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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도한 상승에 '관망'…오름세는 여전

강남-비강남 양극화 심화…"재건축 규제완화 원상복귀해야"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집값이 7월 들어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값이 '부동산 광풍'이 불던 2006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올라가자 정부가 일부 규제정책을 발표하면서 추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 규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계절상 비수기인 휴가철이라는 시기적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상승률이 둔화됐을 뿐 오름세 자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휴가철에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 아니다. 재건축 지역뿐 아니라 뚝섬, 성북 등의 고가 아파트 매매도 여전히 활발하다.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시 상승률이 심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과도한 상승세에 매수세 '관망'…하반기 다시 늘 것"

27일 전용면적 50㎡가 10억 원이 넘는 강남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의 부동산중개 사무실 안은 한산했다. 매물 아파트를 적어놓은 전단은 드문드문 걸려 있었다. D공인중개 사무소의 대표 최 모 씨는 "정부가 개포를 중심으로 재건축 규제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거래가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 씨는 "올 상반기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에 매수세가 '주춤'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만해도 (2006년의) 고점 대비 40%나 내려앉았는데 반년 사이에 다시 오른 건 과도한 상승이었다"며 "비수기를 맞아 잠깐 물러나서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는 "매매가가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음 달 7일 (서울시의) 도시정비계획에 따라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면 매도 물량이 늘어나 상승세를 억누르는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10월에 결정될 용적률(건물의 전체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수치)이 강동 고덕동(용적률 249.6%)과 비슷하게 250%로 나온다면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주택·토지 전망지수 106…부동산 여전히 매력

▲ 상승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오름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반기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뉴시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주간변동률은 0.65%→0.40%→0.18%→0.13%로 상승폭이 꾸준히 줄었다. 강남, 송파, 서초, 강동 등 집값 상승을 이끄는 재건축 지역이 주춤한 탓이다. 정부가 6일 수도권 지역의 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이후다. 이미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을 받는 강남, 서초 등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지만 매수 심리가 한풀 꺾인 셈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강남의 경우 (2006년) 고점 대비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라 휴가철 이후에는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며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일고 있어 상승폭이 좁아질 순 있어도 대기수요가 많아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 결과'를 보면 주택‧토지의 전망지수가 6월 102에서 106으로 상승했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109로 전달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에 주식가치 전망지수는 2포인트 내린 102를 기록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과 함께 자산 운용의 방향을 주식보다는 부동산에 맞추려는 신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증현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 과정"…강남-비강남 양극화 심화

정부도 강남3구의 재건축 지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지나친 과열을 막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제의 중심인 강남3구가 이상 조짐을 보이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 단계에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윤 장관은 '부동산 정상화 과정'이라고 주장했지만 강남 3구를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과 다른 지역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작년 9월 경제위기 이후 집값이 일제히 내렸던 서울지역에서 올해 상승세로 반등한 곳은 강남3구를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과 주변부에 국한된다. 지난달 19일 부동산114의 2009년 상반기 결산자료에 따르면 강남3구는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2006년 말 최고점의 93% 수준에 이르는 등 경제위기 당시 하락폭을 넘어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에 구로(-0.95%), 성북(-1.21%), 서대문(-1.24%), 은평(-1.33%), 도봉(-1.67%) 등 강북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말에 비해 더 하락했다.


▲ 2009년 상반기 서울 구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부동산114

지방의 사정은 더하다. 주범은 미분양 아파트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6만5641가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준공 후에도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는 '악성 미분양'도 5월 말 5만4141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35%에 달한다.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은 4% 수준일 뿐 나머지는 고스란히 지방 몫이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지방의 5대 광역시의 매매변동률은 0.63% 하락했고 나머지는 0.07% 상승에 그쳤다.

이처럼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28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버블 세븐' 지역 내에서 지난 6개월 동안 6억 원을 초과한 아파트가 2만5487가구 늘었다. 9.3% 늘어난 수치로 지난 한 달에만 7341가구가 6억 원을 넘어섰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급한 풍부한 유동성이 전세 이익을 노리고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한편, 저층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 송파, 서초를 집중 공략한 결과다.

정부 규제 풀었다 조였다…"부동산 급등 주범은 MB정부"

문제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위기가 다가오면서 자산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없앴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위기관리대핵회의에서 "지금은 부동산 투기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규제 및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의 완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2008년 말 고점 대비 40% 가까이 내려앉았던 시장이 올해 들어 단 4~5개월 만에 다시 고점에 근접하는 등 상반기 상승세가 예상을 뛰어넘자 정부는 7월 들어 재건축 관련 규제 철폐 계획을 잇달아 철수시켰다. 재건축 허용연한을 단축하려던 계획이 유보되고 재건축 지역에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소형주택을 짓도록 한 소형평형의무비율도 유지하도록 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도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규제를 다 풀어버린 상황에서 부동산에 대한 전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양도세를 폐지하고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상향조정하는 등 부동산을 뛰게 만든 주범은 정부"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를 이전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금융규제 등) 과열을 막는다는 조치를 내놓아보았자 소용없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매매이익이 소유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금의 '거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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