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된 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합은 15%도 넘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통 보수층마저 두 후보에게서 등을 돌리고 '정권 교체'를 외치는 안 후보에게 지지세를 모아주자 두 당은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양새다. 특히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홍 후보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게 유지되자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프레시안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자 구도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0.3%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2.5%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2.4%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5.1%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후보로 자유한국당 홍 후보를 선택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홍 후보는 11.5%를 기록했다. 문재인 44.9%, 안철수 38.9%로 두 후보 지지율 근처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바른정당 유 후보를 선택해 조사한 3자 구도에서는 유 후보가 10.4%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국의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ARS(RDD) 휴대전화조사 방식을 사용했다. 응답률은 1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홍준표 지지율, 이대로 정체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내 경선이 정리되어 본선 궤도에 오르면 보수층 표심이 다시 보수 정당에 눈을 돌리며 자신들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특히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은 "좌파 2명(문재인·심상정), 얼치기 좌파 1명(안철수), 보수 1명(홍준표)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구도라면 보수층이 "해볼만한 대선 구도"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후보가 선출되고 한주가 지났음에도 지지율이 10% 초반대를 간신히 기록하거나, 적지 않은 횟수로 한자리수를 기록하자 당내에선 '이대로 지지율이 정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완주 후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 보조금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는 까닭에 불안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홍 후보가 당내에서 친박계와의 관계 설정을 '모호'하게 하고, 집토끼(정통 보수층) 이탈을 부추기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당내 분열 양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친박계 일부는 홍 후보의 당원권 문제를 당이 해결해줌으로써 대선 출마가 가능했음에도, 서청원(3년)·최경환(3년)·윤상현(1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홍 후보가 지난 6일 전남 광주 국립 5.18 묘지를 방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데 "저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억지"라고 말한 것도 당내 일부의 불만을 가중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지난 4일 대구·경북(TK)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참석해 "보수 적자인 후보인 홍준표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고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 후보가 보수적통임에는 이견이 없다"며 홍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긴 했으나 물밑에서는 속내가 복잡한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기껏 밀어줬는데 당 지지율보다도 홍 후보의 득표율이 안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것이겠냐"며 "홍 후보가 친박·비박은 없다고 했지만 대선 후 화합과 통합 정신을 살려 당을 운용할 거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계 의원은 "여론조사와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최근 홍 후보가 대구 경북과 부산 영남을 돌면서 보수 지지층을 다잡기 시작했다"면서 "분위기를 타면 지지율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창당…자유한국당 2차 '분열'로 이어질까
이런 가운데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와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세력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새누리당(가칭) 창당 소식에 현직 의원 일부가 친화적 태도를 보인 점도 주목된다.
'애국 보수'를 자처하며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새누리당 창당을 축하함"이라며 "그 동안 아스팔트에 뿌려졌던 태극기의 피와 땀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의미있는 날. 정통 보수 정당으로 역할해주길 기대함"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저는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새누리당 창당대회에 참석하거나 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자유한국당이 (탄핵 반대층을) 다 포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함. 저도 보수 우파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홍 후보의 지지세가 지금까지처럼 안철수 후보에게 몰려 유지되고, 자유한국당이 대선에서 배제되어가는 양상이 계속된다면 당의 분열 양상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에게 선대위원장 영입을 제안했으나 그가 고사하자 영입에 난항을 겪어오기도 했다. 후보 선출 일주일만인 7일 영입된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박정이 전 1군 사령관으로 정치권 출신 인사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이때문에 뒤늦게 '안철수·박지원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전날 "안 후보는 얼치기 좌파이기 때문에 우파들이 그리로 갈 수 없을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를 찍으면 박지원 대표가 상왕이 된다"고 비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말로는 새 정치를 외치면서 공당의 대통령 경선에 조폭까지 동원됐다니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조폭 해프닝'을 재점화시켰다.
바른정당도 안 후보 쪽으로 중도 보수층의 지지율이 쏠리고 있는 현상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 후보가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을 거듭해서 내놓고 있지만, 이는 선거 전략일 뿐 진짜 '보수 후보'는 유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유 후보는 지난 경남 선대위 발조식에 참석해 안 후보가 사드 배치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안 후보 뒤에는 박지원 대표가 있다"며 "박 대표는 대북 송금 사건의 주범이고 대북 송금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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