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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은 한국을 홍보하는 학과가 아닙니다

[권은정의 인터뷰] 독일 학술원 정회원 된 베를린자유대학 이은정 교수

독일 브란덴부르크 아카데미는 지난해 11월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의 이은정 교수를 정회원으로 선출했다. 1700년에 시작된 프로이센 왕립 아카데미의 후신으로 300년 역사를 가진 이 학술원에서 아시아 출신 학자의 이름이 호명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학자로서 가장 큰 영예를 안게 된 이은정 교수를 3월 초 서울에서 만났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쑥스러워 하며, 혹시 소식을 알리는 게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한다. 그러나 이 교수의 아카데미 회원 선출 소식은 단순히 개인적인 기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독일 내 한국학의 현재 위상을 설명해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학술원은 이 교수를 선출한 이유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독일 내에 새로운 차원의 한국학을 개설'한 공로와 학문적으로 '정치사상사에 새로운 분석틀을 도입하여 상호문화적인 연구를 개척'한 것을 높이 산다고 했다.


"저로서는 그동안 그냥 계속해온 일인데 그 점이 인정받았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회원선출 심사를 오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제가 심사대상이란 것도 몰랐어요. 학술원 선발 과정이 드러내놓고 하는 게 아니라서요. 지난해 여름에 학술원 회장으로부터 회원선출을 수락하겠느냐고 묻는 편지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지요. 11월 25일에 포츠담에서 아카데미 모든 회원과 관계자들이 모여서 행사를 가졌어요. 이번에 9명이 새로 선출되었는데 프랑스 생화학자, 미국의 역사학자,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 모두 여성이었어요."

▲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 이은정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아카데미가 밝힌 '독일 내에 새로운 차원의 한국학과 개설'은 베를린자유대학의 한국학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정교수로 임명된 이은정 교수가 학과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10년 전에 창설한 학과이다.(2008년 <프레시안>에서 이와 관련하여 이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대로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는 많은 것을 이뤄냈다.


"시작 때는 정말 막막했었지요.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학과의 틀을 짜고 언어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학부과정을 만들었죠. 그 다음에 석사와 박사과정, 특별대학원 설립, 그리고 연구프로젝트 진행과 행정업무에 여러 사회활동 등 동시다발로 온갖 일들을 한꺼 번에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이제 돌아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동안 숨 쉴 틈 없이 달려온 건 사실입니다."


학부 신입생 정원이 50~70명에 이르고 3년으로 이루어진 학부과정, 그리고 석·박사 과정에 40명이 있고, 그의 지도를 받는 연구생만 19명 등 다 합해서 330명 정도의 학생 규모인데다 교수진은 강의전담 교수까지 합해 12명에 이르는 규모의 큰 학과를 만들었다.


"2008년 시작할 때엔 일단 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지요. 10월에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그 막막함이 지금도 기억나요. 학생들은 한국어 언어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었고, 한국학을 왜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었지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지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분명 있었지요. 그때 여러분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1년 동안 독일에 오셔서 강의를 해주신 조효제 교수님은 한국학과 강의의 기본 틀을 잡아주신 분이죠. 학생들에게 한국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셨어요. 지금도 그때의 명성이 학생들 사이에 전해 내려올 정도예요. 독일의 제 지도교수님은 당신도 그때 통일 후 동독에 가셔서 새로 학과를 만드셨는데, 그걸 통해 몸소 제게 가르쳐 주셨어요. 학과를 만드는 일을 하려면 '네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지요. 한국에서 저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도 '학과를 만드는 일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누구와 같이할 수 있는지 주변을 살펴라'고 조언을 주셨어요. 제가 보쿰대학 한국학과와 협력할 수 있었고, 동아시아연구소를 만들면서 일본학 교수에게 협력을 먼저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어른들의 조언에 따른 덕분이었어요."

그 10년의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필자에게도 당시의 뜨거웠던 분위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의 한국학과를 이루기까지 제 옆에서 같이 일해 준 동료들이 참 고맙지요. 제가 일을 좀 많이 하는 편인데요, 다들 바람의 속도로 제가 일한다고 해요. 그러자니 제 옆에서 같이 일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한결같이 저를 지켜준 동료들입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같이 해주었으니 이렇게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과 설립 10년을 넘어서면서 이제서야 한숨을 돌리는 듯한 이 교수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는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 한국을 연구하는 센터입니다. 그전에 독일에 없던 것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남북한을 동시에 보는 시도를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독일에서 한국을 진지한 연구대상으로 보려는 태도가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뤄진 거죠. 그간 한국학은 중국과 일본학 연구에서 비교대상 정도에 머물러 있었죠. 한국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연구는 거의 없었던 거죠."

