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일부 소장그룹을 중심으로 다시 재추진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사안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곽승준의 '실패한 출사표',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곽승준 위원장이 다소 무리를 했다는 지적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청와대 한 인사는 "나도 정책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번에는 곽 위원장이 성급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계 부처 등이 아니라 일종의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가 언론을 통해 정책추진을 선언한 대목에선 설익은 아마추어리즘과 조급한 공명심이 함께 묻어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 지난 달 청와대 기자실에서 '한식 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과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뉴시스 |
이런 가운데 정책의 '사전 조율' 여부를 두고는 "설익은 정책을 미리 언론에 흘렸다"(임태희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 "보고까지 다 받아놓고 다른 소리를 한다"(정두언 의원)는 식의 진실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애초에 학원의 교습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이 방안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교육정책과는 '결'이 다른, 파격적인 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존의 정책들의 핵심 기조가 학생, 교원, 학교 사이의 경쟁을 촉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학원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수렴됐다면, 학원교습 금지방안은 사교육 시장에 대한 관(官) 주도의 '규제강화'를 의미했기 대문이다.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중앙일보>는 지난 20일 미래기획위 산하 교육개혁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인재 양성과 중산층 지키기를 위한 사교육비 절감 종합대책' 보고서를 뒤늦게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밤 10시 이후 학원수업 금지를 포함해 대학입시에서 고1 내신의 반영을 금지하는 방안,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제 도입 등의 방안이 담겨 있었다.
"포퓰리즘적 모험주의" vs "두 마리 토끼 잡을 옥동자"
표면적으로는 논란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청와대 내부에서는 곽 위원장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이같은 방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상당한 공감을 표시해 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이 대통령의 진의와는 달리 정부의 교육철학이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것처럼 비춰진 측면이 있는데, 학원수업 시간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그런 우려를 종식시키는 동시에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도 절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친이 직계인 정태근 의원이 "대통령께서 곽승준 위원장은 빠지고 내용은 이대로 하라고 정리를 했다"고 주장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포퓰리즘적인 모험주의", "자율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등 반대론도 여전하다. 정작 눈여겨 볼 대목은 사실상 정책추진이 무산된 이후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갑론을박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일종의 전열 재정비 뒤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사교육과의 전쟁'에 나설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곽 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는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한나라당 내 친위그룹과 옛 소장파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침묵하는 MB…"아직 끝난 게 아니다"?
관건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모아진다. 청와대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논란 자체에서 한 발 비껴서 있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정권이 결국 교육과 부동산 문제를 통해 평가받을 것이라는 곽승준 위원장의 주장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결국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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