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 시각) 플로리다 주 멜버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가졌다. 그는 이 연설에서 중동 난민들을 수용하는 유럽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지난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봐라. 스웨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누가 믿겠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서, 브뤼셀에서 일어난 일들을 봐라. 니스와 파리 사건을 봐라"라며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였지만 그들을 제대로 조사할 방법이 없다. 이들은 제대로 된 서류도 없다"면서 난민을 수용하는 유럽 국가의 정책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과는 달리, 스웨덴에서는 지난밤(17일)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駐) 미국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저런 언급을 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질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스웨덴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에이피>통신은 카타리나 액셀슨 스웨덴 대변인이 "스웨덴 정부는 테러와 관련된 어떤 중대한 사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웨덴? 테러 공격? (트럼프가) 정신줄을 놨나? 참 많은 질문들이 떠오른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스웨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 것은 폭스뉴스에서 나온 이민 및 스웨덴과 관련한 보도를 참고한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뉴욕타임스>와 NBC, ABC, CBS, CNN 등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언론과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가, 특정 언론의 보도만 보고 외교‧안보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아무 거리낌 없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셈이다.
이에 곧 발동될 새로운 행정명령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 새로운 행정명령 초안 논의 내용을 담은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르면 오는 21일 행정명령이 발동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행정명령에도 지난달 27일 발표된 명령과 동일하게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 등 이슬람권 7개 나라 국민의 입국을 90일 간 불허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는 해당 국가 국민 중에 미국 영주권을 소지한 사람은 행정명령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새로운 행정명령에는 불법 이민자 단속 요원을 수천 명 단위로 증원하고 우선순위 추방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방을 위한 법원의 신속한 심리, 추방 대상자를 체포할 경찰력 증원 등도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같은 행정명령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행정명령 적용 대상자에서 미국 영주권자를 제외하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 켈리 장관이 "훌륭한 추정"이라고 말했다며 보도된 내용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그것도 임기 시작이 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자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야심차게 추진했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불발과 뒤이은 '트럼프 캠프-러시아 커넥션' 의혹 등 취임 초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는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결집해 현재 국면을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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