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좌클릭' 민주당과 '우클릭' 민노당, 역사를 써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좌클릭' 민주당과 '우클릭' 민노당, 역사를 써라"

[좌담] '초유의 실험' 공동지방정부, 4년 청사진을 그리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선거연합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이뤘다. 선거에서 야권연대는 당선 후 공동지방정부 구성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했던 강병기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을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하는 등 지자체 별로 다양한 수위에서 공동정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자리'와 '정책'을 나누는 공동정부가 좀 더 실험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게 기초단체다. 권한이 크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구체적인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진보'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가 무상급식 이슈가 선거 초반을 주도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복지 경쟁이 진행됐던 선거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중앙의 예산을 따오는 데야 여당 출신이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복지 경쟁에선 야당 출신들이 우세해 보인다. 정책적 고민의 뿌리가 깊고 지역 시민단체들과 연대 경험도 많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진보적 의제를 수혈받을 수 있고 거꾸로 민노당은 민주당의 시정경험을 전수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좌우 양측의 요구에 압착될 가능성도 높다.

4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험대에 오른 공동지방정부, 그동안 현장에서 어떤 논의들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관문들을 통과해야할까.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에 참석한 민주당 출신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당선자와 민주노동당 출신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는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노원구의원, 서울시의원을 지내며 노원구를 꿰뚫고 있는 김 당선자는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낸 정책통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진보의 미래'에 천착할 때도 브레인 역할을 했다.

인천에서 학생운동, 노동운동, 지역운동을 해 구청장까지 온 배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 인천 남동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그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를 따돌리고 의미 있는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당끼리 광역단체장부터 구청장까지 전면적 선거연합이 실시된 인천에서 민노당 몫 구청장 후보로 지목될 이유가 충분했다. 그리고 배 당선자의 득표율은 인천 구청장 당선자들 가운데 1등이다.

두 사람 모두 "구청장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무리하지 않고 차분하게 하겠다"고 몸을 낮췄지만 포부는 구체적이면서도 만만치 않았다. 눈에 쏙 들어오는 정책들을 하나씩만 들어 얘기해보면 이렇다.

김 당선자는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연관된 SSM(기업형 슈퍼마켓)문제에 대해 복안을 내놓았다. 사실 구청장은 SSM 입점을 규제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김 당선자는 영업 규제 등 구청장의 권한을 최대한 사용해 우회적으로 입점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배진교 당선자는 영유아 무상 예방접종을 공약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 강남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는 "우리 인천 남동구에서 전면적으로 실시하는데 드는 비용이 28억 원이다. 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협의해보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은 "지방자치 역사상 지자체 인수위에 관심이 쏠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사실상 이제부터 지방자치의 본격화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단체장들과 마찬가지로 김성환, 배진교 두 사람의 임기도 7월 1일 시작된다. 김성환 당선자는 구민들이 퇴근하고 편하게 걸어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취임식 시간을 저녁 7시로 잡았다. 구청 강당에서 진행되는 배진교 당선자의 취임식에는 내빈소개나 축사, 형식적 방명록도 없다. 대신 초청받은 구민, 소외계층 주민들이 구청에 바라는 요구사항이나 격려, 쓴소리 등을 적어서 '소통의 함'에 넣게 했다. 틀에 박힌 취임식과는 확 다르다.

29일 오후 <프레시안>회의실에서 진행한 좌담은 지방선거 연대에 적극 동참한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인 박순성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당선자,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당선자,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이 참여했다.
편집자

"공동 지방정부, 이렇게 구성된다"

▲ 박순성 교수, 배진교 당선자, 하승창 운영위원, 김성환 당선자가 한 자리에 앉았다ⓒ프레시안(손문상)

박순성: 먼저 당선을 축하드린다. 오늘은 공동지방정부 구성과 또 기초단체 수권 이후 활동 계획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해보자. 먼저 당선자들이 지방정부 인수 과정에 겪었던 어려움이나 느낀 각오 등을 이야기해달라.

