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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목표는 '남북한 경제공동체' 건설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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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목표는 '남북한 경제공동체' 건설이 돼야

[이충렬의 정권+교체] 8000만 단일 시장 만드는 게 '유일한 카드'

1950년대 프랑스와 독일은 '하나의 유럽'을 향한 담대한 구상에 합의했다. 유럽에서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 9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과 5000만 명이 죽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 아니었던가?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 수백 년 동안 갈등과 앙금이 쌓일대로 쌓인 앙숙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피해국들은 전쟁이 유럽 땅에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공동의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웃들끼리 협력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합의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상대로 각축을 벌이는 구도에서 단합된 유럽만이 유럽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선각자들은 깨달은 것이다. 전쟁의 원한을 딛고 유럽은 이렇게 대협력의 시대를 열었다.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은 중국의 모택동을 만나러 상해를 방문하였다. 미국과 중국은 1950년부터 3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에서 교전 당사국이었다. 미국은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화해가 필요했고, 중국은 소련의 압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활로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카드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닉슨과 모택동이 손잡은 지 20년도 안되어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전쟁 당사자였던 미국과 중국의 화해가 세계역사를 바꾸었다.

촛불항쟁이 승리한 대한민국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촛불항쟁은 현직 대통령 박근혜를 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파면시켰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평화적으로 그리고 제도의 의한 절차를 따라 최고 지도자를 단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파면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첫출발에 불과하다.

지난 60 년 동안 남한을 지배해왔던 박정희 패러다임이 무너지면서 그동안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재벌개혁,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고령화 사회 대처, 4차산업혁명 대비 등등. 청산해야 할 과제도 많고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게 대비해야 할 과제도 너무 많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중의 전략 이익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움이 단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25년 동안 대한민국은 한·미군사동맹으로 안보를, 중국과의 경제 협력으로 경제 번영을 구가하였다.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좋은 시절은 끝났다. 최근 중국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대외 의존형 한국 경제가 외부로부터의 움직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촉발된 사드 미사일 배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샌드위치가 된 한국의 처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해준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거나 혹은 중국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구한말의 재판이 되어, 우리의 주체적인 상황관리 능력보다 강대국을 대변하는 목소리만 커질 우려가 있다.

적폐청산, 내정개혁, 새시대 준비, 그리고 사드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상의 난제를 돌파할 화룡점정형 국가 목표가 필요하다. 우리가 근본적 목표가 없이 개별적 과제에만 이리 저리 표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 모든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중심 고리를 잡아야 한다. 대개혁과 미래먹거리 확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우리가 틀어쥐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민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남북한 문제를 포함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우리의 주도성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호두깨기(nutcracker)에 끼인 신세라는 표현은 1998년 이미 나왔다. 지금 우리는 그것이 이론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반도체,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한때 세계1위를 휩쓸던 시절은 끝났다. 중국이 무섭게 우리를 대체하고 있고, 우리 기업의 공장은 중국을 거쳐 이제는 동남아로 이전하고 있다.

▲ 닉슨(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악수하고 있는 장면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활로를 개척할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적 목표는 북한과의 공존과 경제 협력을 통한 '남북한 경제공동체'건설 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안팎의 낭떠러지에 몰린 우리에게 '한반도 경제공동체'는 우리에게 남은 단 하나의 카드다. 대한민국이 향후 20년 동안 제1의 국가목표로 삼아야 할 어젠다다.

적폐청산을 통해 대한민국의 체질을 개선하고, 남북한 화해와 평화체제의 구축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과 미·중의 군사적 대립을 완화하고 그리고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통해 8000만의 내수시장을 만들어 인구절벽과 고령화 시대를 돌파해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정권의 잃어버린 10년은 모든 점에서 우리 역사의 재앙이었다. 그들은 민주적 시스템을 파괴하였고, 개성공단을 폐쇄하였고, 한반도를 핵·미사일 대결과 미중의 대치 전선으로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 목표는 '남북한 경제공동체'로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통일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선 실현 가능한 목표부터 세우고 열심히 하다보면 또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에게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 한반도가 단일한 내수시장으로 기능한다면 우리는 눈앞에 닥친 모든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열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진보·보수를 떠나서 국민적 컨센서스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대착오적인 종북소동, 대북한 대결정책으로 골든타임을 더 이상 허비할 순 없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러했듯이, 닉슨의 미국과 모택동의 중국이 그러했듯이 남한과 북한도 6.25의 트라우마를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전환을 시작할 때다. 한때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구호가 있었다. 지금은 '남북한 경제공동체'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온 국민이 '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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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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