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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의 '9988 경제구조'는 사기다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 고용 60% 책임진다

지난번 <인사이드 경제>에서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를 활용하면 2013~2014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기업체가 한국 전체 고용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9988 경제구조', 즉 "한국 기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이들 중소기업이 국내 고용 인력의 88%를 담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기라는 사실도 알아보았다.


그런데 지난 글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 2가지가 있다.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작성이 2012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013~2014년 데이터만 분석했을 뿐 2012년과 2015년 데이터는 분석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불능력'으로 보자면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일자리도 포함시켜 분석하는 게 적절한데 공공부문 일자리를 다루지 않았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번에 다루지 않았던 2012년과 2015년 데이터, 그리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발표된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야만 '데이터 마사지'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번 글에서 왜 이 부분들을 분석에서 누락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이유를 밝힐 생각이다.

2012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분석

통계청과 국가 통계 포털에서 찾을 수 있는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자료 중 2012년 자료가 가장 많은 세부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300인 이상 기업체 소속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619만 명으로 전체 대비 38.9%에 해당한다. 2013~2014년 비율이 43~44%였던 것에 비하면 4~5%p 가량 낮게 나타난다.

연도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번 글에서 제시했던 표에다 2012년 수치를 추가해서 새롭게 표를 구성해 보았다. 50인 미만 기업체의 임금근로 일자리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2012년 수치와 2013~2014년 수치가 핵심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은 300인 이상 기업체와 50~300인 미만 기업체임을 알 수 있다.

종사자규모

임금근로 일자리 수 (단위 : 천 명, %)

2012

2013

2014

<50인 미만>

6,045

(38.0)

6,101

(37.0)

6,396

(37.5)

<50~300인 미만>

3,676

(23.1)

3,201

(19.4)

3,278

(19.2)

<300인 이상>

6,193

(38.9)

7,194

(43.6)

7,379

(43.3)

총계

15,913

(100.0)

16,496

(100.0)

17,053

(100.0)


통계적으로 4~5%p 차이는 작은 변화가 아니다. 통계청은 2012년과 2013~2014년 사이에 왜 이런 큰 수치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인사이드 경제>가 조심스럽게 해석을 해본다면, 이런 종류의 통계수치를 처음 작성하다보니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공공부문 임금근로 일자리는 252만 개로 전체 대비 15.9%를 차지했다.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와 공공부문 일자리를 단순 합산하면 54.2%라는 수치가 나오지만, 이런 계산법은 옳지 않다. 왜냐면 공공부문 일자리와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중 겹치는 부분, 즉 공공부문 중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가 중복 계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기업체 임금근로 일자리 규모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에다 공공부문 중 300인 미만 기업체 일자리를 합산해야 한다. 2012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자료에는 공공부문 중 종사자 규모에 따른 분류표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중 300인 미만 공공부문 일자리 수는 79만7000여 개에 달한다. (아래 표 참조)

종사자 규모()

1~4

5~9

10~49

50~99

100~299

합계

노동자 수()

5,668

16,283

133,586

352,446

289,305

797,288


2012년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1591만 개이므로 그 중에서 300인 미만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수치와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를 합한 43.9%가 2012년 기준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기업체 임금근로 일자리 비중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분석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통계는 2012년과 2013~2014년에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2013년 기준, 2014년 기준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비중 역시 큰 차이를 보여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인사이드 경제>는 여기서 큰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통계청 홈페이지와 국가통계포털 홈페이지에서 2013년과 2014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자료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뒤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가장 최신 자료인 2015년 통계자료를 뒤져보기로 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찾은 자료의 제목이 2012년 자료 제목과 달라졌다. <2015년 기준 일자리행정통계 결과> -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가 아니라 그냥 ‘일자리 행정통계’로 바뀐 것이다.

