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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하게 아무것도 안 한 유엔총장,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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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거의 완벽하게 아무것도 안 한 유엔총장, 반기문

[이충렬의 정권+교체] 누가 '영혼없는 대통령'을 권하나?

곧 있을 대선에서 '영혼이 없는 대통령'이 뽑힐 가능성은 혹시라도 없을까? 이번 주 귀국하여 본격적으로 차기대선에 뛰어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막스 베버가 최초로 설파한 '관료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은 오늘날에도 널리 희자되곤 한다. 한국사회를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관료사회를 묘사할 때 이 말만큼 정곡을 찌르는 말은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은 1970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무공무원으로 관료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22년동안 유신독재와 전두환 독재, 그리고 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주미대사관 참사관, 본부 미주국 국장, 장관특보 등을 거치면서 출세의 발판을 닦았다. 특히 1985년 노신영 국무총리의 의전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권력핵심과 줄이 닿아 장래의 출세를 예약하였다.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지금도 반기문이 가장 존경하는 멘토라고 한다.

60년대 박정희독재가 강화되던 시절 그가 학생시절에 반독재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없다. 공무원으로서 그는 유신독재를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미화하는 본국의 훈령을 충실히 홍보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광주시민학살도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세력의 폭동이라는 전두환 정권의 공식 설명을 충실히 홍보하였을 것이다. 그는 관료로서 독재정권에 부역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이나 가책없이 오로지 개인의 성실과 노력으로 승진과 출세 코스만 바라보고 위로 달리는 인생을 걸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는 대통령외교안보 수석비서관과 외교통상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승진가도를 달렸다. 모두의 부러움을 살 수 밖에 없는 인생코스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한국의 외교정책사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기였다. 냉전기간 우리 외교의 원칙이었던 북한과의 대결정책을 평화와 화해정책으로 정책의 기조를 극적으로 전환하였다. 북한과의 정상회담이나 개성공단의 설립 등 새로운 대북정책을 시현하였다. 또한 미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었던 외교정책을 한국의 능동적 역할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기에 반기문이 단순 실무 이외의 족적을 남긴 것은 없었다. 육사출신의 보수적 군인이었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팀을 이뤄 남북관계의 새 장을 개척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반기문은 그저 '실무적으로만' 존재하는 외무관료였다. 정책의 철학이나 패러다임의 전환은 그의 관심밖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영혼없는 실무자'였던 셈이다.

인맥이 전혀 닿지않은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2003년 대통령 외교보좌관을 스타트로 2004년에는 외교통상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곧이어 그에게 인생 최대의 행운이 다가온다. 유엔 사무총장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호선하는 시스템이었는데, 2007년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아시아 몫이었다.

원래 이 사무총장 자리를 노렸던 인물은 중앙일보의 사주 홍석현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의하면, 그는 유엔 사무총장을 거치고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플랜을 세웠다고 알려지는 야심가였다. 그는 이 플랜의 첫 단계로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아그레망을 들고 주미 대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 해 말 갑작스럽게 터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중도하차하였다. 홍석현 대사의 불행은 반기문의 행운이 되었다. 승진과 출세에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반기문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엔 사무총장 도전의사를 밝히고 그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내 마침내 자신이 꿈에서도 꾸어보지 못했던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

유엔의 사무총장은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을 중심으로 줄타기의 파워게임을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다.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완충하면서 국제적 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주된 임무다. 물론 상임이사국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입김이 센 나라인 것은 말한 필요도 없다. 역대 약소국 출신의 사무총장 중에서도 일부 소신파는 강대국의 압력을 뿌리치고 강대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총장도 있었다. 코피 아난 직전 총장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반기문 총장은 물론 여기에서도 그의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 그는 평생 권력에 충성을 바치고 대세를 따른 사람이다. 유엔에서 그는 미국의 충실한 대리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받는다. 그래서 나온 말이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사무총장'이라는 말이다. 소신을 내세우지 않고 원만함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름장어'니 하는 별명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여기서 반기문의 일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나온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게 실무력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반기문은 국내에서 고위직을 지낼 때나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당대의 권력과 충돌하면서 가치를 추구한 적이 없다.

반기문을 차기 대통령으로 미는 사람들 중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통일 문제나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황당무계한 주장이다. 실적을 보면 안다. 그가 사무총장을 지낸 지난 10년간 남북한 관계는 최악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아예 어젠다에서 제외하였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남북의 모든 대화 채널을 끊어버렸다. 북한은 이제 미국을 겨냥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남한은 개성공단조차 폐쇄하는 등 지난 20여년 쌓아온 남북관계는 완전히 냉전시대로 되돌아갔다.

이 와중에 반기문은 완벽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에 관한 철학도 노력도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오로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장단을 맞추었을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영혼없는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 시기인가? 금년 초 한국경제신문과 MBC는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하여, 국민들은 부정부패 척결 (29.9%), 경제위기 극복 및 성장 (26.7%), 민생문제 해결 (18.4%),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8.7%)를 들고 있다고 한다. 하나 같이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굳건한 철학과 강인한 개혁의지로 무장하여 기득권세력과 싸워야 할 과제들이다. 한경과 MBC는 이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국민이 그동안 쌓인 적폐청산을 차기 정부의 최우선과제로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에서 본 국정과제 중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제일 잘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반기문은 아니다라는 결론만 나온다. 그는 민생과 동떨어진 외교관 생활만 한 사람이다. 경제와 민생을 알 리가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10년씩이나 국내에서 유리된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기득권 네트워크의 한복판에서 큰 사람이다. 그가 무엇을 어떻게 개혁을 하겠는가? 평생을 영혼없는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이 이제 와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소신을 어떻게 발휘하겠는가?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집무실에 이런 글귀를 항상 비치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 대통령 직은 누구에게 책임을 미루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의 모든 책임이 마지막으로 귀결되는 자리가 바로 그 자리다. 국민들이 탄핵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영혼없는 대통령'을 권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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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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