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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개헌 합의에서 '제2의 후단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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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개헌 합의에서 '제2의 후단협'이 보인다

[이충렬의 정권+교체] '야바위 정치' 그만하고 '불량 보수'부터 몰아내야

2월 16일 홍준표 경남지사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사건에 관하여 항소심 무죄판결을 받은 그는 자신이 '양아치 친박'으로부터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고 발언했다. '양아치'라. 국어사전을 뒤져보니,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3월 20일자 세계일보는 정치 품격을 해치는 막말 정치인을 퇴출시키자는 사설에서 홍준표 지사를 제1순위로 거론한 바 있다. 최근 그의 막말행진을 들어보자. 그는 문재인을 지목해, "민주당에서 1등하는 후보는 대장이 뇌물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자신이 불법정치자금 사건으로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태에서 대선에 출마하는 문제에 대해, "만약 내가 유죄가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출마하는 사람의 언행으로서는 목불인견의 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지사야말로 양아치 중의 '상양아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양아치라는 말이 친박이나 홍준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 보수의 행태를 되돌아보자. 상대당의 지도자에게 툭하면 간첩을 의미하는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부친다. 대통령의 권력을 사익 추구에 남용하여 마침내 대통령이 파면당하기도 하였다. 정당 민주주의를 철저히 짓밟아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는다. 책임은 더더욱 지지 않는다. 자숙하기는 커녕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공작에 전력투구한다. 이들의 정치행태야 말로 '양아치'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쪼개져 나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국민의당이 대선 투표일에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갑자기 웬 느닷없는 밀실야합인가?

헌법은 국가의 기본을 디자인하는 최고의 법전이다. 따라서 개헌은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항쟁에서 시민들은 개혁 입법을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새누리당 계열의 반대로 단 한 건의 개혁 입법도 성사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3당이 다른 건 다 놔두고, 대통령 임기만 3년으로 줄이고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한다는 이른바 이원집정부 개헌안을 공동발의하고, 대통령 투표일에 국민투표로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다음 대통령이 3년 한 다음 중임제 대통령에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줘 장기집권할 수 있다는 미끼까지 걸어놓은 것이다.

시장 바닥에서도 보기 힘든 '야바위 정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민심이 바라는 것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정치세력을 단죄하고, 무너지버린 헌법적 질서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통해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야바위식' 정치를 태연히 자행할까? 정치를 오직 권력을 추구하는 권모술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눈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일념뿐이다.

박근혜 친위세력이 모인 자유한국당은 한국적 극우 정당의 결정판이 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민주당의 집권을 저지하고 심판을 모면할 기회만 찾고 있다.

비박이 중심인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를 언필칭 내세우지만, 내부가 뒤죽박죽이 되어 아직 중심을 못잡고 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철저한 참회와 반성을 통해 거듭날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유한국당에 대해 비타협적 투쟁을 통해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바른정당의 다수는 거듭나기 위한 진통보다는 편의적인 정치공학에 매몰되는 정치인이 더 많다. 이번 개헌안 파동도 그러한 내심의 발로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이번 개헌안에 참여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단순히 수동적으로 찬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동한 흔적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일부 호남세력이 이번 개헌안 추진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당의 전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도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고, 박지원 현 대표도 반대 의견이다. 그런데 주승용 원내대표나 김동철 개헌특위 간사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당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의 대중정서가 새누리당 계열 심판이고 정권교체인데 이들은 왜 새누리당 계열과 손잡고 개헌을 밀어붙이나?

한마디로 민주당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문재인으로의 정권교체를 막기위해서는 개헌을 포함해 뭐든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특정인에 대한 비토에 매몰되어 민심의 커다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은 세력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질 때 후보교체론을 들고나온 '후단협'이 가장 극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촛불명예혁명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절규하는 민심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그 결론은 정권교체로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집권저지에 목을 맨 일단의 정치인들이 국민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실야합으로 개헌에 목을 매고 있다. 변화를 바라는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웬 잔재주를 피우나?

만약 내년 지자제 선거에서 개헌안을 투표부치는 상황이 온다면 대통령 임기만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현행 국회를 2년 만에 마무리짓고 새로운 국회를 뽑는 방안도 병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국민들에게 국회를 새로 짤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개헌뿐만이 아니다. 정권교체를 저지하려는 세력은 가짜 프레임에 목숨을 걸고 있다. '좌파에게 정권을 주어서는 안된다.' '좌파가 잡으면 나라 망한다.'는 논리하에 이른바 민주당을 뺀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반민주당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민주당 안에서 조차 가짜 프레임이 진지하게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점이다.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론은 지금 이 시점 민주당이 주력해야 할 쟁점의 방향을 빗나가게 만들고 있다. 본인 말대로 새누리당 계열이 개혁에 동의한다면 대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새누리당 계열은 지금 어떤 개혁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즉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론은 지금의 정세 하에서 실현불가능한 정치 구상이다. 그런데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예비경선에서 보수 언론의 주목을 받고 보수 표를 혹시라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계산에서일 것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안 지사를 지지하는 것을 보고 본선에서 외연 확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정치평론가들을 본다. 정당정치를 태연하게 부정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한 것은 범야권을 단결시키고 촛불민심이 민주당과 결합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지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정치권은 '극우정치'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느슨하다. 앞서 언급한 '양아치 정치'나 '야바위 정치'는 이때까지 한국의 극우정치가 일상적으로 보여 온 정치행태다. 이들은 민주공화주의를 존중하는 건강한 보수가 아니다. 한마디로 불량 보수인 것이다.

촛불명예혁명이후의 한국사회는 불량 보수를 격리하는 데서 출발해야한다. 우리 정치는 1961년 박정희 소장의 군사쿠데타 이후 무려 60여년에 걸친 군사독재의 후유증에 압도된 나머지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 증상을 안고 있다. 납치된 자가 자신을 납치한 인질범에게 공포심에 사로잡혀 정서적 공감을 느끼는 정신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파시즘의 혹독한 피해를 겪은 유럽사회에서 극우정치의 격리는 단호하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정치인 장 마리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탈락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군소 좌파정당은 극우의 당선을 막기위해 우파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이제 대한민국도 불량 보수를 격리하는 성숙한 사회로 진입할 때다. 이들이 청산된 후 국가적 필요에 따라 대연정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당이 더 이상 가짜 프레임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촛불민심을 동력삼아 더 좋은 정권교체로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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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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