내용을 살펴봤더니 2015년부터 ‘임금근로 일자리’만이 아니라 ‘비임금근로 일자리’를 모두 합한 ‘일자리 행정통계’를 조사하기로 했단다. 자료에 따르면 ‘비임금근로 일자리’란 “자기가 직접 사업체를 경영하는 사업주나 자기 혼자 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점유한 고용 위치”라고 한다. 즉, 사업주와 일부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개념인 것이다.

하지만 <인사이드 경제>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사업주가 포함된 일자리가 아니라 ‘노동자’에 해당하는 ‘임금근로 일자리’, 그 중에서도 종사자 규모별 임금근로 일자리와 공공부문 임금근로 일자리 수이다. 이 데이터를 봐야만 300인 이상 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 그리고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기준 일자리 행정통계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임금근로와 비임금근로 일자리 모두를 합산한 일자리를 놓고 종사자 규모별 데이터만 제공하고 있다. 2012~2014년 임금근로 행정통계와 2015년 행정통계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앞에 제시한 표에다 2015년 일자리 행정통계 데이터를 함께 표시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 참조)

종사자규모

임금근로 일자리 수 (단위 : 천 명, %)

일자리 수

2012

2013

2014

2015

<50인 미만>

6,045

(38.0)

6,101

(37.0)

6,396

(37.5)

11,739

(50.6)

<50~300인 미만>

3,676

(23.1)

3,201

(19.4)

3,278

(19.2)

3,875

(16.7)

<300인 이상>

6,193

(38.9)

7,194

(43.6)

7,379

(43.3)

7,580

(32.7)

총계

15,913

(100.0)

16,496

(100.0)

17,053

(100.0)

23,195

(100.0)


비임금근로 일자리, 즉 사업주와 일부 자영업자들까지 포함시키니 당연히 50인 미만 일자리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비중은 10%p 이상 줄어들게 된다. 이래서는 온전한 시계열 분석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업체 규모별 노동자 수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어버린 걸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그런데…

<인사이드 경제>는 다급해서 통계청에 직접 문의해 보기로 했다. 보도자료에 실린 통계청 주무과에 전화를 걸어 몇 명의 담당자들과 통화를 해보았다. 2015년 임금근로 일자리 통계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해 보았더니, 국가통계포털이 제공하는 다양한 통계자료들 중 ‘종사상지위별’ 통계표를 참조하라며 친절하게 안내를 받았다.

담당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임금근로와 비임금근로 일자리는 ‘종사상지위’로 구분되는 것이라 한다. 과연, 종사상지위별 통계표를 보니 임금근로 일자리 관련 통계수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 모르면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정부 통계수치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인사이드 경제>지만, 그래도 모르면 정부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사이드 경제>가 원하는 데이터 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가통계포털이 제공하는 통계표 제목을 주~욱 훑어나갔다. 성별/종사상지위별 일자리, 연령대별/종사상지위별 일자리, 종사상지위별/존속기간별 일자리, 종사상지위별/공공부문 및 비공공부문별 일자리, 종사상지위별/산업대분류별 일자리 …

어라? 이상하다. 국가통계포털은 종사상지위별 통계표를 위에 열거한 5개만 제공하고 있었다. <인사이드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료는 종사상지위별/종사자규모별 일자리, 즉 기업체 규모별 임금근로 일자리 통계표인데 말이다. 다시 한 번 통계청에 문의하기 위해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았다. 그런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답변을 듣고 말았다.

"기업체 규모별 임금근로 일자리 통계요? 그 수치는 2015년부터 추출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도대체 이유가 뭔가? 이런저런 이유로 통계수치 신뢰성에 문제가 있네 어쩌네 하는 답변이었다. 아니, 이 통계수치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통계수치에도 마찬가지 신뢰성 문제가 생기는데 왜 이 수치만 추출하지 않는다는 건지? 정히 원하시면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2016년부터는 다시 추출할지 여부를 얘기해 보겠단다.

