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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부대시설 전 건축사무소, '투시도 도용했다'에서 갑자기 '안 했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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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 부대시설 전 건축사무소, '투시도 도용했다'에서 갑자기 '안 했다'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장' '대표', 모방 자체가 명추(명예 추락)이라더니 "계열사 대표가 해줬다" 딴말


당선자 컨소시엄 재무적 파트너, 출자금만 일부 부담하고 계약금 안 낸다면 실체는

부산 벡스코 부대시설 공모사업과 관련, 도용 사실을 공식 인정했었던 전 공모 건축사무소 측이 부산시의 확인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그 배경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장과 대표가 전혀 모르고 있고 모방 자체가 공모사업에 있을 수 없다던 두 사람이 한 사람은 적극 해명자로, 한 사람은 묵묵부답으로 바뀐 겁니다.

부산시가 확인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 건축사무소 김모 회장은 투시도 도용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모방 투시도로 공모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화들짝 놀라기까지 합니다.

[INT 건축사무소 회장]
"내가 잘 모르겠는데 오랫동안 어디 갔다 와서...세가 도면을 뭐하려고 넣노. 그래 넣어가 당선이 되나 그게...그놈이 됐다고?"

그 사업에 관련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토로합니다.

[INT 건축사무소 회장]
"왜 도면(투시도)이 거기(공모)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겠고, 우리는 이미 손 뗀 지 오래됐다고. 그거 때문에(세가사미 때문에 수사를 받고 있어) 변호사 사무실 가야 하는데."

이 회사의 대표는 한술 더 떠 임원을 포함한 어떤 직원도 자신에게 보고 없이 투시도 등을 공모에 사용하게 할 수 없으며, 회장과 마찬가지로 공모사업에 모방은 비도덕적이어서 자기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INT 건축사무소 대표]
"오늘 저도 그 내용을 들었는데 그렇게는(도덕적으로 공모사업에 투시도를 그대로 쓰라고) 안 했을 겁니다. (회사를) 여러 임원들이 공동체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 사무실 누구라도 이걸 써도 된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건(대표 결재 없이 투시도를 사용하라고 할 수는 없는) 그렇죠. 공식적으로 저는 쓰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취재 당시 회사의 가장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두 사람의 견해는 공모사업에서 모방 자체가 도덕적이지 못하며 모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인 양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부산시가 현장조사라는 미명하에 회사를 방문하자 갑자기 모방을 해서도 안되고 본인들의 결재 없이는 불가능하다던 투시도 사용 동의를 같은 사무실 내 사실상 명칭만 다른 계열사 대표가 해줬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계열사 대표가 동의를 했다는 핑계는 회장이, 대표는 전화를 두절한 채 입장 변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부산시에 공문으로 전달했다며 두 번이나 같은 답변을 두서없이 보내와 난처한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동종업체에 대한 취재결과 설계사무소는 관행상 한 사무실에 복수 이상의 법인이 존재하지만 각기 일하는 각자 회사이기보다는 임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정도에 불과해 법인만 다를 뿐 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몇 개의 사무실을 두는 걸까.

그것은 일종의 세법을 피해 가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INT 건축사무소 관계자]
"저희도 3개 법인이 한 사무실에 있습니다. 모든 일을 회장인 제가 다른 대표들하고 의논해서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모르는 일은 없습니다. 세금 문제를 몇 개 분산을 시키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장들은 한마디로 바지입니다. 한미건축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겁니다. 부산시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세가사미 측으로부터 이미 돈을 받았다고 알고 있거든요. 근데 기대도 안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계약하자고 사정하니깐...기발합니다."

만약 건축사무소가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래 휘젓습니다.

[INT 건축사무소 관계자]
"큰일들을 하는 회사들은 부산시 의견을 무시할 수가 없죠. 모든 것들이 부산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일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산시 공무원들의 의견을 좀 거슬렸다가는 많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의혹은 도용과 모방을 바라보는 부산시의 자세입니다.

도용은 안되고 모방은 괜찮다는 겁니다.

껍데기만 가져왔으니 내용만 다르면 된다는 주장인데, 부산시 공무원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을 늘어놓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도용 의혹 사태를 바라보는 부산시 공무원들은 향후 공모사업에 있어 이번 모방 사례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INT 부산시 관계자]
"납득이 거의 안 가는데...그러니까 이게 말이 안 되죠. 시장이 모를 수가 없고요. 그것은 큰 사업이고...그래서 그걸 전혀 모를 수가 없어요"


▲ 당사가 입수한 지난 2012년 세가사미가 부산시에 제출한 투시도(우). 부산시가 새로 제작됐다며 언론에 배포한 이번 공모선정사 제출 투시도(좌)와 같다. ⓒ부산시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같은 공모사업에서 전 당선자가 허가 당시 실시 도면에 썼던 투시도를 그대로 사용했는데도 내용이 달라 문제가 없다는 대답입니다.

