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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포기한 김진태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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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포기한 김진태의 앞날은?

[시민정치시평] 진화(鎭火)되지 않고 진화(進化)하는 촛불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이 꺼질 줄 모른다. 관여하지 않은 곳을 찾는 게 쉬울 정도인 비선 실세들의 국정 개입, 재벌 기업과의 유착을 통한 부정부패. 국정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은 박근혜와 그 일당에 대한 시민의 분노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참사, 국정 교과서 강행, 개성공단 폐쇄,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살인, 노동법 개악,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안전할 권리와 생존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죄까지.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박근혜는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3일 오후 강원 춘천시 퇴계동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 도로에서 강원 시국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김 의원 사무실 입구에 촛불을 놓고 있다. ⓒ프레시안(전형준)

박근혜는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죄하지 않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 부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박근혜 퇴진에 대한 국민의 명령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퇴진을 넘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로 분출되고 있다.

춘천 시민의 요구도 다르지 않으며 촛불은 더 거세다. 서울로 향했던 주말을 제외하면 매주 한 번도 빠짐 없이 지역에서 촛불을 들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춘천 시민 촛불대회가 15차까지 이어지고 있다. 춘천 지역 3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정권 퇴진 춘천시민행동'이 장을 열었고 시민들이 힘을 실었다. 촛불집회는 단순히 횟수만 늘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도 이전에 진행됐던 촛불집회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11월 19일, 진행된 촛불에는 7000명이 넘는 춘천 시민이 모였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춘천에서 제일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한다. 박근혜 퇴진, 김진태 사퇴, 새누리당 해체를 외치며 김진태 의원 사무실까지 행진을 했고 학생들이 대열의 맨 앞을 이끌었다. 촛불대회에 나오지 못한 시민들은 아파트 창문을 열고 불빛을 흔들며 화답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추운 날씨에도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김진태 사무실 앞에 모여 박근혜 퇴진과 김진태 사퇴를 외쳤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로 초와 핫팩을 나누고 먹을거리를 나눴다. 주변 상가들은 화장실을 자발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12월 3일, 2만 명이 넘는 강원도민들이 춘천에 모였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의 막말에 화답하는 횃불이 등장했다. 지역의 예술가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하는 특별기획전 '순실뎐'을 일주일 동안 열었다.지난해 12월 24일에는 촛불대회 사전행사로 시민과 함께 하는 벼룩시장을 진행했고,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탄 구입에 사용하도록 기부했다. 12월 31일에는 송박영신 촛불 켜졌다. 춘천시 타종행사에 김진태 의원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행사장 입구에서 김진태 사퇴 피켓을 들었고, 김진태 의원은 결국 오지 못 했다.

지난달 7일,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를 강원도청 앞에서 진행했다. 남녀노소 416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시민합창단을 구성하고 추모 공연을 진행했다. 풍등을 날리며 세월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다짐을 함께 했다. 지난달 21일은 서울 상경 촛불을 진행했다. 범국민대회 전 종각에 모여 '국민우환 춘천망신 김진태 사퇴 촉구 춘천시민결의대회'를 진행했고, 열심히 싸워달라는 응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일, 촛불대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새해에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첩을 함께 나눴고 2월 11일, 대보름맞이 촛불대회를 진행하며 오곡밥을 나눠 먹었다.

촛불대회를 진행하는 내내 지역예술가들의 자발적인 문화 공연 참여가 이어졌다. 음식을 나누고, 공연을 즐기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시민 스스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촛불대회를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시민들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으로 만들어왔다.

춘천 시민들이 지치지 않고 촛불대회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준 일등 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춘천 지역구 김진태 의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태처럼 중요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장 앞장서 박근혜 정권을 비호하고 막말을 일삼아 왔다. 설마 했지만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대하는 김진태 의원의 태도는 역시나 다르지 않았다. 국정농단 세력 비호도 모자라 일명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며 탄핵을 반대하는 수구세력의 도발을 부추기고 민심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참아왔던 춘천 시민의 분노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막말이 거짓으로 밝혀질 때마다 단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고, 민심을 역행하며 춘천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김진태 의원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발동했다. 그래서 박근혜 퇴진뿐만 아니라 김진태 사퇴도 우리의 중요한 요구가 됐다. 대통령 걱정, 나라 걱정에 지역구는 나 몰라라 하는 김진태 의원에 대한 춘천 민심이 급격하게 돌아서고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각 학교 졸업식에서 국회의원상을 거부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그 좋은 상을 거부했을까?

또 하나. 김진태 의원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됐고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자체 평가한 공약이행률 수치 71.4%가 마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평가한 내용인 것처럼 지역 유권자 9만 명에게 문자를 보냈고 허위사실유포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춘천시민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선관위의 고발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서울고법이 다시 공소 제기를 결정했다. 김진태 의원이 주장하는 공약이행률 71.4%의 내용을 보면 황당할 따름이다.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이 대부분 거짓이며, 심지어는 전교조 퇴직교사들이 만든 모임도 자신의 공약 이행 근거로 활용했을 정도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평가한 김진태 의원 공약이행률은 5%도 되지 않는다.

김진태 의원의 요즘 행동을 보면 지역구는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태극기 집회를 전전하며 영웅 놀이에 빠진 그를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 집은 버리고 남의 집을 전전하는 꼴이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김진태 의원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춘천 촛불은 더 진화(進化)할 것이며 각성한 정치의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각성한 시민의 정치의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게 될 것이며, 지역 민심을 외면한 정치인은 다시는 지역에 발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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