▲ 권은정 전문 인터뷰어(왼쪽)와 이은정 교수(오른쪽). ⓒ프레시안(최형락)

그는 독일, 유럽 내에서의 지역학은 인문학적 전통이 아주 강한 학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하였다. 그런 가운데 사회과학적 성격의 자유대학 한국학과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그는 학과의 틀을 잡을 때 보쿰대학 한국학과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보쿰대학 한국학과는 18,9세기 한국 고전연구로 독일 내에서 독보적 존재입니다. 독일의 인문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교로 보쿰 대학의 명성이 아주 높아요. 논문이나 연구 실적도 아주 대단한 학교입니다. 보쿰의 한국학과를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와 보쿰대 한국학과는 별개의 대학이지만, 마치 하나의 학과처럼 긴밀하게 연계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저희 학과에는 사회과학적 연구를 한 젊은 연구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보쿰은 전통과 고전이 강하니 전통과 현대를 같이 합치면 연구할 수 있는 게 많겠다고 생각한 거죠. 예를 들어서 17세기 '한국의 감자도입에 관한 연구'가 오늘의 한국을 이해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2009년부터 우리 두 학과가 서로 교류하면서 양쪽 모두 시너지 효과를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 독일에는 베를린과 보쿰 외에도 튀빙겐,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본 등 6개 도시의 대학에서 한국학과가 독립적으로, 혹은 중국학과, 일본학과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학을 가르치는 일이 처음부터 만만한 일은 전혀 아니었다. 독일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 급선무였다. 학과 설립 초기에 서울에서 독일로 가는 이 교수의 짐가방에는 한글 쓰기 공책이 한가득 들어 있었을 정도였다. 이제는 한국학 연구소와 동아시아 연구소까지 운영하는 학과로 교육뿐만 아니라 학문연구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학과가 교육만 하는 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학문적 성과를 내놓아야 합니다. 독일이나 국제학계 내에서 한국학과의 위상을 세워야지요. 저희는 지난 10년간 체제 전환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해오고 있는데요. 독일 통일의 사례연구를 통해 체제전환의 지식을 다른 나라에 전달할 때 어떤 방법론이 적절한지 그런 것을 연구하고 있어요. 독일 통일의 지식을 분단국가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식체계를 찾아내는 거죠. 정책지식 전달의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 그런 연구를 통해 학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 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케이팝(K-POP)을 필두로 하는 문화현상에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더불어 한국학과를 개설하는 외국대학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최근 10여 년 사이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일한 현상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한국학 입학생만 몇백 명이고 전공생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보쿰에서도 학생 수가 늘어나고, 튀빙겐 대학에서도 입학생 수가 15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한국학 전공자 수가 늘고 있긴 한데, 그래도 독일 전체 대학 학생 수에 비하면 아주 소수인 거지요. 유럽을 통틀어서 보더라도 다른 학과 전공학생 수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요."

이 교수는 무엇보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한국학을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참 기쁘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한국학이 하나의 선택 대상이 된 거죠. 그 전에는 일본학과에 밀려서 선택하게 되는 그런 경우였는데 이제는 일본학이나 중국학보다 우선적으로 한국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제 한국학은 생소하고 이상한 학과가 전혀 아니에요. 학생들에게 중요한 고려대상이 되었어요. 한국학과가 하나의 일반학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한 거죠!"

이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독일 내에 한국학에 대한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는 아주 흥미로운 예를 들려준다. 2010년부터 독일 중등학교 사회과 교사 대상으로 매년 사흘 동안 계속되는 한국관련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는데, 그 이후 고교 수업시간에 배운 한국에 관심이 생겨서 대학에 왔다는 아이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케이팝 영향이 아니고요. 졸업시험에 한국 관련 문제가 나온대요. 대학입시 설명회 행사에서 한국학 부스에 찾아오는 독일 학생들이 많다니까요. 그전에는 한국에 관한 지식은 한국전쟁이 전부였지요!"

한국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분포를 보면, 대부분 독일 학생들이고 폴란드와 러시아 등 인근 동유럽에서 오는 학생들이다. 터키에서 오는 학생들이 더러 있고 베트남 학생들은 매년 끊이지 않고 1~2명씩 꼭 있다고 한다. 한국계 학생들은 더러 있다.

