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던 여권에서는 부동산거래의 활성화 그리고 나아가서 건설경기의 활성화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양도세 중과 폐지가 어느 정도 부동산 거래를 활발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부동산 양도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 부동산 소유자는 자연히 양도를 꺼리게 되고 미루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반대로 부동산 양도에 대한 세금이 가벼워지면,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게 되고 그래서 거래도 많아질 것이다. 다만, 실제 거래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서 수요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 양도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당장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까? ⓒ연합 |
실수요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남은 것은 가수요다. 가수요는 주로 자본이득(양도차익)을 노리는 수요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에 크게 좌우된다. 아무리 소득수준이 높아도 앞으로 부동산가격이 올라간다는 전망이 없으면 가수요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동산가격이 지속적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부동산시장에 퍼져 있어야만 가수요가 크게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부동산을 살 만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이 지속적으로 크게 오르리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여권의 경제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서는 자신 있는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가격의 지속적 상승을 기대할 만한 객관적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부동산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현 여건상 양도세중과제도가 폐지되더라도 당분간 가수요가 크게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설령, 가수요가 움직인다고 해도 문제다. 원래 양도소득세는 가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부동산투기 열풍을 잠재우려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다. 가수요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보려는 수요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바람직하지 못한 가수요를 믿고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려 한다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결국, 여권이 기대하듯이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수요나 가수요 중에서 하나라도 일어나주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800조 원 규모의 유동자금이 떠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최근 이 중의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서 부동산가격이 약간 올라갔다는 말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이유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아서가 아니라 경기침체 탓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다.
양도소득세 중과제도의 폐지가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쪽에서는 투기심리를 자극해서 부동산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도소득세의 부과가 투기심리를 억제함으로써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킨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경제학 교과서는 다르게 얘기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양도소득세의 부과는 부동산소유자로 하여금 양도를 꺼리게 함으로써 시장에서 부동산공급량을 감소시키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부동산가격을 올리게 되는데, 이런 효과를 흔히 동결효과라고 한다. 이 동결효과로 부동산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양도소득세의 부담이 투기자가 아닌, 수요자에게 전가됨을 의미한다. 원래 투기자를 혼내주기 위한 양도소득세가 투기자가 아닌, 수요자에게 떨어지는 셈이다. 만일 양도소득세가 정말 동결효과를 수반한다면, 반대로 양도세를 내리거나 폐지할 경우 동결효과의 반대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므로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상황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전가될 수도 있고 전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양도소득세의 부과가 부동산가격을 올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우선, 1980년대 말에 그랬듯이 부동산시장이 후끈 달아올라서 대부분의 투기자들이 부동산시장에 대하여 매우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수요자가 양도소득세를 떠안고 부동산을 사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양도자가 내야할 세금을 수요자가 대신 내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투기적 거래가 위축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1980년대 말에 보편화되어 있었다. 이렇게 양도소득세가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투기자가 빠져나가 버리면, 양도소득세의 투기억제효과는 없어진다. 진정 투기억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반대로, 경기도 좋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아서 실수요자도 별로 없고 가수요자도 없을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면 그 부담을 부동산양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부동산시장은 더욱 더 얼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이미 중과되어 있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면 어떻게 될까? 실수요과 가수요 모두 크게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부동산가격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다만, 부동산양도자의 금전적 부담만 크게 줄어들 뿐이다.
이 양 극단의 중간인 보통의 상황에서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전가되고 따라서 부동산가격이 약간 올라갈 것이다. 요컨대, 양도소득세가 부동산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동산가격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 의해서 결정되는 만큼, 수요자의 반응도 중요한데 이 수요자 중에서 특히 투기자의 반응은 상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양도소득세가 투기억제에 미치는 효과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약하다.
사실, 양도소득세 그 자체는 그리 바람직한 조세가 아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양도소득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세가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세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세는 필요악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조세도 있다. 예를 들면, 환경세라든가 토지보유세 등을 꼽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쁜 세금은 줄이고 좋은 세금은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의 폐지는 조세구조 전체를 바람직하게 개선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양도소득세 부과의 목적이 투기억제만이 아니다.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한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발이익은 엄청나게 발생하는 반면 그것을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미흡한 상황에서는 양도소득세의 의의가 더욱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의 가장 큰 단점은 조세저항이다. 다른 어떤 조세보다도 양도소득세에 대한 조세저항은 완강하다. 힘 없는 서민의 저항이 아니라 힘 있는 기득권층의 저항이기 때문에 완강할 수밖에 없다. 과거 수없이 보아왔듯이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개발이익 환수제도는 강화와 완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양도소득세가 경기순환을 완화하려는 정책수단으로 너무 빈번히 이용되어 왔다는 측면도 있다. 어떻든, 높은 세율의 양도소득세를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양도소득세를 통한 개발이익의 환수가 그렇게 어렵다면, 좀 더 근원적인 방법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이나 북구의 여러 나라는 토지이용관련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개발이익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도 수십 년 전 우리처럼 부동산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아보았기에 그들의 경험과 제도는 우리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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