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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통민봉관이 아니라 선통민 후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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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통민봉관이 아니라 선통민 후통관"

"北조문단, 특사로 돌변 가능…정부는 적극 활용해야"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21일 내려오는 북한 조문단과 남측 당국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조문단을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문단 방문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를 담당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은 "북한이 특사 조의방문단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대응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일종의 특사로 성격이 돌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정부가 그렇게(특사로) 해석하는 게 국제정세 전반의 흐름과 맞는 대응"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사설 조문단' 발언, 과도기적 현상일 것"

정 전 장관은 정부 핵심 관계자가 전날 북측의 조문단을 '사설 조문단'이라고 표현하며 당국간 물밑접촉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은 것에 대해 "본심인지 아니면 국제정세의 흐름에 순응하기 위한 조치 차원에서 국민들한테 충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인지 알 길이 없다"면서도 "정세에 순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던 점을 거론하며 "고위 조문단이 특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내려왔는데 그걸 비켜가고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어떤 평가가 나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처럼 다가온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쳐서 (현 정부가) 나머지 3년 반 동안 통미봉남을 자초한 것으로 되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또한 그는 북측 조문단이 정부 당국자를 만나면 북측의 메시지를 내 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미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북간 통행과 북측 지역 체류 등을 제한·차단한 조치를 20일 밤 전면 해제한 것과 관련해 정 전 장관은 "조의방문단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를 만나는 순간 남북관계 복원의 특사로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먼저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측이 조문단 파견 의사를 김대중평화센터 측에 직접 전달하며 이른바 '통민봉관'(通民封官. 북측이 남측의 민간하고만 상대하고 정부를 따돌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전날 "통민봉관이라는 말도 많이 쓰던데 글자 그대로 현재로서는 사설 조문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정부 당국간 채널이 끊어져 있는 상황에서 민간단체 등을 징검다리로 선(先)통민을 하고, 그 후에 정부 차원의 관계를 회복하는 후(後)통관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한쪽만 보는 해석에 휘말린다면 기회를 놓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밤 '역사' 이뤄질까…홍양호 통일부 차관이 공항 영접키로

이날 오후 3시 10분 경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조의방문단은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곧바로 숙소로 향한다. 이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대중평화센터 측 인사들과 만찬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당국이 모두 만남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이고, 양측 다 먼저 만나자고 하는 걸 꺼리고 있기 때문에 당국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김대중평화센터 인사들의 주선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홍양호 통일부 차관으로 하여금 김포공항에 나가 조문단을 영접하고 국회 빈소로 안내하도록 했다. 정부의 공항 영접 여부와 영접자의 '급(級)'이 당국간 대화 여부를 가늠할 1차 지표로 여겨졌던 것으로 볼 때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당국간 대화는 결국 청와대의 의중에 달려 있고, 현재까지 청와대 쪽의 태도는 미지근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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