▲ 이은정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아직 졸업생들은 수적으로는 미미하다. 그러나 독일 사회 내에서 다양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자는 예외로 하더라도 외교관이 된 학생도 있는데, 현재 외무부 한국담당 과장이 1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언론사 기자, 호텔 체인의 동아시아 담당자, 회사원, 번역가, 또 한국을 대상으로 회사를 차려 비즈니스를 하는 졸업생들도 있단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 한국학과 개설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발전이기는 하지만, 한국학과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흔히 한국학이라면 한국을 홍보하는 학과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한국학이 아닙니다. 그건 한국문화원이 하는 일이지요.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홍보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게 하면서 더불어 학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중요합니다. 문화인류학적 접근, 사회과학적 접근 등 여러 연구방법이 있지요. 또 연구자들도 설명 위주의 접근이 아니라 팩트를 가지고 학계에서 궁금해하는 접근 방법을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가르친 게 바로 이런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볼 수 있지요."

그는 외국에 있는 한국학과의 성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외국에서 진행되는 한국학을 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라는 게,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께 학생들 대상의 특강을 요청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인데요. '한국 사람들은 김치를 먹고 아리랑을 즐겨 부르는 민족'이라는 수준으로 강의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우리 학과 학생들은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합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분석할 줄 압니다.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 학문을 공부하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잘 키운 자식 자랑하는 부모의 모습 같았다. 한국학과 학생들은 1년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오는 커리큘럼이 있다. 판문점을 방문하며 한국의 분단을 이해하고 서원을 방문하고, 또 통도사 같은 큰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전통문화를 익힌다. 그런데 여전히 고민이 있다.

"한국에 온 학생들로 서울에서 수업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교환학생 대상의 수업내용이 한국을 홍보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그런 수업은 피하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그는 해외 한국학이 발전하려면 국내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수적인 성과에 만족할 단계는 지났다고 봅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하죠. '우리가 유럽에서 학생 수가 제일 많다, 혹은 규모가 제일 크다' 등의 자랑을 내놓는데, 이제는 그런 이유로 한국학 발전을 가늠할 단계는 지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숫자나 규모 면으로 점수를 매기려고 한다면 중국학과나 일본학과에 비해서 정말 미미한 정도니까요. 이제는 질적인 도약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학문적으로 한국학을 정립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국내에서 독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통일을 이룬 나라, 유럽의 리더로서 독일,훌륭한 롤 모델이다. 이제는 파리나 뉴욕이 아니라 베를린으로 가방을 챙겨 떠나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저로서는 한국에서 독일 사회를 이상화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한국에서 독일을 보는데 너무 단면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독일의 어떤 제도가 좋다고 할 경우, 그것만 따로 떼어서 보려고 하는데, 독일 사회 전체 맥락에서 봐야 하거든요. 전체 메커니즘이 잘 작동될 때 제도가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독일 통일 문제를 통일 비용 문제로만 보려는 관점이나,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리더로서 이뤄낸 부분만 이야기 하고 싶어 합니다. 독일발전에는 여러 단계의 변화가 있어왔는데 시간상의 역사성을 안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정 교수는 서울에 자주 온다. 이번 방문은 베를린자유대 총장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수행단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국-독일 외교자문 위원회의 독일 측 자문위원인 그는 독일 대통령 방한과 외무부 장관 방한 때도 독일 측 수행단으로 왔다. 독일에서 한국학을 하는 학자로서 떠안아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과가 베를린에 있다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정치사상 쪽이다 보니 한국 정치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지요. 그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 일이 또한 저의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과 독일 그 중간에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전에는 정치학자로서 한국을 평가하던 관점이, 이제는 독일 사회와 한국을 연결해서 보려는 관점으로 바뀐 거 같아요. 무엇보다 학자로서 양쪽 사회를 같이 볼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이 됩니다. 새로운 연구 과제, 호기심 그런 것이지요."

▲ 권은정 전문 인터뷰어. ⓒ프레시안(최형락)

늘 바쁘게 움직이니 언제 연구할 시간이 있을까 보이지만, 이 교수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서원연구'를 몇 년째 진행 중이다. 오는 5월에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여러 나라 서원연구자를 베를린에 초청해 학술대회를 개최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총 12년간 진행되는 것이다. 비교적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연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아카데미 회원이 되면서 가장 기쁜 이유는 마음 놓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이다.

"학술원에서는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에 시간적 제한이 없습니다. 라이프니츠 전집 같은 프로젝트는 지금도 100년 넘게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저는 북한에 남아있는 서원을 연구대상으로 해서 그곳에 남아있는 고문서 등 방대한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은정 교수는 언제나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에게 부담된 과제도 많지만 무엇보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이 많지만, 그래도 그전과 달라졌어요.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으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기운을 충전해요. 공부할 때가 제일 힘이 나요!"

이제 '일가를 이룬 학자'라고 불러도 될 만한 독일 학술원 정회원 이은정 교수에게서 이상하게 대학생에게 어울리는 '학구열'이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신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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