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반(反)헌법 행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이는 누구일까.
16일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가 반헌법 행위 검토 대상자 405명 명단을 공개했다. 열전편찬위 분석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개 사건에 연루돼 가장 많은 반헌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박정희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실세'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회로 그 다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두 차례 언급되며 집중 검토 대상자에 올랐다.
편찬위원회가 밝힌 '반 헌법 행위자' 기준은 내란·부정선거·학살·고문 및 조작·각종 인권유린 등 반 헌법 행위를 지시했거나 주요 임무를 수행한 자, 또는 묵인 또는 은폐한 자, 반 헌법 행위자를 적극 비호한 자로, 편찬위원회는 "이번 집중 검토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은 반 헌법 행위 혐의가 대단히 무거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집중 검토 대상자로 가장 많이 언급된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군사쿠데타, 유신, 긴급조치,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부마항쟁 탄압 사건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찬위원회는 "내란 행위를 통해 출범한 유신 독재체제는 국민의 광범위한 저항을 억압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조치에 의존했다"며 "긴급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제약 내지 박탈할 수 있는 초헌법적 조치로서 현대 입헌민주주의 국가의 근본 원칙을 부정하는 위헌적 성격"이라고 평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유신, 일본 관련 간첩 조작 사건, 유서대필 사건, 초원복집 사건, 18대 대선 수사 방해, 세월호 구조 직무유기, 통합진보당 해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반 헌법 사건에 포함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8번, 전두환 전 대통령은 6번 언급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도 18대 대선 수사 방해와 세월호 구조 직무유기, 통합진보당 해산 등 세 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직무유기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등 두 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공직에 있는 집중 검토 대상자들은 따로 분석했다. 박 대통령, 황 총리, 김장수 주중대사 등은 세월호 참사 구조 직무 유기와 관련,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은 용산 참사 관련 인물로 분류했다. 이시원 법무연수원기획과장과 이문성 검사, 이재윤‧김보현‧권세영‧이인철 국정원 직원 등은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양승태 대법원장도 재일 동포 학원 간첩단 사건이나 강희철 사건 등 조작 간첩 사건 책임자로 분류했다.
편찬위원회는 이날 405명 대상자에 대해 "원래는 300명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로 선정하려 했으나, 70년 가까운 헌정사에서 심각한 헌법 파괴 행위가 거의 일상적으로 자행되었기에 대상자가 크게 늘어났다"며, "지난해 1차 명단 발표 때까지는 사건을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1997년 이전으로 한정했는데 최근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해 현재까지로 늘려 잡았다"고 밝혔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상임대표는 "국민을 경악케 한 국정농단 사태가 가능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한 반헌법 행위자들이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활개 치며 이 사회를 주물러 온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열전이 나오면 이 시대의 수많은 난신적자들이 두려워할 것"이라며 "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유린한 자는 우리사회가 적어도 역사의 법정을 통해 반드시 단죄한다는 점을 못 박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인령 상임대표는 "오늘 발표되는 400여 명은 그동안 70년의 우리 헌정사와 우여곡절의 한국현대사에 비추어 볼 때 극히 적은 숫자"라며 "특정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보호하고, 또 국민 모두가 준수해야 할 헌법적 가치가 우리 생활 속에 보다 굳건히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편찬위원회는 이날 명단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며, 대상자 본인이나 가족 등의 이의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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