아니라니까, <인사이드 경제>는 당장 2015년 데이터를 원한다구! 원자료를 제공해주면 내가 밤을 새워서라도 수치를 추출할 테니까 좀 달라구! "선생님, 원자료 제공은 어렵습니다." 아, 이쯤 되면 '음모론'을 발동하고 싶어진다. 왜, 갑자기, 기업체 규모별 임금근로 일자리 통계수치만 추출하지 않는 거냐구!

2013~2014년 통계수치로 추정해보면?

내친 김에 2013~2014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 데이터는 왜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는지도 문의해 보았다. 아, 이 질문에 대한 답변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2015년부터 임금근로와 비임금근로 일자리를 합산한 통계를 싣기로 하면서 국가통계포털에 올라와 있던 2013~2014년 데이터를 모조리 '삭제'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신뢰성 문제 등을 사유로 들었으나 <인사이드 경제>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신뢰성 문제가 있다는 말을 신뢰하기도 어렵거니와, 백보천보 양보해서 약간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편찬해서 제작·배포한 통계표 자료를 굳이 '삭제'할 이유까지 있을까? 정말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독자들은 지난 글에서 <인사이드 경제>가 인용한 2013~2014년 수치는 어디서 구했을지 궁금할 것이다. 다행히 몇몇 연구자들이 2013~2014년 통계표가 삭제되기 전에 이들 자료를 입수해 논문이나 토론회 발제문에 인용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소중한 자료를 복원해주신 연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었다. 이들 자료를 통해서 기업체 규모별 임금근로 일자리 통계는 구할 수 있었지만, 공공부문 기업체 규모별 통계수치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무리함을 무릅쓰고 ‘추정치’를 구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통계수치를 다룸에 있어서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인사이드 경제> 입장에서 웬만하면 이런 방법까지는 동원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추정치를 계산하게 만든 것은 통계청이다. 이 ‘추정치’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려면 통계청은 온전한 임금근로 일자리 통계수치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모든 책임은 통계청에 있다!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전체 고용의 60%를 책임지고 있다

우선 2013~2014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에 나타난 전체 일자리 대비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비중은 43.3~43.6%였다. 이 수치에다 공공부문 300인 미만 기업체 일자리 비중을 합하면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비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2013~2014년에서 해당 데이터를 구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 수치는 2012년 임금근로 일자리 행정통계에서 얻은 5.0%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추정치를 구하기로 했다. 5.0%를 합하면 2013~2014년 기준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비중은 48.3~48.6%, 즉 전체 일자리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기왕 추정치를 계산하기로 한 거, <인사이드 경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사내하도급 일자리까지 합산하기로 말이다. 정규직과 함께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일자리는 어차피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책임지는 일자리 아니던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용형태 공시제'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 내에 일하는 '소속 외 근로자' 즉 사내하도급 노동자 규모가 함께 공시된다. 2014년부터 시행된 고용형태 공시제에 따라 사업주들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규모 대비 사내하도급 노동자 규모는 약 25%에 달했다.

그렇다면 2013~2014년 행정통계에 나타난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규모(43.3~43.6%)의 25%에 해당하는 수치(10.8~10.9%)를 합산하면 사내하도급을 포함해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책임지는 일자리 규모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럼 그 규모가 어떻게 될까?

300인 이상 기업체 임금근로 일자리 비중

43.3~43.6%

300인 이상 기업체 사내하도급 일자리 비중 추정치

10.8~10.9%

공공부문 300인 미만 임금근로 일자리 비중 추정치

5.0%

합계 (공공부문 및 300인 이상 기업체 일자리 비중)

59.1~59.5%


그렇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책임지고 있는 일자리의 비중은 무려 60%에 달한다. 다시 한 번 '9988 경제구조'는 사기에 다름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예비 후보들이 앞다퉈 '일자리 공약' ‘최저임금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정녕 한국의 일자리 문제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재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핵심이다. 이들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일자리 문제 해결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결코 어렵지 않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인사이드 경제>가 밤을 지새우며 온갖 통계자료와 씨름하며 밝히고자 했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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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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