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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들이 어느날 사라진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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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들이 어느날 사라진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향한 총파업

"최저임금 1만원, 월 209만원, 사람답게 살려면 정말 최소한의 요구 아닌가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무기한 계약직이랍니다."
"사용자들은 우리를 병균 취급해요. 병균을 청소하는 노동자가 바로 우리인데 말이죠."
"땡볕에 노가다 뛰는 노동자들에게 적정임금 달라는 거에요. 헌법에도 나와 있잖아요!"
"삼성·현대차·SK·LG, 재벌들이 진짜 사장인데 제3자래요. 대체 누구랑 교섭하라는 겁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굴 준비를 하고 있다. 6월 30일,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하며 10만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서울로 올라온다. 일각에서는 이 시국에 웬 파업이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누가 어떤 요구를 내걸고 어떻게 나서는지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 그렇다면 차별 없는 온전한 정규직화를!

6월 30일, 일손을 놓고 서울로 올라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력은 공공부문이다. 급식조리원을 비롯해 수십 개 직종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학과 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은 박근혜 적폐정권도 대선 시기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바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

공공부문의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일부의 고용형태를 전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즉 임금은 비정규직 시절과 그대로인 채 고용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속칭 '중규직'으로 전환했다.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뿐이 아니다.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조차 피할 목적으로 오히려 공공부문에는 용역·도급·파견 등 외주화가 성행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흔히 '풍선 효과'라고 일컬어지는 바로 그 현상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 홈페이지에 정부가 공시한 비정규직 규모를 보면 그 현상이 잘 드러난다.

<표>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규모 변화 추이 (명)

연도

비정규직 합계

직접고용

간접고용

간접고용 비중

2012

360,255

249,614

110,641

30.71%

2013

351,982

239,841

111,940

31.80%

2014

331,792

217,902

113,890

34.33%

2015

312,537

198,636

113,901

36.44%

2016

311,888

191,233

120,655

38.68%


40만에 육박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라갈 수 있는 최대치가 바로 '무기계약직' 아니 '무기한 계약직'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를 '평생 감옥'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정규직과 중규직의 ‘덫’에 걸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 미래의 세상을 책임질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런 걸 보고 배워야 할까?

최근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과정에서 또다시 공사 측은 비정규노조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방식에 대한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래선 안 된다. 당사자들인 비정규노동자들과 대화하지 않고 어떤 해결책이 나온들 설득력이 있겠는가.

그래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아이들이 주역이 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그래, 좋다. 그렇다면 차별 없는,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이를 위해 당사자인 공공부문의 비정규노조들과 정부가 직접 교섭·협의·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는 중요한 이유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환영이다. 아니,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

ⓒ프레시안(최형락)

적폐를 쓸어버리는 것, 청소노동자들이 전문가로다!

6월 30일,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체는 '청소노동자'들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 사회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 먼지와 쓰레기를 깨끗이 쓸어버리는 분들이다. 이들이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최저임금'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저임금을 강요받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이다. 도대체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아도 된다고 누가 결정했는가? 이토록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가 '최저'임금이면 된단 말인가?

노동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바로 최저임금 1만 원이다. 다른 개혁과제는 하반기에 논의할 수도 있지만, 2018년 적용 최저임금은 6월 말에 결정해야 한다.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다.

대학의 청소노동자들, 병원의 청소노동자들,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노동자들…. 전국의 청소노동자들이 6월 30일 일손을 놓는다. 최저임금을 강요하는 노동 적폐, 아니 노동 쓰레기들을 밀대걸레로 확 밀어버리고 시원하게 물청소 한 번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다.

이들은 법정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함과 동시에, 사업장에서 사장님들을 상대로 '시급 1만 원'을 임단협 요구로 내걸고 있다. 전국의 청소노동자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처음이다.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청소노동자 여러분, 6월 30일 광화문으로 오시라. 여러분과 함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전국의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이 환영해줄 것이다.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재벌이 책임져라!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 노동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삼성전자서비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현대위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나선다.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임금은 절반이요, 물량이 떨어지면 맨 먼저 나가라고 내몰린다.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을 몇 개씩 받아도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처벌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반대로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수백 명씩 해고되고, 비정규노조 지도부는 감옥에 갇히고, 간부들은 손해배상·가압류의 고통에 시달린다.