배진교: 인천은 전면적 선거연합이라고 표현될 정도였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확정됐다. 88개 공동정책에 대한 협약식, 후보 조정, 시장 후보 단일화까지 진행됐다. 진보신당은 빠졌고 창조한국당은 인천에서 당세가 약해서 나머지 야3당과 26개 시민단체가 인천지방선거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 결과로 시장부터 기초단체까지 전면적 권력교체를 이뤘다. 시장 인수위도 야3당과 전문가 그룹, 시민사회단체, 송영길 당선자의 인적 인프라가 통합돼서 구성됐다. 송영길 당선자가 공직사회를 전면적 칼질한다는 소문이 나서 공무원들이 떨고 초반엔 자료 공개를 꺼리는 현상까지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다 공개될 것이라고 공직사회를 설득했는데 선거 운동 때는 인천의 빚이 7조 2000억 원인줄 알았는데 뚜껑을 얼여보니 9조 4000억 원 이었단다. 시 인수위는 정책방향 제시보다 현실 진단이 더 급했던 듯 하다.

그래도 구 단위는 좀 여유가 있긴 했다. 하지만 야당 출신, 게다가 민주노동당 출신인 내가 당선되다 보니까 공무원들이 긴장을 많이 해서 그걸 좀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했다. 인수위의 이름도 소통과 포용의 인수위로 정했고 공무원들도 직접 참여해서 의견개진토록 폭도 넓혔다. 행정재정위, 도시건설위, 보건복지위, 소통위원회등 4개 분과위로 구성했는데 소통에 중점을 두다보니 공무원들의 긴장도 낮아져서 결국 잘 된 것 같다. 인수 시간 동안은 구청장 당선자의 정치철학과 마인드가 어떤 것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전망을 보여줬다. 세세한 것보다 앞으로 4년의 방향을 서로 이해하는 식으로 했다. 한편에선 너무 약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웃음)

김성환: 인천의 전면적 선거연합과 달리 서울은 5+4, 4+4 결렬 이후 동네 단위로 쪼개져서 단일화 과정을 진행했다. 우리도 진보신당이 빠진 이후 공동정책협약으로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었다. 우리 노원에서 만든 안이 일종의 표준 모델이 돼서 다른 곳에서도 준용했다.

저는 인수위라는 표현을 안 쓰고 시민참여좋은노원준비위를 구성해 인수인계 작업을 했다. 민노당, 시민사회, 민주당에서 나온 3명이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인수위원도 민주당은 절반만 충원했다. 개인적으로 구의원, 시의원도 지내서 동네 사정을 어지간히 알고 청와대에서 정책파트 일을 했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 것인지에 대해 좀 감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들어온 분들 정치적 학습의 장을 여는 데 신경을 썼다.

공동정부 잘 되겠냐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민주당이 좀더 진보적인 방향, 노동환경친화적으로 이른바 '좌클릭'을 하고 다른 정당들은 전체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이른바 약간의 '우클릭'을 한다면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좋은노원준비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앞으로 민노당 2인, 국민참여당 2인, 시민단체 2인, 민주당 5인 해서 11인 테이블을 당정협의 비슷하게 정기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그 테이블에서 공동지방정부 목표를 확인하고 협의하게 된다. 우리 지역은 1995년 국민회의 구청장이 딱 5개월 일하고 구속된 것만 빼면 내리 한나라당이 집권해온 곳이다. 강북에서 민주당 계열이 집권한 경험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그래서 기대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기존의 개발, 투자 경쟁에 감세 영향까지 겹쳐 실제로 쓸 수 있는 재정이 많지 않다. 그리고 지방소비세를 통한 세원 개편도 서울엔 별로 유리한 것이 없다. 자치구가 돈을 뽑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결국 시스템을 바꾸고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바꿔야만 삽질하지 않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긴데…앞으로 고된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박순성: 두 분 말씀 들어보니 벌써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연합정치의 선두에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공동정부 구성 과정에 많은 일을 했던 희망과 대안 쪽에서도 좀 이야기를 해달라.

하승창: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지역을 막론하고 지방정부 인수위가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기대도 높고 도전적인 일이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지방자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합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어떤 지방행정 모델을 만드느냐가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과거엔 이런 점들이 사실 눈에 잘 안들어왔다. 지방선거는 정권 중간평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 않나. 이제는 사례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게 되고 새로운 정치의 지표가 되고 궁극적으로 정치를 바꾸게 될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공동정책의 틀에 향후 방향이 담겨 있는데 이걸 어떻게 구체화해서 혁신 사례와 모델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한 번도 안해본 것인데 잘 되겠나'는 의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바로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하게 된다. 누가 잘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기회와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권한 확인해서 '칼집'에 딱 넣은 다음에 공문 보냈다"

박순성: 김성환 당선자에게 묻겠다. 풀뿌리 차원의 혁신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주문인데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 선거국면의 연합정치가 아닌 일상국면을 염두에 두고 말해달라.

