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평일 밤 10시간대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20%를 넘었다. 한국 사회에 적재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이 드라마와 기존 드라마와의 차별점이라 하겠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현미경으로 하나하나 뜯어본다. 그러면서 이를 무기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다. 쥐뿔도 가진 게 없는 의사가 출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환자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 병원장 눈에 들기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는 의사, 열심히 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병원 직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방영된 회차에는 음주운전으로 6중 추돌사고를 낸 가해자의 부모가 오히려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아들의 채혈을 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고소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가해자 부모는 도지사의 최측근이자 도의원이었다.
여느 드라마가 다 그렇듯 주인공(강동주 : 유연석 역)은 그런 사회의 모순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무엇이 옳은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나의 출세에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악인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보편적인 인간이 고민할 수 있는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을 그려낸다.
<낭만닥터>에서 '백남기 사건'을 보다
기자가 이 드라마에 주목한 것은 지난 13일 방영된 탈영병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 때문이다. 탈영병 환자에게서 수술 도중 구타 흔적을 찾은 주인공은 병원장에게 사인을 '병사'로 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물론, 병원장은 군 관계자에게 청탁은 받았기에 이런 압박을 한 것.
수술 이후 탈영병이 살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구타의 후유증은 컸다. 탈영병은 수술 이후 사망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고민한다. 사망진단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원장이 원하는 대로 쓴다면 자신의 출세 길은 열리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결과는 어땠을까.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은 사망진단서를 탈영병의 부모에게 건넨다. 사인은 원장이 바랐던 '병사'가 아닌 '외인사'였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씨가 떠올랐다. 물대포를 맞고 사망했음에도 '병사'로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그다.
그의 사인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갔다. 고인이 있었던 병원의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기에 그의 사인이 '병사'로 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로는 정설로 굳혀졌다.
고 백남기 씨의 죽음은 언제 밝혀지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3차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가 14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백남기 씨의 죽음을 '병사'로 판정한 병원인 서울대병원의 서창석 병원장이 출석한다. 최순실 씨의 단골 의사인 김영재 씨가 개발한 수술용 실이 서울대병원에 빨리 도입되도록 압력을 가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서 기자는 한 가지 더 붙이고 싶다.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 작성에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도 국정조사의 과제다.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한 뒤, 곧바로 서울대병원장 후보로 뛰었던 서 원장이다. 백남기 씨 사고 당일 혜화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주말임에도, 그리고 당직의사가 있음에도 백선하 교수에게 연락해 백남기 씨 수술을 하도록 한 게 서 원장이다.
참고로 당시 서 원장에게 전화한 혜화경찰서장은 이듬해 1월 청와대로 갔다. 사정기관 관계자에게 청와대는 승진의 밑거름이다.
어느 순간 '최순실 게이트'로 모든 게 다 묻혔다. 백남기 씨의 죽음이 왜 병사가 됐는지는 이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고인의 죽음을 두고 수사는 전혀 진척된 게 없다. 이것이 끝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고인의 두 딸은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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