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가 공직자를 인선할 때 성평등 의식을 검증할 기준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등 새 정부가 뽑은 인사들의 왜곡된 성의식이 잇따라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3일 오전 성평등한 인사와 검증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성연합은 의견서에서 "비상식적인 여성관을 가진 인사가 임명되면서 성평등을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무색해지고 있다"며 "탁 행정관에 대한 여성들의 비판은 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철학으로서 성평등 의식이 공직 인선 기준이 돼야 한다는 근본적 문제 제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개인이 삶 속에서 성평등 가치 실현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해왔는지 그 궤적을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성평등 관점을 성찰할 수 있는 자가진단서, 인사검증 담당자들과 심층 인터뷰 등 구체적 검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지만 장관급을 제외한 직책에서는 여성계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성연합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최근거리에서 보좌할 비서실에서 여성 수석은 인사수석이 유일하다. 청와대와 차관급 인사에서 여성 비율은 16.7%에 불과하다"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의 여성 비율도 법으로 정하고 있는 최소 40%에 한참 미달한다"고 꼬집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전문인력 부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없으면 특정 성별이 위촉직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장관, 노동계, 민간위원 등 30명으로 구성되는 일자리위원회에 여성은 단 3명"이라며 "여성 비율이 40%에 못 미치는 것은 양성평등기본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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