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장관은 18일(현지 시각)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왕이 부장과 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자국의 국민들에게 다른 미래를 줄 수 있는 더 나은 길을 선택하도록 납득시키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틸러슨 장관이 "왕이 장관이 평양의 '방향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며 "북한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절박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또 다시 언급한 셈이다.
이에 왕이 부장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상식적"이라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목표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3자 회담을 추진했고 이후 이것은 6자회담으로 확대됐다. 북한과 미국의 접촉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맞춰 북한에 엄격한 제재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협상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밝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중요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유엔의 제재를 이행하는 것은 각 국가의 의무라면서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게 집행하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심을 모았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왕 부장은 "한반도 사드 문제에 대해 원칙을 (미측에) 밝혔다"고 말했지만, 틸러슨 장관의 경우 별도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남을 가진 양국 장관이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을 두고, 오는 4월에 있을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작업이 중요했기 때문에 현안을 논의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양국 장관은 이번에 정상회담 일정 및 의제 조율에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측 모두 국내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일종의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핵이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 당분간은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수근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번 회담은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중국은 틸러슨 장관이 온다고 해서 입장을 바꾸거나 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중국은 올해 가을 19차 당 대회를 한다. 여기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서 미국과 너무 대립각을 세우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저자세로만 갈 수도 없다. 기 싸움을 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 역시 미국과 중국의 긴장 국면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적어도 시진핑 2기가 출범하기 전인 올해 가을까지는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해석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외교장관 회담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시진핑은 대화하라고 할 것이고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틸러슨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면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과 선을 그은 것과 관련, 김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지금까지 해볼 것은 다 해봤고 이제 좀 더 세게 제재하거나 아니면 군사적 억제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2.0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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