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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사건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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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사건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2차 국가폭력 가한 서울대병원, 이제라도 진실 밝혀야"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제자리를 찾았다.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사인(死因)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그간 사과를 거부해온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유가족에게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백남기투쟁본부가 20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인 정정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다.

이들은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비롯해, '병사'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서울대병원, 강제부검을 시도했던 경찰, 그리고 1년8개월 동안 관련 아무 조사도 하지 않은 검찰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 백남기투쟁본부는 20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인 정정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백도라지 "사과를 자기 사무실에서 하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백남기 씨 딸 백도라지 씨는 지난 16일 발표한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를 두고 "사과를 하려면 예의와 법도를 지켜야 한다"며 "사과를 자기 사무실에서 하는 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라지 씨는 "또한, 사과한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무엇을 위해 이런 식의 막무가내식 사과를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도라지 씨는 이철성 청장의 사과 내용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도라지 씨는 "고인이 돌아가신 것을 애도한다고 했지만, 정작 경찰이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빠져 있었다"며 "경찰이 고인에게 직사 살수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고인의 사망을 두고 "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만 했을 뿐, 당시 물대포 사용 및 경찰의 위법성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또한 경찰이 부검을 시도한 것과 관련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한 달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등에서 행해진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라지 씨는 "또한, 법적 판결이 나기 전에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왜 사과를 했는지를 밝히고, 그동안 외면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경찰은 불법 시위를 막다 발생한 일인 만큼, 경찰총수가 공식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사과를 거부했었다.

"2차 국가폭력 가한 서울대병원, 이제라도 진실 밝혀야"

최상덕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분회장은 고 백남기 씨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서울대병원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최 분회장은 "'병사'를 외인사'로 수정한 서울대병원 측은 관련해서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교수는 여전히 외인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서 (외인사가 기재된) 진단서만 나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조작으로 유가족과 고인에게 2차 국가폭력을 자행했다"며 "그럼에도 왜 그렇게 조작했는지 진실도 밝히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분회장은 "백남기 씨가 쓰러져 병원에 왔을 때 모든 의료진은 수술을 포기했으나 오병희 당시 서울대병원장이 혜화경찰서장과 통화한 후, 담당교수도 아닌 전공의도 아닌 백선하를 수술집도의로 지정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슨 거래가 있었는지는 지금까지 밝히고 있지 않다. 책임지고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서울대병원장과 통화한 혜화경찰서장은 한 달 뒤, 청와대로 발령이 났다.

서울대병원장의 전화로 수술을 강행한 백선하 교수는 백남기 씨가 받은 수술 관련, 이전 3년 동안 단 두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백 교수가 집도한 1000여 건이 넘는 수술 중 '주말심야 수술'은 백 씨 수술이 유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한 농민의 죽음을 둘러싸고 권력의 앞잡이가 됐다"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허환주)

"검찰, 600일 동안 단 한 차례 고발인 조사만 진행"

600일 가까이 지지부진한 검찰의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백남기 씨 유족들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민변 등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7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18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했으나 1년6개월이 넘도록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백남기 법률대리인 이정일 변호사는 "직사 살수 행위 동영상을 제공하고, 경찰의 폭력성 관련, 민사재판을 통해 확보된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다"며 "여기에다 검찰은 경찰의 업무기록지를 압수해 갔음에도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고, 600일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기간에 "단 한 차례의 고발인 조사만을 진행했다.

이 변호사는 "이제라도 검찰은 모든 가해 경찰관을 철저히 수사하고 기소하는 한편, 600일 동안 수사가 지연된 이유를 국민 앞에 낱낱이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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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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