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 공모 투시도 그대로 모방한 '도용업체' 사업자로 선정
부산시, '몰랐다' 발뺌
선정업체, '당선되면 설계발주 약속하고 도면 받았다'
설계업체, '많은 업체에 도면 참고하라 준 적 있지만 도용 불가'
[REP]
부산시 행정의 도덕적 해이가 그 추락의 끝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공모 때 당선됐던 업체의 투시도를 그대로 도용한 업체를 재공모에서 당선자로 선정한 것도 모자라, 모방 사실을 확인하고도 "허락 받고 썼다면 괜찮다. 실시설계 과정에서 수정하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밤을 새워 투시도와 조감도를 그리고 열심히 제안서를 준비한 업체는 한마디로 무식한 짓을 한 셈이 됐습니다.
지난 공모 때 당선됐던 업체 것을 그대로 들이밀었다면 그대로 고생도 안 하고 비용도 안 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곳은 부산 센텀시티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입니다.
부산시 지침상 건물의 51% 이상을 관광호텔로 지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이곳에 호텔을 건립해 운영수지로 투자비용을 회수하려 했던 일본 기업은 3년 넘게 주판알만 튕기다 지난 3월 끝내 사업을 포기하고 부산시에 땅을 반납했습니다.
부산시는 바로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공모를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모에서 선정된 업체는 일본기업이 당시 부산시에 제출했던 투시도를 그대로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시는 몰랐다고 해명합니다. 그러면서 설계사무소의 허락을 받았다는 업체 변명을 뒤늦게 전하며 두둔합니다.
[INT 부산시 관계자]
"제가 알기론 원도면은 아니고요, 수정한 도면하고 각도만 조금 틀어서 비슷한 것으로 저희도 확인을 했습니다. 사실상 저작권은 중요합니다. 공식적으로 사용할 때는 공무원들이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왔겠지. 시민들 상대로 공고를 낸 사업인데 이걸 속이겠나...."
그러나 이 업체의 말은 사실이 아닌 듯합니다.
[INT 일본기업 설계사무소 대표]
"우리 것 가지고 공모에 응해도 된다고 얘기한 적도 없고 그것을 임의로 자기들이 그 자료를 쓸 수 있다고 컨펌해 준 바는 전혀 없습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뭐하려고 그랬을까 뭐라도 바꿔도 바꿀 텐데...참조하라고 도면이 나갔을 것 같고...우리 사무실 누구도 컨펌해서 이걸 써도 된다 한 적은 없습니다."
왼쪽이 본지가 입수한 지난 2012년 5월 일본기업이 공모에 제출한 투시도입니다.
부산시가 이번 공모 선정업체의 새로운 투시도라며 언론에 배포한 오른쪽 그림과 형태, 색깔 심지어 건물에 비친 그림자까지 같습니다.
모방한 것이 아니라 아예 크기만 살짝 조정해 그대로 제출한 겁니다.
[INT 이훈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고요. 그런 의혹들이 제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일을 꼼꼼하게 할 필요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문민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제 무시됐던 경제정의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에서부터 다시 세워져야 됩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보상받는 세상.
부산시의 올바른 조치를 지켜보겠습니다.
공동취재 박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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