▲ "구청장의 권한은 크지 않다. 하지만 구체성이 있다"는 김성환 노원구청장 당선자ⓒ프레시안(손문상)

김성환: 아직 100%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 동네 SSM(기업형 수퍼마켓)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그간 우리 지역에선 민노당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집회를 열어왔다. 그 전엔 구청장이 만나주지도 않았고 국회에선 아직 법이 낮잠 자고 있고 서울시의 조례는 실질적 제한을 하지 못했다.

당선 이후 민노당, 시민사회와 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공무원들에게) 구청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관련 권한을 한번 가져와보라고 했다. 원산지 표시 제대로 안하면 벌금, 위생 조건 제대로 안 지키면 영업정지 7일, 청소년들한테 술과 담배 팔다가 걸리면 영업정지 얼마…이런 규정들이 있더라. 이걸 확인해서 칼집에 일단 딱 넣었다. 그 다음에 "노원구에는 이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많아서 SSM 입점을 반대한다. 만약 입점하면 이러저러한 행정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공문을 업체에 보냈다.

여기서 시민사회와 민노당은 공동정부에 참여한 한 이유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이런 사례가 쌓이면 여러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단체장이 SSM을 막을 직접 권한은 없다. 하지만 사후적 여러 권한을 통해 예를 들어 청소년들한테 담배 파는지 안 파는지 입구에서 딱 지키고 볼 순 있다. 영업정지 두 달 맞으면 그 업소는 사실상 문 닫아야 한다.

기초단체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실 실질적 권한은 크지 않다. 하지만 문제제기와 이슈화는 가능하다. 우리 노원의 목표는 교육중심녹색복지도시다. 행정시스템을 개편하고 싶다. 현재 복지시스템은 구 단위까지 구축되어 있는데 동 단위까지 만들어보겠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창의적 교육을 하겠다는 혁신학교가 학교 안의 모델인데 나는 지역교육청과 협력해 학교 안팎을 바꾸겠다. 학원 많고 국영수 잘하는 동네가 집값이 높은데, 우리는 아이들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보겠다.

그리고 노원은 강력범죄 발생률은 서울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그런데 자살률은 아주 높다. 이 통계는 경찰에서 잡히는데 엊그제 경찰서장을 만나서 우리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추도록 같이 노력해보자고 말했다. 자살률이라는게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단면 중 하나가 아닌가? 전문가들은 복지와 노동, 교육을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막상 동네에서 보면 이 지원 시스템은 다 분절되어 있다. 재원도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맞춤형 지원시스템이 안 되어있다. 예산 지원도 부족하고 사례관리도 안 되고 있다. 동네에서 이러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통계나 자료를 중앙에 제출하고 학자들한테 알리면서 새롭게 시도하는 여러 노력이 중요하다.

박순성: 김성환 당선자가 말한 것이야 말로 혁신모델인 것 같다. 분절되어 있는 교육, 노동, 복지를 통합하는 것이 혁신 아니겠나? 환경노동친화적으로 좌클릭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와 닿는다. 그런데 인천 남동구 배진교 당선자는 이른바 좌쪽에서 오신 분인데(웃음) 지역 상공인이나 민주당과 관계에서 혁신 모델을 짜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이른바 우클릭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텐데?

"서울 강남이 하는데 인천 남동도 할 수 있다"

▲ "28억 원이면 영유아 무상예방접종이 가능하다"는 배진교 인천남동구청장 당선자ⓒ프레시안(손문상)

배진교: 그래서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을 강조하고 싶다. 진보든 보수든 소통을 못하면 끝난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진보적 가치라도 공감과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역풍을 맞고 실패한다. 이미 다 역사적 평가가 나와 있지 않나?

