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자체개혁 못하는 검찰, 밖에서 메스 댈 수밖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자체개혁 못하는 검찰, 밖에서 메스 댈 수밖에

[법치의 표리(表裏)]<13> 그 시작은 '특검'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인 지난달 23일 제출했다가 반려된 사직서를 다시 제출한 것이다.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검찰의 수장이 중도에 사직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은 분명 검찰의 위기이다.

임 총장은,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드린다"라고 하면서도,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존중해 주길" 부탁했다고 한다.

검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지난 1일 자신이 주재한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검찰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돼서는 안 된다"라고 밝힌 것의 연장인 셈이다.

괴이한 수사에 대한 당위성 주장은 공허
▲ 사표를 제출한 임채진 검찰총장ⓒ뉴시스

하지만 검찰의 '당위성과 정당성'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적극적인 입증은 없는 데 반해, 명확한 반증의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뚜렷한 혐의를 제시하지 못한 채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했다. '실체적 진실'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검찰이 '상식'과 '정황'으로 몰아세우는 무리수를 뒀다.

피의사실과 피의사실에 낄 수도 없는 많은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적어도 지난 20년 동안은 본 적이 없는 괴이한 수사행태이다.

게다가 대비가 너무나 선명하다. '살아있는 권력' 주위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미리 선을 그었다. 뒤늦게 수사에 나선 '숨은 실세'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그래서 검찰이 주장하는 바로 그 '당위성과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 사실은 검찰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전직 검사 출신의 법조인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전직인 나도 부끄러웠는데 현직 일선 검사들의 마음이야 어땠겠는가?'라는 것이었다.

피의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고발도 기대 난망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마침 중수부장, 수사기획관, 중수1과장이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되어 있다. 검찰이 '당위성과 정당성'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기대난망이다. 이미 전체 검찰 차원에서 '당위성과 정당성'이 있다고 서둘러 선언해버린 뒤이다.

총장의 사직서가 새로운 운신의 폭을 만들 수는 없을까? 역시 어렵겠다.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한 마디로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는 것이다. 그러니 검찰이 '자정'에 나서려면 인사권자인 '살아있는 권력'에 정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막 나갔던' 그 때의 젊은 검사들처럼...

안으로부터의 자정이 불가능하다면 밖으로부터 메스를 댈 수밖에 없다. 불신의 혐의를 받게 된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보면, 특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정치적인 계산은 의미가 없다. 이미 덮고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지 않은가?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몇몇 사람의 사직이나 처벌이 아니다. 그것 자체가 일벌백계의 효과는 있을 것이지만,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은 언제나 나오게 마련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이 얼마나 무리를 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일선 검사들이 먼저 나선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검찰의 생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검찰권으로부터 그 가능성을 박탈하는 제도적 개혁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혁의 방안으로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완전한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또는 상설특별검사제 등 견제조직의 설립, 법무부의 탈검찰화, 변호사로부터 검사를 선발하는 법조일원화의 확대, 검찰총장의 국회 임명 동의권 확보, 검찰 고위직 임명에 대한 시민의 참여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터이다.

검찰, 자기반성이 없었던 유일한 권력기관

끝으로 검찰의 자기반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해두자. 1948년부터 1987년까지 40년 가까이 이어진 권위주의정권 시절 검찰이 저질렀던 과업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정부, 사법부, 정보기관, 경찰 모두 '과거사 정리'에 나섰지만 검찰만은 하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과거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 아닌가?

임 총장이 평소 강조했다는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 '강한 검찰'보다는 '바른 검찰'. 그 자신은 실현하지 못한 가치이지만, 대한민국의 검찰이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 검찰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