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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문재인을 남겼다, 문재인은 누굴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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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문재인을 남겼다, 문재인은 누굴 남길 것인가

[이충렬의 정권+교체] 정당정치의 강화와 직업관료제의 정상화

1. 문재인정부도 '사람'을 남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최대의 요인은 무엇일까? 촛불혁명? 동의한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최대의 기여자는 누구일까? 참모들? 동의하기 어렵다. 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 본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는 소개로 대중의 눈앞에 등장한 이래 그는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그리고 비서실장이라는 핵심요직을 지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사후 그가 남긴 모든 정치적 유산의 상속자가 되었다.

역사는 승리자의 관점에서 새로 쓰이게 되어있다. 훗날의 승패에 따라 앞 시대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노무현 시대의 성과에 대해서 이런 저런 평가를 할 수 있다. 권위주의의 철폐,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의 구축, 서민적 눈높이로 국민과 소통한 점 등. 그런데, 만약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최대의 유산은 다름아닌 '문재인'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과 그를 만든 핵심 인물들을 남긴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민주세력의 '연속집권'을 모토로 내거는 문재인 정부는 더 많은 사람을 남겨야 할 것이다. 가치와 정체성을 같이하는 사람을 많이 키워 한국 정치를 담당할 주력 세력을 양성하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임무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정당정치의 강화를 의미한다.

2. 그래서 인사가 만사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의 물리력은 제한되어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이 제도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인사'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하에서 인사는 만사(萬事)이기도 하고 망사(忘事)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 추천을 담당하는 인사수석에 노무현 정부 때 균형인사비서관을 했던 조현옥 교수를 임명하고,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에 비정치인인 조국 교수를 임명하였다. 대통령은 균형인사를 자신의 인사철학의 핵심 컨셉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균형인사의 주요 영역이라면, 성별, 지역별,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범주를 생각할 수 있다. 부당한 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여성에 대한 과감한 발탁, 영남패권주의를 극복할 탕평인사, 노장청의 조화로운 구성 등, 제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기존의 기득권 네트웍을 혁명적으로 재편할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권은 특별한 시대적 의미를 안고 있다. 촛불혁명의 뜻을 받들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인사권의 행사가 우리 사회의 민주적 변혁을 촉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수많은 조직의 운영방식을 바꿀 수도 있고 새로운 세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인사 정책에도 상상력과 철학이 필요한 이유라 할 것이다.

3. 개발독재시대의 관료시스템 바로 잡아야

민주화 이후 국가운영의 실세는 관료기구라고 분석하는 학자들이 많다. 정치권력은 대선과 총선의 결과에 따라 재편되지만, 그럼에도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국가운영에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집단은 관료기구다.

지구상의 모든 선진국은 정당정치가 관료기구를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관료기구가 정권에 관계없이 권력의 핵심을 담당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 등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 우리의 경우, 조선시대부터 시행해온 과거제와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시대로부터 현재의 관료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예산과 경제 정책을 포함한 국정운영의 핵심을 의원들이 맡고 있다. 국가운영의 핵심을 맡아본 의원들이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대통령책임제의 미국에서도 예산편성은 백악관에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예산권을 포함하여 경제와 금융 정책 등 핵심 정책을 관료집단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에 뿌리를 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계열의 인맥이 지금도 대를 이어 관료 사회를 주름잡고 있다. 모피아라는 용어가 있지 않은가!

달라진 시대에는 관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막스 베버가 지적한 대로 '관료는 영혼이 없어야 바람직하다.' 국가운영의 두 축인 관료와 정치인은 서로 요구되는 자질과 사명이 다르다. 정치인은 열정과 가치관이 중요하지만, 관료는 정치적 중립과 실무적 능력이 더욱 중요한 영역이다.

일반직 공무원은 신분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평생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주는 한편 장·차관과 같은 정무직은 정치 훈련을 거친 인물이 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처에서 곧바로 정무직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적합한 정당활동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관료제도를 직업공무원제도의 원뜻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5급행정고시와 외무고시등의 폐지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정당정치의 강화

정당(집권당)이 국가운영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하다. 3김시대가 끝난 지 15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대중 정당의 뿌리는 허약하다. 촛불혁명을 계기로 민주당이 대중적 개혁 정당으로 진일보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선거구제와 개헌을 논하기 앞서 정당 개혁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정당이 시대 흐름을 창출하고, 다수 국민의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시스템과 충원 구조를 가져야 한다. 고급 인력을 포함한 정책생태계 형성에 더욱 노력을 더해야 한다. 뒤로 줄을 대는 방식이 아니라 정당의 정책과 이념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모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역시 정당의 인재를 육성하고 정당의 국가운영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으로 그들을 키웠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을 키우는 것을 넘어 국가운영을 책임질 정당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제왕적 총재와는 별개의 문제의식이다. '대통령이 정권재창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까?'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이지만, 정당의 후보로 집권한 세력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재집권이 당연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다면 '현대적 정당'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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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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