그렇다면 투시도가 같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설계사에게 물어봤습니다.

[INT 설계사무소 관계자]
"투시도가 같다는 것은 밑에 평면, 배치, 입면 이런 게 똑같다는 겁니다. 저작권을 떠나서 세가사미가 했던 그 내용 그대로를 갖다 붙여 썼다는 겁니다. 똑같은 내용으로 투시도 도면 똑같이 해서 호텔 가겠다고 하면 세가사미 같은 큰 그룹도 사업성이 없다고 봤는데 이 업체도 사업성이 없다고 봐야겠죠. 일본 업체가 실패한 것을 똑같이 썼고 그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부산시가 어떤 명목으로 이 일을 진행하는지...부산시는 특혜 시비에 틀림없이 부딪힐 겁니다."

더욱 보기 사나운 건 부산시의 억지스런 업체 변명입니다.

누가 봐도 분명 글자만 지웠을 뿐인 투시도를 굳이 각도와 모양이 다르다고 우깁니다.

[INT 김상대 / 부산시 마이스팀장]
"실제로 절차상 규제상에 문제가 될 수는 있겠죠. 만약에 비슷하다고 느껴지면...제가 알기론 원도면은 아니고요. 수정한 도면하고 각도만 조금 틀어서 약간 비슷한 것으로 저희들도 확인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도용만 아니라면 된다로 급선회합니다.

같은 공모에서 허가 투시도를 베껴 썼는데도 말입니다.

부산시가 앞장서 모방을 해도 적격자격을 유지시켜 주는 초유의 사례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선 겁니다.

부산시 직원들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INT 부산시 관계자]
"시민들 상대로 공고를 낸 사업인데 이것을 속이겠냐."

그러면 껍데기는 같고 내용도 비슷한 제안자를 공모사업자로 선정한 부산시의 답변은 "돈과 신뢰"였습니다.

지역의 신뢰 있는 건설업체가 재무파트너로 들어왔기 때문에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정작 이 회사의 입장은 부산시의 기대와는 완전 다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건설사 회장은 본지와의 긴 시간 통화에서 부산시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며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시공 목적으로 참여했으며 개인 자격으로 출자할 생각일 뿐이라고 밝혀 재무적 투자자로 자금 지원에 나설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NT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 P 회장]
"저희는 시공 위주로 가는 거고 우리가 이제 시행 부분에 대한 것은 제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아시다시피 신중한 회사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주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더 정밀하게 판단을 하겠습니다. 공동투자하는 관계는 제 개인 돈 투자도 좀 해야 될 것 같고 안 그러면 좀 차용도 해야 될 것 같고."

만약 이 건설사가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시공참여사라면 출자금 외에 계약금 등은 주간사가 감당을 해야 하는데 취재결과 이 주간사는 자본금 1000만 원짜리 법인으로 확인돼 자금 성격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INT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 P 회장]
"시행사(주간사)에서 자금이 확보된 걸 확인을 했고요. 계약금도 그렇거니와 잔금 관계도 (모두 주간사에서)."

더욱이 수천억 원의 사업비를 조달할 금융사나 시공사의 참여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혀 금융권이나 시공사의 사업성 판단에 따라 사업 추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한 추측을 낳게 합니다.

[INT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 P 회장]
"ㅇㅇ이라든지 뭐 어쨌든 다른 시공사라든지 과연 건수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저희가 며칠간 검토를 하겠다. 그게 과연 불확실하다면 지금 우리가 그것을 갔다가 할 수 없는 것이고."

실제로 이 컨소시엄에 의향서를 발급한 금융사는 비즈니스호텔 비분양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운대지역에 분양형 비즈니스호텔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운영은 물론 분양 가능성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공모는 형식이고 실시설계 과정에서 제안대로 진행되지 않고 분양형 호텔이나 오피스텔로 편법 변경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산시 공모지침 서약서상 '제출한 자료가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됐거나 허위기재사항 등이 확인될 경우 적격자 지정 취소 등 어떠한 처분도 감수하겠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영상 촬영 편집] 정종욱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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