글로벌 GM의 한국사업 축소 전략으로 생산물량이 줄어드니,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언제 정리해고 통보를 받게 될지, 언제 무급휴직 명단에 들게 될지 가시방석이다. 그래서 비정규노조를 만들고 싸우기 시작했다. 부평공장에서, 창원공장에서, 군산공장에서 6월 30일 일손을 놓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런데 이들 비정규직의 진짜 사장인 삼성전자서비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현대위아는 모두 자기들이 교섭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한국의 법·제도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비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조건 전반을 재벌들이 결정하고 있는데, 형식적으로 하청업체에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제3자라고 우기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조업과 재벌 대기업에 만연해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 기업이 '공동사용자책임'을 지도록 법제도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약속을 지켜라!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수리하고 냉장고·에어컨을 설치하는 우리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의 차량을 최종 조립하는 우리들, 재벌들이 진짜 사장이다. 교섭에 나와라!

문재인 정부는 재벌들이 비정규노조의 교섭에 응하도록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취하라! 최저임금 1만 원과 생활임금, 그리고 고용안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할 주체는 바로 재벌과 대기업이다! 금속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30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적정임금을 보장하라!

헌법 제32조 ①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최저임금제 시행과 함께 '적정임금 보장'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다. 하지만 과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적정임금을 보장받고 있는가? 국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경제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이 지점에 대해 건설 노동자들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땡볕에 공사장에서 일하는 형틀목수·철근공들, 하늘로 출근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건설현장에 적정임금 도입할 것을 요구하며 나선다.

일당으로만 따지면 시간당 1만 원보다는 높은 임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들 아다시피 건설노동자들의 연간 취업일수는 고작해야 평균 9개월 남짓이다. 한해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건설현장, 적정임금을 도입하는 것은 건설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한번에 다 해결할 수 없다면 우선 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발주하는 '관급공사'부터 적정임금 도입을 시작해보자. 이게 그렇게도 무리한 요구인가? 법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가 관계부처를 불러모아 행정적 조치만 취해도 가능한 일이다.

건설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비정규노조와 대화를 통해 '적정임금'의 수준이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하자. 맨땅에 헤딩하는 논의도 아니다. '건설 시중노임단가' 등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수많은 기준과 데이터들이 쌓여있지 않은가. 문제는 쌓여있는 자료들을 건설노동자를 위해 활용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들이 6.30 사회적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이다.

비정규직 vs 재벌, 적폐청산 vs 적폐세력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나서는가? 그렇지 않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최저임금 1만 원'과 '법외노조 철회, 노조 할 권리'를 내걸고 함께 나선다. 금속노조 소속의 간부들도 '최저임금 1만 원', '재벌 개혁'을 내걸고 서울로 올라온다. 공공부문의 정규직노조 간부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6.30 사회적 총파업의 맨 앞에 위치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는 켜켜이 쌓여온 적폐이며, 그 속에서 신음해온 노동자들이 가장 앞장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즉각 실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차별 없는 온전한 정규직화 실현, 진짜 사장인 원청 기업의 사용자책임 인정, 헌법적 권리인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사회경제정책의 전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내건 요구들이야말로 노동적폐 청산의 핵심 과제들 아니겠는가.

만일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적폐 청산에 나서고자 한다면, 6.30 사회적 총파업을 힘으로 간주할 것이다. 적폐세력을 청산하고 재벌에 책임을 묻기 위한 중요한 힘으로 생각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교섭 테이블을 열고 대화에 나설 것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미온적이라면 6.30 사회적 총파업을 매우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적폐청산에 함께 할 것인지 그 반대의 길을 갈 것인지, 판단은 온전히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은 정부의 답을 기다리며 6월 30일을 향해, 서울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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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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