저는 좀 차분히 하려고 한다. '이것이 진보다'고 미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구정을 집행하고 4년이 지나니까 '아 이렇게 변했구나'라는 공감을 통한 변화가 진보의 성과일 것이라고 본다. 무상급식은 인천 전체의 공통된 공약이고, 내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영유아 무상예방접종이다. 복지부에서 이쪽 예산은 편성해놓지 않고 있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상예방접종을 하는 곳이 서울 강남구다. 보건소 뿐 아니라 병의원에서도 무상으로 예방접종을 받는다. 지난 2006년에 출마했을 때도 이 공약을 제시했는데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호응이 있었고 이번에도 좋아하신다. 계산해보니 28억 원 정도를 투입하면 남동구에선 동네 병의원에서도 무상접종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동네 주치의 제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 관련해선 주치의 제도에 근접한 어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박순성: 그렇데 되면 남동구의 모든 어린이들은 자기 보건기록카드를 갖게 되겠다.

배진교: 그렇다. 전체적으론 참여와 혁신, 공감의 과정으로 4년을 지낼 것이고 가시적 성과는 무상급식과 무상예방접종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공공산후조리원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것도 보건소, 보건지소, 복지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복지 쪽 담당 공무원들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 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데 큰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제도의 문제에 관해선 고민이 있다. 시민의 참여가 화두인데 과연 참여할 시민이 있는가? 과거에는 관변단체들이 앞장섰는데 이젠 시민참여의 마인드 전환만 되도 상당한 파급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시민들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또 시민사회가 더 활성화 될 수 있지 않을까.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구 차원에서 지원하겠다.

그리고 현 인수위의 전문가 그룹을 취임 이후에도 정책자문단으로 구성할 생각을 갖고 있다. 정기적으로 회의도 하고 이 분들이 관계공무원들에게 자료도 요청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조례가 이미 있더라. 있는 것만 활용해도 잘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중에 '아주 잘 했다' 소리는 혹시 못 들을지 몰라도 '못했다' 소리는 안 들을 것이라 자신한다. 월1회 회의도 하고. 이 분들은 관계공무원들에게 자료도 요청하고 토론도 할 수있는 조례가 이미 있더라. 있는 것으로도 잘 할 수 있겠구나. 그게 어디 있느냐. 의제 21에 있더라. 목적의식적으로 활성화하려고 한다.
▲ "지자체 인수위에 이런 관심이 쏠린 적이 있었던가"는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프레시안

하승창:
이야기만 들어도 앞으로 정말 재밌을 것 같다. 기초단체 운영구조를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있고 또 그걸 내걸어 당선된 분들인지만 공동정부라는 것이 오히려 짐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정치세력과 소통해서 구정을 집행한다는 것 자체가 혁신이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다른 정치세력의 실망이나 좌절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중앙정부가 교부금으로 흔들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도 큰 소리도 나고 갈등도 나고 그러면서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도 넓어질 것이다.

문제는 기초단체장의 권한이 크지 않다. 재량권이 예산의 10% 정도 될까? 그리고 예컨대 SSM을 구청장 혼자 힘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확 다 바꾸겠다' 이렇게 너무 오버하면 안 될 것이고 기존의 인프라를 재활용할 것은 잘 재활용해야 한다.

"복지형 공약이 전면에 선 첫 선거다"

김성환: 청와대 있을 때 본 KDI보고서에 한국사회가 2005년을 지나면서 사회간접자본은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이후엔 결국 과잉투자라는 말이다. 일본식 토건국가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번 대선이나 총선이 노무현 정부 심판이나 개발공약 중심으로 진행돼 우리 세력이 크게 졌다면, 이번엔 반MB도 물론 있었지만 개발형 공약이 아니라 복지형 공약이 전면에 선 첫 선거라는 의미가 있다. 환경, 복지 등 주로 진보적 공약이 전면에 섰다. 그래서 이번엔 무상급식의 실제적 제도화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서울의 경우 사상초유의 동거지방정부 아닌가? 오세훈 시장의 선별적 복지와 우리 쪽의 보편적 복지가 충돌하게 생긴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와 서울 21개 민주당 구청장, 다수 서울시 의원들의 삼각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서울시 의회에 대한 바램이라면, 오 시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비전이 한마디로 디자인 서울이었다면 한명숙 후보의 공약은 사람특별시 서울이었다. 한명숙 시장이 당선돼서 뒷받침한다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게 아니면 다 각개격파 당할 가능성이 극히 높다. 그리고 민주당 구청장 당선자들은 작은 물고기가 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물고기들이 큰 고래 그림을 함께 그려서 오세훈이라는 고래와 비전 싸움을 해야 한다. 여러 기초단체들은 혁신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으로 정책생산을 해야 한다. 이게 가능하면 한국사회가 유럽식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순성: 이건 개별 지역에서 공동지방정부를 구축하는 차원을 넘어서 전국적 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뜻이 맞는 분들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진교: 반드시 부딪히는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지역 현안에 대한 시각차가 반드시 생길 것이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남동구의 경우 구 의원 중 민노당이 1명, 민주당이 7명, 한나라당이 6명이다. 한 번은 부딪힐 텐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역할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 시의회는 집권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다수다. 한나라당 시의회가 8년 동안 안상수 시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못했다. 그리고 정책생산능력 결여로 인천시가 빚더미로 앉는데 기름을 부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 인천시의회는 강/온, 좌/우가 있겠지만 토론을 하고 시정에 반영시키고 정책 집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4년 후에 우리가 심판을 받을 것이다.

