복지를 가능하게 한 조건은 고용창출 중심의 산업정책과 건전 재정이었다.

최근 최저임금이 확정되었다. 전년보다 5.1% 오른 4320원으로 어렵게 결정되었다. 놀라운 일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조차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외국인노동자, 알바, 비정규계약직 등 수백만의 삶의 조건을 좌우하는 이렇듯 중대한 현안이 월드컵의 16강 축포 속에서 조용히 묻혀 졌다. 혁신 자치제는 당연히 이러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 충청도와 강원도부터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 보조제를 시행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권고하는 인권조례를 제정하자. SSM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중앙정부의 입법과 재정 지원을 바라면서 손을 놓고 뭉기적거리는 것은 분권화된 지방정치 시대에 맞지 않는다. 중앙을 따르게 할 지방모델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해답이다.

4. 공동지방정부의 실험, 어렵지만 가야할 길

필자가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전략공천 지역)의 결정권을 가진 민주당 대표라면,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의원을 범야권 단일후보로 공천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동지방정부의 실현을 수 없이 외친 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신의이자, MB정부 심판을 위해 중도 사퇴하였던 타당 후보에 대해 최대 지분을 갖고 기대 이상의 혜택을 누린 민주당의 도리이다. 헤게모니는 편협한 자기의 당파적 이익을 넘어 설 때만이 발휘될 수 있다. 게다가 심상정과 이재오의 구도는 7.28 보궐선거를 MB정부 심판의 전국적 이슈로 확대함으로써 은평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고, 연합정치의 소중한 경험을 축적할 갚진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자치단체장의 또 하나의 과제는 다양한 참여자들이 권한을 행사하는 로컬 거버넌스, 구체적으로는 공동지방정부의 실험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갈등이 만만치 않겠지만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은 관변단체와 토호권력으로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찾고 나아가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단지 생색이 아니라 도시계획위원회나 인사자문위원회와 같은 본질적인 활동과 실질적 권한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자치단체장들의 공동지방정부의 노하우와 상호 신뢰가 축적된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연합정치는 어렵지 않게 활성화될 것이다.

이광재와 안희정으로 상징되는 풀뿌리 자치단체장들은 더 이상 노무현 키즈(kids)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구시대의 막내가 아니라 새 시대의 장남이 되라는 것이 유권자와 지지자들의 분명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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