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4채 중 1채 꼴로 아파트값이 가장 높았던 2006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 열풍이 심상치 않자 이명박 정부가 연일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20일 주택거래지역신고제 확대 방침을 밝혔다. 주택담보대출(LTV) 규제, 전세 임대소득 과세 방안에 이어 세 번째 투기억제책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이런 규제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가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 원이 넘는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불확실한 금융시장 등 돈이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 정도 강도의 규제책으로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온적 투기억제책, 시장에 역효과 불러올 수도
주택거래신고지역 확대 지정 카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거래 신고기간이 60일에서 15일로 단축되고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또 주택 구입자들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2004년만 해도 기준시가로 취ㆍ등록세가 부과돼 어느정도 투기 억제 기능을 했지만, 2006년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원칙이 되면서 큰 의미를 잃었다.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추겠다는 것 역시 '엄포'에 불과하다.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권은 투기지역이라 이전부터 LTV 비율이 50%였다. 또 은행들의 LTV 비율은 평균 47%로, 이미 50% 이하다.
전세 임대소득 과세도 정책 방향은 맞지만 투기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조세저항 등을 감안해 서울과 수도권의 3주택자 이상, 전세가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투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 등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는 높지만 전세가는 낮다. 또 3억 원의 기초공제에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과표를 60%선으로 낮게 잡을 경우, 실제 부과되는 세금은 전세가 10억 원일 때 63만6000원으로 큰 부담이 아니다.
이처럼 정부가 말로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면서 내놓는 정책은 미온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시장에 오히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을 의지가 없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도시 인허가권 등 또 부동산 규제완화 발표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규제 완화책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정안전부는 21일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재청과 함께 마련한 '행정 내부규제 개선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 안에 따르면, 정부는 100만㎡ 이상의 대규모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국토해양부 장관 사전승인 절차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율적으로 도시계획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바닥면적 85㎡ 이내의 증·개축이나 도시지역 이외의 3층 미만 건물 신축 시의 건축신고는 현재 시ㆍ군ㆍ구에 하던 것을 읍ㆍ면ㆍ동에서 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 공장 설립 등과 관련된 환경 규제, 문화재 주변의 문화재 영향 검토 범위 등도 대폭 완화시켰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규제 완화는 이전부터 지자체가 제기하던 문제를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신도시 인허가권 등을 지자체에 이양할 경우, 지자체가 신도시 건설 경쟁에 들어감에 따라 부동산값이 폭등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규제나 문화재 관련 규제 완화도 난개발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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