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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엘리트의 '극우 선동' 맨얼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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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엘리트의 '극우 선동' 맨얼굴 드러났다

[이충렬의 정권+교체] 기득권 세력의 반격을 반격해야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의 움직임도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세개의 모습을 띄고 있다. 뻔뻔함, 천박함, 교활함이 그것이다.

당사자인 박근혜나 그에 의해 대통령권한대행이 된 황교안 국무총리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헌재에 제출된 박근혜의 최후진술은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자신의 우국충정과 선의를 장광설로 설명하지만, 정작 탄핵 사유로 거론된 사실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않는다.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않고 깔아뭉개버린다. 진실에 대한 진정성, 국민에 대한 일말의 예의도 느껴지지않는 뻔뻔함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 권력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이번에 구현되기를 바란다.

황교안 국무총리 또한 특별검사의 수사연장 신청을 단칼에 거부함으로서 국가에 대한 의무와 국민에 대한 도리를 저버렸다. 자신을 임명한 박근혜와 수구 세력에 대한 충성심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대통령권한대행 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시계를 배포하는 몰염치함 을 보여주었던 그는 혹시라도 박근혜 지지세력의 추대를 받아 대통령후보로 나설 수 있지않을까라는 기대로 주판알을 열심히 튕기는 듯하다.

처음에는 촛불민심에 압도당했던 수구세력의 반발도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시청에 모여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대면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세력들은 민주공화국의 기본을 뒤흔드는 적나라한 작태를 일삼고 있다. 심지어 헌법재판관을 암살하자는 등 극우 테러를 선동하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박근혜 변호인단이라는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하여 내란을 선동한다든지 폭력 투쟁을 암시하는 발언을 통하여 헌재를 겁박하는 발언을 예사로 하고 있다. 최고의 명문 대학을 나오고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하여 변호사가 된 엘리트들이 내뱉는 말을 들으면서 국민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저런 하류들이 이 나라의 엘리트였나? 그렇다. 우리는 그 동안 이 나라 상층부를 주물러왔던 기득권층의 맨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천박함이란! 군국주의적 폭력에 집착하는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 그들이 앞으로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 지 예측하기 힘들다. 시민사회는 어떤 테러나 극한행동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기득권층은 교활한 담론을 통하여 촛불민심으로 고양된 사람들의 의식을 교묘하게 빗나가게 조종하려고 든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은 수구정치세력의 속살을 적나라게하게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청와대와 재벌의 뒷거래를 '완전 투명하게' 노출시켰다. 기득권 네트워크의 작동방식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노출시켰다. 그 결과 삼성의 실질적 지배자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죄 혐의로 구속되었다. 재벌은 대놓고 대항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벌의 반격이 가장 치명적이다. 그들을 옹호하는 네트웍이 은밀하지만 치밀하게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담론의 유통을 책임지는 언론이 총대를 맨다.

재벌의 이익을 앞장서서 대변하는 경향이 있는 매일경제신문이 2월 26일자 '국가몰락 부르는 5대 한국병'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한국이 직면한 국가실패 징후를 5가지로 지목했다. 그 중 3개를 인용하면, △갈등조장하는 비포용적 정치체제, △김영란법 등 무분별한 포퓰리즘 입법, △구조조정 실패 등 산업경쟁력 추락 등을 꼽는다.

기사는 MIT교수의 "한국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개혁을 통해 포용적 체제를 달성한 국가다"라는 2012년도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불과 4년만에 국가몰락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단언한다. 읽다보면 박근혜 정권이 아니라 촛불항쟁이 이런 난국을 초래한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포용적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선 시스템 내에서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야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기득권층의 반발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라고 말해놓고서는 뒤이어, 그런데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정치권의 '내 편 챙기기'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상법개정안 등 포퓰리즘 입법이 사회적인 여과없이 계속되는 행태다라고 진단한다.

한국이 포용적 체제로 조금씩 전진하는 것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파괴한 것이 오늘의 결과다. 그리고 김영란법과 상법개정안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시스템을 마비시킨 부패무능권력과 그들과 공존하면서 정경유착을 추구한 황제경영을 가능케한 재벌지배구조가 문제다.

원인과 결과를 바꿔치기하고 핵심적 쟁점을 물타기하는 교활한 담론의 전형이라할 만하다.

'정의는 무엇인가' 저자인 마이클 샌덜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촛불시위는 세계에 본보기가 되는 새로운 민주주의 방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촛불항쟁이) 공동체의 조직화, 공공토론 등을 통해 새로운 참여민주주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서구국가가 오히려 한국을 배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열일곱번째를 거쳐 계속되는 촛불항쟁은 우리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광장에 모이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장을 통해 민주주의 역량이 성숙되고 견고해지는 과정이다. 참가에 만족하지 말고 이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담론을 형성하고 서로 나누는 공론과 교육의 장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담론을 필요로 한다. 장신기는 최근에 펴낸 책 '진보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에서 야권이 가진 담론상의 치명적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 몇 년간 야권을 지배해온 주요 담론을 분석한 결과 '내부의식의 식민화 현상이 발생하고 진보진영을 약화시키는 보수적 프레임을 진보혁신의 논리로 오인하는 형상이 발생한다. 그러한 주장과 논리가 무분별하게 제기하는 탓에 내부갈등이 만성화되고 심화되었다'라고 진단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처럼 프레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있는데 장신기의 문제의식에 따르면 범야권과 진보세력은 보수세력의 프레임에 식민지화되는 매우 심각한 오류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케이스로 다섯가지를 예로 든다. 안보는 보수, 이념없는 민생, 반대만하는 진보, 원칙없는 역사화해, 그리고 호남을 둘러싼 분열. 그리고 노무현 지지자와 김대중 지지자 사이의 균열을 이러한 보수 프레임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촛불항쟁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친다. 그러나 기득권세력과 보수언론은 촛불항쟁을 광장에서의 이벤트로 의미를 축소하고, 돌아서면 보수적 프레임으로 짜인 담론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키려하고 있다.

이런 프레임 전쟁에서 야당은 끊임없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촛불이 활활 타오를 때는 촛불민심으로, 조금 사그러든다 싶으면 종편의 논리에 현혹된다.

최근 전성인 교수는 '성장친화적인 재벌개혁'이라는 주제로 실천가능한 재벌개혁방안을 프레시안 칼럼을 통해 제시한 바 있다. 이 글에서 그는 국민연금의 출자제한제도를 풀어 국가가 공익적 관점에서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에 접근하려는 방식을 제안했다. 매우 유의미한 대안으로 본다. 재벌개혁이란 말만 나오면 경제위기론을 내세워 적반하장격으로 물타기를 해온 것에 대한 확고한 대응담론을 밀고나가야 한다.

이제 광장에서의 열기를 주체적 담론의 형성과 확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원칙세우기, 재벌개혁 등 핵심적인 쟁점에 대한 선제적 담론으로 기득권 담론을 정면으로 꺽어야 할 때다. 그리고 탄핵국면과 대선국면의 승리로 개혁담론이 지배하는 정권교체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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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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