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호전은 정치구호"…네티즌 비난 '폭주'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가 나아지고는 있지만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1~2년 내 일자리 문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호전되고 있는 각종 고용관련 지표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고용 사정이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제하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하겠다"고 보고한 대목도 이같은 '질타성' 언급이 나오게 된 배경 중 하나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작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불거졌다. 해당 발언이 지난 대선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일자리 관련 공약들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747 정책(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 달성)'과 함께 매년 60만 개, 임기 중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다짐한 바 있다.
실제 주요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에는 순식간에 15000여 개(15일 낮 15시 현재)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비난성 댓글이다.
한 네티즌은 "너무 웃긴다. 본인이 한 말도 기억을 못 하느냐"라고 반문했고, 다른 네티즌은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게 누구인데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던 때가 불과 2년 전"이라면서 "자기 자신이 그 동안 정치구호만 외쳤다는 이야기를 대놓고 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 ⓒ청와대 |
대통령 발언 없던 일로…뒤늦게 '수습' 나섰지만…
비난이 폭주하자 청와대는 곧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의 경기 후행성을 언급하면서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라면서 "거두절미하고 한토막만 잘라 버리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공약을 뒤집었다느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기사가 있길래 왔다"면서 "정치부 기자들이 문제"라고 언론탓까지 했다.
청와대 측은 해당 발언을 수정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기존의 서면 브리핑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새로운 서면 브리핑 자료로 기사를 대체해 달라는 것이다.
수정된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경제가 앞으로 좋아진다 하더라도 1~2년 내에 일자리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빈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배포한 대통령의 언급을 '없던 일'로 해 달라는 요청이지만, 이미 문제의 발언은 대부분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였다.
'목표'와 '현실'을 뒤섞는 MB화법, 더 큰 불신 부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같은 소통의 불협화음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일자리 만들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러나 '정책 소비자'인 국민들 중 상당수는 이를 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약속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발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왜곡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상당 부분 '목표'와 '현실'을 뒤섞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어법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래 경제전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급은 신중론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은 경기가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렵다는 점,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이를 서민층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는 점을 끊임없이 언급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위태로운 낙관론을 동시에 피력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달성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머지않아 3만 불이 되고 더 빠른 시간 내에 4만 불이 될 수 있다"는 비교적 최근의 언급은 모두 근거가 분명치 않은, 일종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자리 창출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지난 9월30일 가진 특별 기자회견에서 "조금만 더 참고 견뎌 달라"며 "서민들이 허리를 펴고,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겠느냐"라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불거진 '세종시 논란'도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과 관련한 신뢰도를 결정적으로 추락케 만든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세종시 원안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당정청은 사실상 사업의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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