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날 '심야 사퇴'를 하면서 재보궐 선거를 원천 차단한 후 가진 10일 퇴임식에서 때아닌 눈물을 흘렸다. 사퇴 기자회견 후에 도청 청사를 빠져나가는 홍 후보가 탄 차에는 소금 세례가 뿌려졌다.
홍 지사는 전날 밤 자정을 2~3분 남기고 사퇴 의사 표명을 했다. 결국 사퇴 의사는 날짜가 바뀐 10일에야 선거관리위원회에 통지됐다. '지방의회위원 및 지방자치단체창 보궐선거는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사유를 통지받은 날을 선거 발생 사유가 확정된 때로 규정한다'고 한 현행 공직선거법 35조를 활용한 '꼼수 사퇴'다.
홍 후보는 재보궐 선거에 쓰일 "수백억이 낭비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고 주장하지만,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는 홍 후보의 이런 사퇴를 법을 악용한 꼼수 사퇴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한 대행 체제로 경남도가 운용될 경우, 홍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에는 권한 대행 뒤에서 경남도 운용을 '수렴 청정'할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다.
홍 후보는 이날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5대·제36대 홍준표 도지사 퇴임식'에서 "지난 4년 4개월간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는 말을 하는 도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도지사직을 수행해 더 좋았다)…"며 또 한 차례 울먹였다.
홍 후보는 그 자신도 보궐선거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런 그는 재임 기간 공공 의료 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무상급식을 중단하며 지역에서 '진영 싸움'을 벌였다. 홍 후보는 이날 퇴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무상급식 파동 때 민주노총·전교조와 싸웠던 일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7% 지지율로 대선엔 120억 쓰면서 보궐 선거는 차단
퇴임식을 마친 10시 50분께에는 홍 후보가 탄 차에 소금 세례가 뿌려졌다. 적폐 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 2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 홍 후보 퇴임식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폭정과 패악으로 도민을 도탄에 빠트린 홍준표가 도지사를 그만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민 참정권을 빼앗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후보의 이런 '심야 사퇴'를 "법률가인 자신의 지식을 악용한 악질적인 전형적 화이트칼라 범죄"라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는 '보궐 선거를 치르면 300억 원이 든다'는 홍 후보 주장에 대해 "그 300억 원이 정말 걱정됐다면 본인이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 재정을 부담하는 것도, 홍 후보의 꼼수 때문에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것도 국민인데 국민이 판단할 문제를 왜 자신이 판단하느냐"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도 홍 지사의 심야 사퇴를 강하게 비판하며 "홍준표 방지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전날에는 "법률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법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하고 다를 바가 뭐가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홍 후보를 상대로 '참정권 침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창원지방법원에 소장을 냈으며 소송금액은 3000만100원이다.
자신은 대선 출마를 하면서도 '300억의 선거 비용을 아끼겠다'며 보궐 선거를 차단한 홍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로선 필패 수준이다. <연합뉴스>와 KBS가 지난 8~9일 여론조사 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홍 후보는 6.8%의 지지율을 얻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홍 후보의 선거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대선 비용으로 119억 7400만 원을 편성했다. 홍 후보가 5.9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이 금액을 선관위로부터 '선거 보조금' 성격으로 돌려받고 10~15% 득표할 경우 절반만을 받는다. 10% 미만으로 득표하면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다.
한편, 홍 후보는 이날 경남 창녕에 있는 부친 묘소를 참배한 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적으로 이미 사체가 된 분을 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바른정당 등 정치권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요구를 거부했다. 홍 후보는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를 하는 것이 당헌·당규에 맞고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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