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한민국, 이제 변방에서 중심으로"

정점 찍은 'G20 마케팅'…"親기업이 곧 親서민"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제5차 G20 금융정상회의 유치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G20 회의 유치를 계기로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선포하겠다는 속내다. 'G20 홍보전'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현란한 수사를 곁들여 직접 '홍보맨'으로 나섬으로써 향후 각 분야의 대대적인 '선진화'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지난 해 6월 '광우병 논란'과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 이후 1년3개월 만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에 섰다"

<인식의 전환, 변방에서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회견문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며 "G20 정상회의 유치는 한 마디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가 확정되던 순간을 언급하면서 "그 순간 만감이 교차하더라"면서 "드디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계기를 맞게 되었구나, 우리 국민이 정말 대단하구나, 이런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선도국가들이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주역이 된 것"이라며 "남이 짜놓은 국제질서의 틀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우리가,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국운이 활짝 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열린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현안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는 그 동안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위대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거듭 사의를 표했다.

또 이 대통령은 "세계가 우리를 존중하는 만큼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자"며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자. 이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세계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세계가 함께 성장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를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법과 윤리, 정치문화, 시민의식, 그리고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의 국격(國格)을 확실히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설렁탕에 쌀국수 넣으면 쌀값문제 해결된다"

추석민심을 고려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위기는 벗어났을지 모르지만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에는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아직도 겨울이고, 며칠 후면 추석인데 일자리가 없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민 여러분께서는 힘든 것을 참고 잘 해 주셨다"며 "조금만 더 참고 견뎌 달라. 서민들이 허리를 펴고,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 날이 올 때까지 저도, 공직자들도 밤잠을 줄이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취임 초반 비즈니스 프랜들리(친기업) 정책 노선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비즈니스 프랜들리는 결국 서민 프랜들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투자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기업 프랜들리, 시장 프랜들리는 결국 서민 프랜들리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반응을 보였다.

풍년과 쌀소비 하락이 맞물린 '쌀값 하락' 문제에 대해선 '소비 촉진'이라는 기존의 해법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 먹는 설렁탕에 밀가루 국수가 들어가는데 쌀이 남아도는 현재도 강제로 넣는다"며 "여기에 쌀국수를 넣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기업이나 산업계에서 인식만 바꾸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쌀국수, 쌀막걸리, 쌀과자, 쌀떡 등을 만들면 우리 쌀 생산이 문제될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핵 당사자는 우리인데, 남이 하라는 대로만"…'햇볕정책' 폄하?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 북핵 해법으로 일종의 일괄타결안인 '그랜드 바겐'을 제안하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북핵문제 당사자인데 그 동안 우리의 목소리가 없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프로세스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문이었지만, 듣기에 따라선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왔던 '햇볕정책'에 대한 노골적 폄하로도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들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사실 미약했다"며 "우리 발언권은 미약했고, 남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고 수동적 자세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안을 제시할 여력도 없었고, 해 오지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을 두고 한미 간 온도 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하고도, 러시아나 중국에도 양해를 구했고, 일본은 물론이다"면서 "미국의 아무개가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떤가. 우리 안을 설득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 대통령의 제안이 나온 직후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솔직히 말해 내용을 잘 모른다(Actually, to be perfectly honest, I was not aware of that)"고 언급한 대목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늘 뒤에서 앉아 듣기만 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모두가 우리가 세계의 중심국가에 들어갔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