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CNN은 플린이 사퇴문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부적절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의 강한 리더십과 훌륭한 외교안보팀이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통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플린은 "보좌관 임무를 앞두고 외국의 장관 및 대사들과 통화했다"며 "원활한 정권 이양과 함께 해외 지도자들과 대통령의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플린은 지난달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처음에 플린은 러시아 대사와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재 해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가, 제재 관련 논의도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플린의 기밀 취급권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플린의 핵심 측근인 로빈 타운리 부보좌관 겸 NSC 선임국장에 대한 NSC 기밀취급권 인가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플린이 사임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특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송에 나가 플린을 옹호했지만 결과적으로 본인까지 거짓말을 한 상황이 돼버리면서, 더 이상 플린을 감쌀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플린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던 지난 1월 15일 펜스 당시 부통령 당선자가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해 "플린과 러시아 대사가 제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 방송에서 플린과 러시아 대사가 외교관 추방 결정을 포함해 러시아를 상대로 한 미국의 주요 결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플린은 공식 직무에 들어가기도 전에 러시아 대사와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CNN은 "권한이 없는 일반 시민이 정부 대신에 외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플린이 물러나면서 당장 트럼프 정부의 안보 정책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플린이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 당시 후보자에게 외교 정책과 대외 안보에 대해 자문을 했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후임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구하더라도 플린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NN은 플린의 후임으로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인 키스 켈로그 예비역 중장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 밥 하워드 해군 예비역 중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방송은 플린에 대해 "트럼프 옆에서 가장 가깝게, 오랫동안 조언을 했던 인물"이라며 플린의 부재가 트럼프의 대외 안보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임을 시사했다.
플린의 사임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관계 설정을 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한국만 해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조태용 NSC 사무차장,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미국을 방문해 플린과 만남을 가졌는데 이러한 외교 활동이 사실상 물거품이 돼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동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저희가 분명히 인지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고위급 간에 아주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미동맹, 한미관계에 있어서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고위급과 소통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미국 방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측 인사들을 두루 만났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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