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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뚝심', 안철수 '변신'…빛 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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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명 '뚝심', 안철수 '변신'…빛 발할까?

지지율 하락세 동병상련, 재부상 안간힘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들 가운데 최근 '상위권'에서 빠진 두 정치인의 상반된 행보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얘기다.

한때 야권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2위에서 추격하기도 했던 두 주자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밀리며 한 자릿수 지지율로 4~5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지율 침체는 둘 모두에게 공통된 위기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처방'은 정반대다.

이재명, 경북 찾아가 사드·탄핵 강경론…'언제나 선명'

최근 이 시장의 일정 중 눈에 띄는 것은 주말인 지난 12일 이뤄진 경북 안동 방문이었다. '보수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경북을 찾은 이 시장은, 지역 여론을 반영한 '톤 조절' 등은 염두에도 두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사드 문제에 대해 "국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사드 배치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지도자 사명"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시장은 특히 "합의했으니까 그냥 둬야 한다는 것은 안 된다"며 "국가 지도자는 원상으로 회복해서 국가 이익에 부합할 사명이 있고, 잘못을 되돌리는 것이 힘들다고 포기하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 주자들 가운데도 최강경론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국민 압도적으로 다수가 (탄핵을) 원한다면 그렇게 가는 게 맞다"며 "헌법재판소도, 국회도, 대통령도 국민을 대리하는 것이고 주인은 국민이다. (중략) 탄핵을 기각하면, 주인인 국민이 원하는 것에 반하는 결론을 머슴이 낸 것이고, 그 결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본인의 장점인 '선명성'을 부각했다. 그는 나아가 "주인은 그 머슴을 해고하고, 주인 뜻에 배반하는 헌재도 탄핵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 시장은 15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본인의 기본소득 공약을 재강조하는 한편, 담뱃세 인상을 철회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미래지향적인 대안"이라며 재원과 관련해서는 "'국토보유세'를 신설, 세수 증가분 15조5000억 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토론회 축사에서 "(다른 후보들은) 반기업적, 대책없는 포퓰리즘 이런 얘기를 들을까 정책제안을 못 하는데, 이 시장은 용기 있게 진실을 얘기하고 해법을 제대로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같은 날 방영된 SBS 방송 인터뷰에서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복역 중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면해 노동부 장관에 발탁하겠다"고도 했다. 페이스북 글에서는 "담뱃세 인상은 결국 '서민 증세'를 위한 꼼수였다"며 "담뱃세 인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하락에도 '좌고우면'하는 모습이 감지되지 않는다. 이처럼 강경한 발언들이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긴 어려워 보이나, '뚝심'은 일관되게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 '뚝심'이 빛을 발하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안철수, 전작권·사드·개성공단·촛불…'우향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개성공단, 전시작전통제권 등 안보 이슈에서뿐만 아니라, 촛불시위 참석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전보다 확실히 '보수' 쪽으로 경도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5일 대전 방문 일정에서 안보·국방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원칙적으로 전작권을 가져오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안보 상황이 안정되고 우리 자체의 대북 우위 능력을 구비할 때까지 국익을 위해 현재의 연합방위체제를 그대로 존속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2015년 전작권 전환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기회다. 현재보다 더 튼튼한 미래 연합 방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방력을 보강하겠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향우'한 태도다. (☞관련 기사 : 안철수, 4년 전엔 "전작권 환수는 기회"라더니…)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이날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이미 합의한 내용을 고려하면서 관련 현안 문제점을 국익에 부합되게 해결해 가겠다"고 했다. 사드 논란 초기에,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선제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박근혜 정부에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압박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다음은 개성공단. 지난 9일에 안 전 대표는 "유엔 제재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유엔 결의안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 불가?) 이 역시 지난 총선 전인 작년 2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당시 "정부가 급작스럽게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전략적으로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 비교된다.

같은 날 그는 또 주말 촛불집회를 앞둔 상황에서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촛불집회 참석을 공언한 다른 야권 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개의 처방전, 왜 다를까…결과는?


두 주자의 해법이 정반대인 것은, 물론 본인들의 성향 차이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보다 두 사람이 처한 조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두 정치인은 지지 기반 자체가 다르다"며 "안철수는 중도·보수 쪽에서 먼저 표를 얻어 그 힘을 받아서 진보까지 아울러야 하는데 지금 중도·보수를 안희정이 가져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이재명은 촛불시위 때부터 문재인의 표를 가져온 것이고, 지금은 문재인이 포괄해 내지 못하고 있었던 노동계 등 전통적 진보 지지층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즉 겉으로 보기엔 '정반대 행보'로 보이지만, 둘 모두 자신의 본래 지지 기반에 호소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이야기다. '집토끼 우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두 주자 모두에 대해 "문재인 본인이 뭔가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문재인 대세론'을 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두 처방전 모두 즉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이 시장은 민주당 당내 경선이라는 '1차 관문'을 먼저 뚫어야 하는 반면, 안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이 끝난 이후의 '본선'을 더 의식하고 있다는 차이도 있다.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먼저 얻지 않으면 본선 진출 자체가 힘든 반면, 안 전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작권이나 개성공단 등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언급을 볼 때,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위험은 지적될 수 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은 "보수 쪽에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뜬금없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간다든지 하는, (본인 정체성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확인되지 않는 식의 언급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라며 "안 전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된다 해도 '정권교체'이기는 하겠지만, 내용적으로 유권자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 기획위원은 두 주자 모두를 겨냥해 "진보나 보수에 '어필'을 하려 하기 전에, 안보나 외교 등 쟁점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본인의 정치 철학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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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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