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정당 13명의 홍준표 지지 선언과 집단 탈당으로 위기를 맞았던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7일 선거 운동 기간 접한 국민들의 '개혁 보수'에 대한 열망을 전하며 "그 뜻을 받들어 꼭 정의롭고 따뜻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했다.
유 후보는 거제 조선소에서 실직 위기에 내몰린 남편을 둔 주부와 봉투를 붙이는 10원 짜리 부업을 하는 주부가 "저 사람 같으면 내 어려운 처지를 해결해주지 않을까란 희망을 가져봤다"는 마음으로 각각 1만3000원과 2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왔다는 사연을 전하며 "너무 감사해서 많이 울었다"고도 밝혔다.
유 후보는 이날 오전 산불 발생지역인 강릉을 찾았다가 오후 바른정당 대구시당으로 옮겨 이런 내용의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했다. 현재까지 총 7820킬로미터에 이르는 이동 거리 속에 선거 운동을 하며 만난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호소다.
유 후보는 일단 이날 오전 유세 일정을 바꾸며 급히 강원도를 방문한 것에 대해 "지금 당장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손을 잡아드리고 위로할 수 있는 것뿐일지라도 함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달려갔다"며 "예상치 못한 불행을 당한 우리 이웃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과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어 "19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며 "두 달이라는 시간은 대선 후보의 철학과 능력, 진면목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경제위기, 안보위기, 공동체 위기라는 삼중의 위기 속에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라고 평했다.
유 후보는 또 "두 달 선거 운동 기간 전국을 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국민 여러분이 다 아시는 대로 힘든 일도 많았고 외로운 길이었지만, 따뜻한 격려와 지지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선거 초반부터 낮은 지지율에 고전해 왔고 당 소속 의원들의 선거 운동 지원이 부진하다가 급기야는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하고 자유한국당으로 합류하는 상황 속에서 외로웠다는 심경을 밝힌 것이다.
유 의원은 그럼에도 '태어나서 처음 정치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정치인 때문에 처음 울었다. 보수라는 말을 당당하게 해줘서 고맙다' '이제는 떳떳하게 보수라고 말하겠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다"며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정치 성향은 보수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의 국정 농단, 그리고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각종 천태만상에 보수 성향 유권자임을 떳떳하게 표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표심이 유 후보에게로 옮겨오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풀이한 모습이다.
유 후보는 이어 힘든 처지에도 소액의 후원금을 보내 온 두 사연을 전하며 "너무 감사해서 많이 울었다. 소중한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아껴가면서 그리고 목이 쉬도록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 뜻을 받들어 꼭 정의롭고 따뜻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유 후보는 "세상을 제대로 바꾸고 싶으신가. 정의롭운 세상 따뜻한 공동체를 원하시나"라고 물으며 "낡은 구시대를 끝내고 희망의 새시대를 열어줄 용감한 개혁을 원한다면 저 유승민"이라고 주장했다.
또 "걱정 없이 결혼할 수 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은 나라"를 원하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원하고 "예사치 못한 불행으로 실업이나 파산으로 고통 받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저 유승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서 이 나라를 지켜낼 강단 있고 현명한 대통령을 원하시냐"고 물으며 "국민 여러분의 경제·안보를 책임질 사람은 저 유승민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회견 말미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어떤 후보는 정권 교체가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권은 교체되어도 여러분이 진정 꿈꾸고 원하는 세상은 없다"고 주장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해 "어떤 후보는 막말과 욕설로 보수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보수는 능력과 품격인데 능력도 없고 인격은 바닥을 보여주고 있다. 차마 더 언급하기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또 회견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 때에는 자유한국당 쪽에서 유 후보에게로 던지는 표는 '사(死)표'가 될 것이라며 홍 후보로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표라는 말 자체가 비민주적인 말"이라며 "저는 이번 선거는 물론이고 모든 선거에 있어서 죽은 표라는 뜻의 사표라는 말 자체가 비민주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의 낮은 사전 투표율과 관련해서는 "신호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합니다만 두고 보자"며 "투표 기권과 불참은 사표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이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일괄 해제한 것을 두고는 "국민들이 심판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봐도 구태로 돌아가는 것이고, 자유한국당이 저런 식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당의 소멸을 자초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변화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유승민 태풍이 불고 있다"며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 제 뒤에 서 계신 국민 여러분 성원으로 기적의 역전 만루 홈런을 쳐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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