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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장악한 '박근혜식 외교'는 이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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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장악한 '박근혜식 외교'는 이제 안된다

[기고] 북핵 해결,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 틀 속에서만 가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3주 만에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외교안보 라인업이 갖춰졌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이번 외교안보라인의 면면은 화려하고 균형 잡힌 모습이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지나치게 군 출신들에 의해 장악됐던 외교안보 분야에 외교부, 학계, 국제기구, 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로 정평이 나있던 인사들을 고루 배치함으로서 당면한 외교안보 현안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강경화 외교장관 지명자를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이 북핵 문제를 다루어본 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보수진영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프레임 공격이다. 어려운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첫 시험에 선생도 풀지 못한 고난이도 질문을 던져놓고 이를 풀지 못하면 낙제점을 주어 학교에서 내치거나 두고두고 괴롭히겠다는 심산이다. 강경화 지명자 청문회에서 새 정부와 보수세력 사이에 <오케이 목장의 결투> 같은 일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핵 문제를 풀어나갈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을 경계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북핵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핵문제의 원인이 그만큼 깊고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 또한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는 1990년대 동구사회주의권 붕괴와 더불어 닥쳐온 체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북한은 NPT라는 국제 핵규범 체제의 모순을 절묘하게 파고들었고 때마침 급부상한 중국을 업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핵문제의 판이 커진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한 붕괴론에 지나치게 기대며 제재와 압박 위주의 북핵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6자 회담이 공전되고 상황은 오리무중으로 빠져있는 상태다.


북핵 문제는 미지수가 너무 많은 방정식이다. 기존의 공식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가 없다. 새로운 접근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단절된 소통을 재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재개하고 유엔을 통해 국제사회와 다각도로 공조하며 무너진 신뢰구조를 회복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동구사회주의권 붕괴에서 착안한 북한붕괴론에 더 이상 기대서는 안된다. 동구권이 무너진 것은 사회주의 체제의 결함과 내구성의 한계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소련 체제의 붕괴가 좀 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반대로 중국은 나날이 강성해지고 있으며 전략적 이해 때문에 사실상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고 있다. '북한 붕괴보다 붕괴론이 먼저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 차차 현실화 되고 있다. 때때로 제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강도와 효용을 면밀히 검토해야한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실험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마치 너무 센 약을 환자에게 투약했다가 약효도 보기 전에 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북한이 선택할 길은 어찌 보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인지 북한 정권의 붕괴인지에 대한 확고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국제관계는 얼음 같다. 차갑지만 투명하다. 국익이라는 일관되고 확고한 원칙만 가지고 접근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쭙잖은 색깔론은 현실을 왜곡시키고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교착된 북핵 문제도 적폐의 하나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9년 동안 쌓이며 굳어진 심각한 폐해이다. 이를 바로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 이러한 상황이 야기된 과정을 면밀히 복기하며 사실관계와 시시비비를 바로 잡는 것이 우선 요구된다. 데이터만 확실해도 해답의 반은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 외교라인에게 누구도 과거의 경험을 주입해서는 안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남북대결이라는 작은 안보가 아닌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안보의 틀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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