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거나 먼지가 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미사일 요격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대란을 야기하고 있는 사드와 관련해 따져봐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효율성'이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사드의 요격 성공률이 목표물에 한발을 발사하면 85%, 두발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면 95%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인지, 기존 칼럼과 졸저 <사드의 모든 것>을 통해 자세히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또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날씨이다. 위에서 인용한 구절은 사드 운용주체인 미 육군의 2016년 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이에 앞서 마이클 길모어(J. Michael Gilmore) 국방부 작전시험평가 국장은 2015년 3월 의회 청문회에서 "(사드는) 자연 상태의 시험에서는 결함을 보였다"며, "극한 온도와 온도 충격, 습기, 비, 얼음, 눈, 모래, 먼지 등을 견뎌낼 능력이 부족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드가 언제, 어디에 배치되든 적절하게 운용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꼭 해결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고가의, 그리고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가 기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좀 더 찾아봤다.
앞서 인용한 미 육군 보고서에선 악천후가 "레이더와 통신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가령 "강한 바람은 안테나의 흔들림을 야기해 시스템의 효율성을 방해하고 요격 작전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군부의 내부 소식지인 2015년 10월 7일 자 <인사이드 디펜스>(Inside Defense)역시 군 소식통을 인용해 악천후는 "데이터 수집 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잡겠다는 사드는 악천후로 인한 약간의 오차만 발생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사드가 요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탄두의 낙하 속도는 초속 3km 안팎에 달한다. 이에 따라 1m라도 레이더의 탄두 위치 파악의 오류가 발생하거나, 수백 초의 1이라도 통신 에러가 발생하거나, 약간의 데이터 처리에 오류가 발생하면 요격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내용은 사드의 효용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의 또 하나의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사드의 시험 평가도 이에 해당된다. 국방부와 대다수 언론은 "사드는 지금까지 총 11차례의 요격시험을 모두 성공하여 3000km급 이하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드 요격시험은 일기 예보를 미리 보고 계획된 것들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예정대로 요격시험을 실시했지만, 시험 예정일에 날씨가 나빠지면 취소되거나 연기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요격시험에선 공격자와 방어자가 동일하다. 그래서 날씨가 나쁘면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전에선 공격자와 방어자가 다른 정도가 아니라 공격자는 상대방을 교란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물론 악천후에 공격자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격용' 미사일, 특히 사드가 요격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는 핵미사일은 정확도가 약간 떨어지더라도 파괴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요격용' 미사일은 악천후로 인해 단 0.01초의 '시간 에러'나 1미터의 정확도의 차이만 나도 요격에 실패하고 만다.
성주에 배치하려는 사드는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한다. 나머지 지역은 어떨까? 사드는 최저 요격 고도가 40km이기 때문에 그 밑으로 미사일이 날아오면 '등잔 밑이 어두운 무기'가 되고 만다. 최고 요격 고도는 150km이기 때문에 그 위로 날아가는 미사일도 잡을 수 없다. 설사 40~150km 사이로 날아와도 공격자가 기만탄을 사용하거나 탄두에 흠집을 내 와류가 발생토록 하면 요격하기 힘들어진다. 이에 더해 날씨마저도 요격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과연 사드의 요격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드가 이데올로기가 된 현실에서, 아니 신격화된 현실에서 부질없는 질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이후 진짜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반드시 따져봐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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