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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자유바른새누리당'? '보수 단일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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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자유바른새누리당'? '보수 단일화' 속내는…

빅텐트→개헌 연대→후보 단일화…보수 개혁 퇴행史

자유한국당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무성 의원의 약 열흘 전 회동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보수 후보 단일화'론이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맞서기 위해 애초 시도됐던 '반기문 빅텐트' 구성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보수 진영 일각이 이제는 후보 단일화론으로 전략을 바꿔 대선 '판 흔들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선까지는 5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당내 후보 경선 절차를 밟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김무성 두 정치인이 개별적으로 회동을 해 설익은 당대당 통합 논의까지 했다. 한 사람은 당의 경선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바른정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다.

이러니 이 회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가 않다. 자유한국당 안에서도 "탈당파 의원들이 숙이고 들어온대도 받아줄까 말까다"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진태 의원은 홍 지사를 향해 "벌써 후보가 다 됐군요"라고 비꼬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바른정당 안에서는 "이렇게 연대 논의에만 매달리고 끌려가다가는 당이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기문 바라보던 김무성, 이번엔 홍준표 보나

김무성 의원의 '당 바깥 후보 바라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 입당 의사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김 의원은 오세훈 당시 최고위원과 함께 반 총장 지원에 공을 들였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김무성 의원이 "멘붕이 됐다"며 "상당히 술을 많이 드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기문 빅텐트' 구성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정치권의 예상보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뜨지 않았고 그를 구심점으로 한 정치권의 세력 재편도 난망해 보이기만 했다. 당시 반 전 총장에게 끊임없이 던져졌던 질문은 '보수냐 진보냐'였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전 총장에게 '보수 후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반 전 총장과 회동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개혁 세력이라고 선언해야만 연대가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 때 이미 제 3지대 연대는 반문(反文)이라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아주 1차원적인 '구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반문 연대의 포장지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정치권은 '개헌 연대'란 틀거리도 만들었지만 이 역시 유의미한 힘을 받고 있지는 못 하다. 매일같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은 개헌 당위성을 주장하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고 있지만 지지율에는 별로 변동이 없다.

이런 가운데 알려진 홍준표 지사와 김무성 의원의 회동은 차라리 '솔직한' 보수 진영 재연대 논의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후보 단일화를 거쳐 국민의당이나 장외의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과의 최종 후보 단일화를 하는 '단계별 연대론'도 거론하지만 여기까지 가기에는 시간도 촉박하다. 단일화 당사자들과 조정자들의 생각도 여전히 제각각이다.

김무성 의원의 이런 '개인 플레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바른정당의 황영철 전략홍보본부장은 "연대, 연합, 합당 등의 방향은 깊은 논의를 통해서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고 결정될 것"이라며 "요즘 우리 (김무성) 부본부장이 본부장의 허락을 안 받고 여러 분을 만나고, 보고도 안 되고 있어서 깊은 보고를 받도록 하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23일 오전 회의에서 던지기도 했다.

홍준표 뒤에 '친박' 있다…선거 연대·합당 명분 無

바른정당 내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주장하는 쪽은 물론 자당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내세운다.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의원의 지지율이 1% 수준인데 이 후보들로 대선을 치르는 것은 "대선을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과의 선거 연대를 진행하는 것은 더욱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정당은 친박 세력과의 연대는 없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경선 후보 중 가장 유력하다는 홍준표 지사가 '양박(양아치 친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당내 강성 친박계와는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이는 성완종 리스트로 재판을 치르며 생겨난 적대적 감정으로 '그냥 하는 말'에 가깝다.

홍 지사는 21일에는 "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취하거나 개인이 받은 돈이 하나도 없는데 자기가 돈을 먹어서 들어간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똑같이 포토라인에 섰다"며 "탄핵 과정을 지켜보니까 기껏 최순실이한테 옷 몇 벌 얻었더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홍 지사가 파면된 박 전 대통령 '편들기'를 한 발언은 여럿이다.

만약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 경선을 하면 친박계 표는 바른정당의 유 의원이나 남 지사가 아닌 홍 지사에게 갈 확률이 높다. 자유한국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어떻게든 홍 지사를 대선 후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홍 지사외 김 의원의 회동과 관련해서 "선거 연대도 통합도 할 수는 있겠지만 (탈당파 의원들이) 전부 숙이고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두 당의 선거 연대가 시작되는 순간 바른정당은 존재감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애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음에도 청와대 보위에만 매달렸던 친박계의 패권으로 바른정당은 태동했다. 그런데 친박계가 뒤를 받치는 홍 의원과 단일화 논의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이해를 받기가 어렵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지는 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지켜보며 "이렇게 연대론에만 매달리다 당이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 있다"고 전했다.

명분도 현실성도 부족…반문 세력 모두 '동상이몽'

명분만 부족한 게 아니다. 보수 후보 단일화, 또는 이를 넘어서는 반문 연대에는 '걸림돌'이 여럿이다.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연대에 반대하고 특정 정치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에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21일 비문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며 "결국 이번 대선은 4월 초 후보가 확정되면 우리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 전 대표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각 당 소속 후보들과도 지난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처음 제기한 당사자인 유승민 의원은 "처음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얘기했는데 지금은 후보 이름이 나오면서 명분과 원칙이 꼭 필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탄핵 심판에 승복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홍 지사가 연대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 의원은 또 "각 당 후보를 정하고 순리대로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보수 후보 '원샷 경선'에 대한 반대 목소리다. 23일에는 자신의 보수 후보 단일화 주장에 반발했던 당내 기류가 뒤바뀐 것에 대해 "이제까진 죽어도 안 된다고 하더니 왜 뒤늦게 (그러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남경필 지사는 자유한국당과의 선거 연대에 훨씬 부정적이다. 남 지사는 2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나와 만든 게 바른정당인데, 다시 보수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하니까 바른정당에 기대했던 국민들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보수 후보 단일화라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바른정당에 대한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후보단일화가 실현된다면 5월 9일 치러지는 대선 일정표 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 17일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반문 연대의 또다른 축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 단일화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조찬 회동을 한 후 "각 당 경선이 끝나 후보가 누가 돼야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단일화도 이뤄질 수 있다. 대선이 길게 남지 않았으니 4월 15일 이전에는 뭐가 돼도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초강세를 꺾을만한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는 한 '반문재인 후보 단일화'는 동상이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전 대표를 제외하면 한자리수 지지율에 갇힌 후보들 사이의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불분명하다. '문재인 대 ○○○' 구도면 해볼만 하다는 단일화론자들의 관측이 승산 없는 선거 공학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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