김성환: 녹색복지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제일 어려운 것은 지역단위에서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는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한다? 농촌 지역 단체장들과 협력하고 배달시스템을 구축하면 카길 같은 외국계 농업회사와 필연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근본적인 걸 바꿀 수 있다. 농촌지역과 협약해 먹거리 배달거리를 줄이고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우리 같은 대도시야 소비만 하는 곳이지만 인근 농촌지역과 잘 결합하면 정말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걸 자치단체, 학자들, 지역실천가들과 함께 고민하면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승창: 사례 중심 네트워크도 가능하겠다. 또 혁신자치라는 측면에서 서로 협력구조를 만들면 그 자체로 느낌이 다르고 연합정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게 된다.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아이디어다.

"따귀라도 맞겠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

김성환: 구민들은, '구청장실 문턱이 높다. 선거 때만 보인다. 평소에도 선거 때처럼만 해라'고 말씀 많이 하신다. 시군구 단위는 일선행정기관으로 주민들과 동고동락이 정말 중요하다.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의자 같은 구청장이 되겠다고 다짐하는데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되겠다.

40년 전 농촌공동체 이후 도시에는 공동체 형성이 안 되고 있다. 교회 공동체 정도가 있는데…지역공동체 복원 작업을 진보적 단체장들이 자기 동네에서 해줘야 한다. 구청장이 권한은 많지 않지만 구체성은 갖고 있다. 구체적 실태와 사례를 가지고 중앙정부에서 제대로 못하는 부분에 대해 입법제안도 하고 항의도 하고 때론 시위도 하겠다. 구체성을 담보로 하는 것, 실생활을 담보로 소통하는 것, 열심히 해서 중앙 권력 가진 분들이 엉뚱한 짓 못하게 하는 것이 과제다.

배진교: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 진보, 중도로 나눌 수 있겠지만 46만 구민을 나눌 순 없다. 문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제가 직접 구민들을 찾아가겠다. 아무리 진보적 구청장도 소통 없이는 정책실현이 불가능하다. 더디가도 함께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목소리 좀 들어달라'는 간절한 바램을 다 실현시킬 순 없지만 이야기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나? 구민들이 화가 날 땐 따귀라도 맞겠다는 심정으로 일하겠다.

▲ 좌담 사회를 맡은 박순성 교수는 지방선거 연대 과정의 핵심인물이었다ⓒ프레시안
하승창:
새로운 실험과 도전은 늘 긴장 되지만 즐거운 일이다. 즐거운 지방자치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긴다. 실패하는 경우도, 성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패를 줄이기 위해선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잘 인식해야 한다.

이전 지자체들을 보면 포괄적 변화를 꿈꾸는 경우들이 많았다. 외곽순환 도로 타고 죽 돌다 보면 '문화의 도시' '경제의 도시' '무슨 도시'식의 슬로건 들이 휙휙 지나간다.

그런 구호나 슬로건이 도시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분들에 기대가 크다. 책임감도 가지시실 바란다.

박순성: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지방자치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두 분이 시민참여형 공동지방정부의 성공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두 분의 성공이 구민들의 희망이 될 것이다. 시민들이 항상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 내일 모레부터 시작하는 구청장 직무를 잘 수행해달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