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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문단 친서 있으면 몰라도…비밀회동은 없다"

靑, 방침 정해지지 않은 듯…청와대 초청 가능성 전혀 없지는 않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21일 방남한 북한 조문단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건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비밀 회동을 하거나 이런 것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만나게 되더라도 당당히 하는 것이지, 뒤로 뭔가를 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며 "비밀 회동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외국에서 누가 온다고 대통령이 다 만나나"

조문단이 청와대를 전격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 누가 온다고 대통령이 다 만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가져왔거나 따로 전할 메시지가 있으면 몰라도 저쪽(북한)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만나야 할 이유도 없는데 (청와대 회동) 가능성이 있다, 없다고 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남북 간 접촉을 추친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가 접촉계획을 세우고 말고 할 게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한 뒤 "그 발상 자체가 우리가 '안달하고 만나야지'하는 그런 생각이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열린 자세로 하겠지만 당당하고 의연하게, 또 평상심을 갖고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조문단 파견 과정에서 정부가 철저히 소외된 대목을 의식한 듯 "김대중 평화센터 사람들이 만나겠지…, 호스트(영접 당사자)가 그쪽이니 거기에 물어 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전날에도 정부 핵심 관계자는 당국 간 사전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북한 조문단을 '사설 조문단'이라고 평가 절하했었다.

청와대는 남북 당국 간 모종의 '물밑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적지않은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가 "친서를 가져왔으면 몰라도…"라며 여운을 남긴 대목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청와대는 "친서가 있으면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하나의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만나게 되면 만나겠지"…통일부 회동 가능성은 부정 안 해

다만 청와대는 통일부 등 관계 부처의 고위급 인사가 조문단과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선 전면 부정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통일부 현인택 장관이 직접 조문단과 회동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통일부가) 카운터파트인 만큼 만나게 되면 만나는 게 아니겠느냐"며 "다만 예정이 됐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 측이 당국 간 회동 자체에 대해 비공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는 "그걸 뭘 비공개로 하느냐"며 "투명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성동격서 전략일 수도

이처럼 청와대의 입장이 분명치 않자 북한 조문단 방문을 계기로 남북 당국간 '물밑접촉'을 통해 관계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김기남 조선노동당 비서 등 조문단을 청와대로 전격 초대해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에서 나오는 몇 가지 신호를 보면 아직 방침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 이 대통령이 조문단을 초청해 인사를 하는 수준의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언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일단 보수적인 여론을 의식한 '성동격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밀 회동은 없다"고 한정한 것도 뒤집어 보면 '공개 회동'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조문단 공항 영접과 빈소 안내에 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나갔고 그들과 같이 이동했기 때문에 당국간 접촉이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공항 도착과 조문 현장에는 통일부 관계자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북한은 지난 13일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를 석방하고 20일 육로 통행 제한 등의 조치를 전면 철회하는 등 잇단 유화 조치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문단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명분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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