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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보다 김정남? 황교안 오버했다

[현안진단] 끔찍하고 잔혹한 북한, 그곳에 한국 국민이 있다

김정남 피살사건의 배경과 파장

죽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돌 생일(2월 16일) 이틀 전 그의 장남인 김정남 씨가 객지에서 피살됐다. 내외 여론은 경악 속에 북한 독재정권의 잔혹함과 북한 인권상황의 처참함을 새삼 확인하고, 이번 사건의 배경과 파장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정남은 2000년 무렵까지 김정일의 장남으로 권력승계의 유력한 후보였다. 그가 인민군대장에 오른 것은 24살 때로 이복동생 김정은보다 2살 빨랐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아버지 눈 밖에 나고 후계경쟁에서 배제되면서 2001년 이후 비운의 황태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중국과 마카오 등지를 전전해왔다. 동생이 후계로 확정된 2009년 이후에는 북한에도 못 가는 국제 미아가 되었다.

더러 한국 언론의 인터뷰에도 적대감 없이 응하고 북한 권력 세습제에 대해 마뜩해하지 않는 소신도 밝힌 적이 있는 그가 46살의 나이로 암살당했다.

암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를 암살할 동기를 가진 세력은 북한 외에는 사실상 없으며, 또한 북한의 어느 누구도 백두혈통의 목숨을 노리려면 김정은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세간에는 권력투쟁설, 후환 제거설, 이권갈등설, 중국의 묵인설 등 그럴 듯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권력승계가 끝난 마당에 형제간에 아직 권력다툼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세습 왕조적 성격으로 보자면 권력자의 잠재적 정적은 역시 혈족 안에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권력 공고화의 마무리 차원에서 후환을 제거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그동안 한국이나 미국으로의 망명설이 끊이지 않았던 그가 한국행을 실행에 옮긴다면 김정은 입장에서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것도 아직은 섣부른 추측이다. 다행히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자들 중 일부를 체포했으니 치밀한 수사로 명백하게 진상을 밝혀주길 바랄 뿐이다.

북한이 배후로 밝혀지면 말레이시아의 단교 조치로 북한외교의 중요 거점이 상실되고, 김정남을 보호하던 중국과의 관계도 틀어질 것이다. 북한은 또다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고 북한에 대한 국제적 규탄과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우리 정부를 물고 들어가, 국정원이 김정남을 납치(귀순공작)하려다가 실패하자 그를 암살했다는 누명을 씌우고자 할 것이다. 과거 1987년 KAL기 폭파와 1984년 아웅산 테러 사건 때에도 체포된 북한의 공작원이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북한은 이를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끝까지 우겼던 전과가 있다.

무엇이 중한가? 차분한 대응을 이끄는 정부


정부는 북한이 우리를 걸고 넘어가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암살 배후에 대한 수사가 미궁에 빠지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조하며 차분하고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 정부의 움직임,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응은 다소 중심을 잃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통일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정부는 수사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그날(2월 15일) 오전, 권한대행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더욱 강화된 대북대응태세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김정남 암살을 언론과 여론이 '쇼킹'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권한대행은 안보 최고책임자로서 공개적 언행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 지난 1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NSC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대통령(권한대행)의 말 한마디는 우리의 안보 지평을 형성하는데 직접 영향을 준다. 가뜩이나 북한의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로 안보 우려가 높아진 지금, 아직 유동적인 상황에서 민심을 과도하게 예민한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일차적 사명으로 삼아야 하며,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일본 관방장관은 이 사건이 안보에 직접 영향이 없다며 언론의 과열보도를 진정시키기까지 했다.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단계에서 특히 최고당국자는 관련 언급을 삼가는 것이 향후 상황 관리에 바람직하다는 것은 외교안보의 기본이다.

권한대행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권한대행은 오히려 2월 15일이 아니라 2월 11일 NSC에 참석해야 했었다. 그날은 북한의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였지만 정작 권한대행은 불참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하던 중에도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한 것과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물론 권한대행이 NSC에서 국내 탈북자 신변경호 강화지시를 한 것은 적절했다. 국가안보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된 탈북자들의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탈북자 신변경호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었던 사건을 기억한다. 1997년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이 북한공작원에 의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하여 그의 유가족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8년 대법원은 정부에게 상당 부분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판결한 바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은 단순한 도의적 책임이 아닌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가 안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개 언급했듯이 이번 일로 북한은 잔학하고 무지막지한 정권임이 새삼 확인되었다. 그래서 탈북자 신변 보호도 강화하고 있다. 한데 그런 무지막지한 정권 손아귀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장기간 붙잡혀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등 3명의 우리 국민이 억류 중인데 그중에서 김정욱 씨는 2013년 10월 북한 경내에 들어갔다가 간첩협의로 체포되어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3년 넘게 복역 중이다. 휴전 이후 납북된 자는 516명이 더 있지만, 이들 3명의 케이스는 특별하다.

첫째, 북한이 이들 3명에 대해서는 강제억류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 516명에 대해서는 납북이나 강제 억류한 적이 없다고 사실을 부인하고 그들이 자진해서 북한의 품에 안긴 것이라고 강변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노력을 벽에 부딪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김 씨 등 3명의 사례에서는 북한이 억류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니 문제가 이미 절반은 풀린 셈이다.

둘째, 2005년 '납북피해자지원법' 시행 이후, 법정 요건에 부합하는 첫 납북 사례라는 점이다. 이 법은 납북자의 정의를 '북한에 억류되어 3년 이상 돌아오지 못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김 씨는 법정 납북자 1호이면서 21세기에 발생한 첫 납북 사례가 된다. 박근혜 정부는 법정 납북자 1호 발생을 방치했다는 수치스러운 기록도 아울러 남기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대통령과 권한대행이 이들 송환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지시한 적도, 이 문제로 NSC에 참석한 적도 없었다. 마치 세월호 속에 갇혔던 학생들처럼 이들도 우리가 구조해 줄 것을 믿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지 않으면서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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